4년 차 주니어가 면접을 준비한 방법
매일이 평온한 나날이었다. 회사란 공간은 집처럼 편안했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도 손발이 잘 맞아 감정적으로 소비할 거리가 없었다. 기존에 했던 업무들은 능숙해져 효율도 높아졌고, 새로운 업무도 곧잘 해내는 편이었다. 매일이 행복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크게 불만이 있지도 않았다. 안정과 평온 그 자체였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이직 제안이 왔고, 경력 기술서를 쓰면서 생각보다 이곳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넥스트 스텝에 대해 고민해볼 때가 왔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됐다.
경력 기술서를 내고 그다음 주에 인터뷰가 잡혔다. 주변에 물어보니 경력 면접은 오히려 심플하다는 말이 많았다. 인턴이나 신입 면접이 '잘할 수 있어요!'라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라면, 경력은 '잘해 왔어요!'라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리라는 설명이었다. 자신이 그동안 한 업무에 대해 설명하면 되는 거라 포트폴리오만 잘 정리하면 문제가 없다는 거였다. 이미 경력 기술서나 포트폴리오는 제출한 상황이었기에 '자기만의 기준으로 일을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사람'으로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직에 대한 확신이 있진 않았지만, 기대되는 인재로 보이고 싶단 마음만큼은 확실했다.
인터뷰 전 크게 아래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내고자 했다.
1. 왜 이직하려 하는가
이직의 이유를 현재의 회사가 아닌 미래의 회사에서 찾고 싶단 소망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현재의 회사가 성장성이 없어서, 동료들이 별로여서, 일이 별로여서 라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미래의 회사의 성장성이 기대되어서, 함께 일할 동료들에게 배우고 싶어서, 더 넓은 영역의 일을 해보고 싶어서와 같은 이유가 있길 바랐다. 현재의 불만보다도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실제 면접에서도 현 회사에는 불만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어필했다.
2. 어떤 업무에 얼마나 기여하였는가
늘 '내가 없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을 만들고 싶어 했다. 한참 직장에서의 대체 불가능한 존재에 대해 고민했을 때가 있었다. 그때 내린 결론은 대체 불가능한 자리는 없다는 거였다. 회사에서는 어느 자리나 대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잊히지 않는 존재감은 만들 수 있다.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벌어 난 일들은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켜준다. 어떤 업무를 해왔는지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얼마만큼의 존재감으로 기여했는지 중심으로 인터뷰를 준비했다.
3.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2번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인지 보여줬다면, 앞으로 새로운 곳에서는 어떤 경험을 활용해 어떤 역량을 펼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게 필요했다. 그간 해온 경험과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새로운 곳에 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로드맵으로 그려봤다. 사실 현 회사에서는 도전을 해온 만큼 한계도 많이 만났었다. 일을 하면서 '되겠다'의 기준이 생기자, 안 될 것 같은 영역과는 점점 멀어져 갔다. 반면 면접을 볼 곳의 한계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함께 시너지를 내며 할 수 있는 업무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리프레시가 됐다.
위 세 가지에 대한 문답을 하고 첫 경력직 면접에 임했다. 사실 너무 오랜만의 면접이라 직전에는 떨렸는데, 오히려 인터뷰 중에는 편안한 분위기가 오갔다. 내가 어떻게 일해왔는지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나 또한 그 회사와 그룹에서 지향하는 바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확실히 경력 면접은 서로 존중하는 태도가 깔려 있기도 했다. 그렇게 1시간가량의 인터뷰를 끝내고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음이 시원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고민이 들었다. 아직 이직에 대한 완벽한 고민이 끝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 정말 이직하게 되는 걸까?
모든 게 미지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