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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아리

말문 터진 물건 44 / 궁금아리 3

by 신정애

저녁을 먹고 엄마 아빠 몰래 슬쩍 집을 빠져나온 아리.

어라? 이게 뭐지?

이리보고 저리 봐도 신기하네 -

혹시 이것이,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요술 항아리?

아리의 눈에 들어온 처음 보는 이 물건, 그냥 지날 수가 없었지.

저 속에 뭐가 있을까?

일단 올라가 보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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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정도 높이는 뭐 점프 한번이면 올라갈 수 있지.

하나, 둘, 셋 -파닥닭!!

오호 - 됐다!! 나도 이제 제법이야.

한껏 좋아서 몸을 흔들흔들 삐약 삐약!! 춤을 추다가

어어어-- 휘청 휘청 미끄닭!!

아리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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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닭 ! 삐얅!!!

그만 병 속으로 떨어졌네.


우와, 바깥이 그대로 다 보인다.

이거 진짜 요술 항아린 가봐.

오호, 엄마한테 혼나면 여기로 와 숨으면 되겠다. 히히히 삐삐삐약 !

밖에서도 내가 보일까?

떨어져서 아픈 것도 잊고 아리는 신기한 이 물건에 푹 빠졌어.


일단 밖으로 나가서 밖에서도 보이는지 한 번 봐야지.

하나, 둘 점프! 날개를 쫙 폈지만 퍼헉!

편 날개가 좁은 입구에 걸려서 나갈 수가 없었지.

좋아, 그렇다면 날개를 딱 붙이고 차렷 해서 뛰면 되지 뭐.

기합을 넣으며 하나 둘, 점프!! 쿠당당 - 아야 아야 엉덩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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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올 땐 쉬웠는데 나갈 수가 없는 걸 보니 진짜 요술 항아리 맞네-

야, 그럼 수수께끼라도 내줘야지. 왜 가만있는 거야!

어? 어두워지잖아. 엄마한테 혼나겠다. 어서 나가야 해!!


하나 둘, 삐-약!! 실패. 힝- 다시, 삐약!! 꽈당닭 -

또 실패. 또다시 또다시 -

더 힘껏 기합을 넣었지만 목만 쉬고 점점 기운이 떨어졌어.


여보. 어디서 아리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응? 진짜 - 아리 같긴 한데 목소리가 왜 저래? 삐요오오 옭!! 이러잖아.

애한테 무슨 일이 난 거네요.

혹시, 누구에게 잡혀가는 중?

뛰어욧!! 어디로? 일단 뛰어라니까욧!!

우리 아리가 너무 귀여우니까 -

아이고 어쩔꺼나 아리야 흐흑흑


여보 저기, 저기 - 병속에 뛰고 있는 애 우리 아리 맞죠?

아리를 보고 반갑고 놀라워서 -살아 있어요오 오-ㅇ - 깨꼬닭!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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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아리야, 니가 왜 거기 들어가 있는 거야-

그렇게 뛴다고 될 일이 아니야.

깨어난 엄마 아빠는 병 주위를 돌면서 꼬꼬댁 댔어.

아빠가 구해줄게. 가만있어.


먼저 병에 뛰어 오른 아빠.

낑낑 - 아유 이거 내 꼬리가 걸려서 안 돼요 여보.

으이구 꼬리 깃을 좀 자르라니까 뭔 멋을 부린다고 길러서!!

언제는 그게 멋있어서 반했다면서--

그건 그 때고. 어서 내려와요. 내가 올라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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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야 기다려라 엄마가 꺼내 줄게.

당신 배도 만만찮게 통통한 거 알지?

시끄러워욧! 내 배가 어때서!!


성질을 내며 포다닭! 병 위로 올라선 엄마.

급 고운 목소리로 - 자, 아리야 걱정 말고 폴짝 뛰어봐.

니가 뛰면 엄마가 널 꽉 물어서 밖으로 던질게.


자 - 하나 둘 셋!

삐야오ㅗㅗ옥!! 쉰 소리를 내며 아리가 뛰어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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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꽈당당 - 아리야 , 꽥!! 꼬꼬댁!!

뛰어 오르는 아리를 물려다 엄마 닭이 그만 중심을 잃고

아리와 함께 병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어.

아얏!! 아리야 -- 엄마!! 삐약

아이고, 여보- 당신이 --- 어떡해--

밖에서 보던 아빠 닭이 놀라서 깨꾸닭 - 쓰러졌어.


그 때, 아빠. 엄마 내 말 들려요?

일어나요!! 아리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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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엄마 어깨에 올라갈게요.

그럼 아빠가 위에서 저를 꺼내 주고

엄마는 키가 크니까 혼자서도 점프하면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거예요.

아니면, 아빠가 엄마 머리를 물어서 꺼내 던가요. 좀 무겁겠지만.

똑똑한 아리 말에 아빠는 정신이 번쩍 들었어.

여보 일어나서 아리 말 좀 들어봐요.


'아, 부끄러워 --- 그냥 눈 감고 있고 싶다.

구해 준다고 큰소리 쳐놓고 미끄러졌지.

떨어질 때 겁나서 소릴 꽥꽥 질렀지. 이거 뭔 망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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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가 여기 빠져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생겼어. 어서 일어나.

그래 알았어. 아리야 엄마가 미안하다.

어서 엄마 머리 위로 올라와 서봐. 천천히 -

오, 오 - 아리가 드디어 병밖으로 머리를 내밀었어.

아빠닭이 푸닭 올라와 아리를 안고 내려왔어.

식은 죽먹기였어.

아싸. 성공이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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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너무 통통해서 생각처럼 한 번에 못 나왔어.

다이어트 한다더니 어떻게 된거야?

헛소리 그만하고 내가 점프하면 날개나 잡아 줘요.


엄마가 점프 해서 병 밖으로 쓩 튀어 오르면서 날개를 쫙 펴서

떨어질 때 병에 걸리면 아빠가 끌어올리는 작전을 써야 했어.


어찌나 무거운지. 목이 떨어지는 줄 알았네. --중얼중얼

뭐라고 궁시렁 대는 거예요!

아니 그 몸으로도 잘 뛰어올랐다고 기특하다고 우리 마누라.

어쨌든 모두 병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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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말썽만 피워서 죄송해요.

너 말만 그렇게 하고 또 나갈 거잖아!! 이런 밤에는 나다니는 것 아니야.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뭐가 또? 그만 궁금하면 안 될까? 아리야.

저거 요술 항아리예요?

애가 갇혀 있더니 제정신이 아니구나. 무슨 요술 같은 소리냐?

또,또 당신은 -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라니까요.

응 - 그건 유리로 된 유리 병이야.

밖에서도 내가 보였나요?

당연하지. 유리는 투명해서 안과 밖이 다 보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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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에서도 밖에서도 다 보이는 구나. 숨을 수는 없네요.

꼭 너네 엄마 같은 거지. ㅋ

여보, 무슨 소리에욧?

아 그-- - .

아 그, 뭐욧!!


맞아. 아빠. 진짜 엄마 같아요.

내가 어디에 숨어도 다 보이는지 바로 찾아내요.ㅋ

하하하 호호꼬꼬댁 꼬꼬꼬 히히히


세상에는 왜 이렇게 신기한 게 많을까요.

궁금아리. 병 아리 삐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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