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터진 물건 46 궁금 아리 5
앗, 무엇이 요렇게 재미있게 생긴 게 있지?
흠, 이건 햄스터 놀이터잖아.
나도 이제 그 정도는 알지.
당장 들어가 굴려 봐야지.
잉? 뭐야, 왜 뱅글뱅글 안 굴러가잖아.
햄스터 놀이터가 아닌가? 좀 더 살펴봐야겠어.
먼저. 저기 높은 기둥 위로 올라가 봐야겠다.
하나, 둘, 폴딹!! 으이쿠나- 푸다다닭-
미끄러질 뻔 했지만 그래도 성공이야.
그동안 연습한 보람이 있네.
그런데 저쪽으로 어떻게 건너 가지?
오호, 여기 투명한 다리가 있네.
이런 비밀을 숨기고 있다니,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설마 끊어지지는 않겠지? 한 발, 두 발 -
오오오오 무서워-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데?
뒤돌아 갈까. 아니야, 용기를 내자!!
아리는 눈을 질끈 감고 다다다닭 달렸어.
야호, 무사히 건너왔어!
에이, 별거 아니네 - 떨어지는 줄 알고 괜히 겁먹었어.
다시 건너가 봐야지.
다다다닭 도착 햣!! 하하 삐약!
갑자기 쑥 내려갈 때 간이 툭 떨어지는 줄 - 식겁했어.
다시 돌아서서 다다다닭! 핫!하하하 삐약! 와, 재미있다.
이건 이제 완전 잘할 수 있어. 무섭지 않아.
여보 왜 혼자 에요? 아리는 어디다 두고 혼자 왔냐고요?
저녁밥 짓는 동안 산책하고 온다더니 그새 또 애를 놓친 거예요?
아니, 내가 잠시 -
아니는 무슨 아니, 또 유튜브 보고 있었겠죠!!
빨리 애나 찾으러 가욧!!
당신을 믿었던 내가 잘못이지. 달려욧!!
맨날 달려래-- 어디로 달리냐고오--
그냥 달려요. 달리다 보면 아리가 있어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원래 그렇다니까요.
봐요, 핵핵 저기 - 저기 아리가 있네요.
아리야 내려와라. 이건 또 뭐야 도대체?
왜 또 저기 올라갔데요?
그걸 내게 물으면 난들 어떻게 알아요.
쟤는 저렇게 꼭 위험한 꼭대기에 가는 걸 왜 좋아하는지.
누굴 닮았겠어요.
뭐라고욧!
아니, 아리야 어떻게 내려오려고 거길 올라갔어?
엄마 아빠. 이건 미끄럼틀이야. 미끄러져서 내려갈게.
뭐라고, 미끄럼틀? 안돼!!! -- 위험해. 멈춰!!
오지 마 - 아리야, 앞으로 오면 떨어져! 멈춰!!
발바닥으로 밀며 버텨- 몸을 뒤로 하고!!
엄마가 공부하러 가자 하면 안 가려고 뻐팅길때 처럼 뒤로 버텨.
그리고 천천히 뒤로 가!!!
그렇지 조금씩 뒷걸음으로 버티면서 올라가!!
오른발 버티고 왼발 떼고--
이제 왼발 버티고 오른발 뒤로 짚고, 그렇지.
그래, 그래 마지막, 이제 다 올라왔어. 잘했어. 휴우---
뒤돌아서서 이쪽으로 건너와- 천천히 걸어와-
엄마야아아앗!! 삐약삐약!!
잘 건너다가 아까 너무 힘을 줬는지 발목에 힘이 풀리며 삐그닭!!
아리가 넘어지며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어.
순간 엄마 아빠는 너무 놀라서 깨꼬닭! 기절!!
어? 내가 거꾸로 매달려 붙어 있잖아.
삐약 삐약 , 엄마 아빠 나 안 떨어졌어. 어서 일어나.
이건 투명 다리가 아니고 꺼꾸리인가?
또 비밀이 숨어 있었어.!!
엄마 아빠 빨리 일어나 봐요.
완전 재미있어요!! 이건 꺼꾸리였어요.
아이고, 아리야- 어지간히도 재미있겠다. 꺼꾸리 같은 소리가 나와?
여보, 쟤 봐요. 박쥐도 아니고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네요.
어쨌든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에요.
피 쏠려서 애 얼굴이 빨개지고 있잖아.
아리야 어서 뛰어내려. 그냥 툭 떨어지면 돼. 엄마 아빠가 밑에서 받을게.
엄마를 매트리스라고 생각해.
뭐라고욧!! 찌릿! 아니 당신은 그렇게 포근한 사람이라고--
엄마. 뛰어내릴 수가 없어. 발이 붙어서 떨어지지가 않아--
뭐라고? 그럼, 이건 모든 물건들을 딱딹 붙인다는 테이프? 테이프야!!
아리야- 움직이지 마 털이 붙으면 큰일 나. 털 다 뽑힌다고!!
어떡해요? 여보--
엄마 아빠, 후 후우 -내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학학
뭐? 뭐야 아리야-빨리 말해!
아까 내가 발로 버티며 뒤로 올라온 것처럼 후우--
아빠가 발로 테이프를 밀어서 내가 땅에 닿게 해 주세요.
아리야, 너는 정말 천재다 천재.
거꾸로 매달려서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그런 생각이 나다니!
엄마, 아빠 말 그만하고 빨리욧!! 숨을 못 쉬겠어요. 삐이이 약 후우
여봇 어서 올라가지 않고 뭐 하고 있어요. 내가 말한다고 당신도 그냥 서있으면 어떡해욧!!
아빠는 크고 꺼끌한 발바닥으로 있는 힘껏 테이프를 앞으로 밀고
엄마는 테이프가 갑자기 훅 떨어지지 않도록 끝을 꼭 밟고 섰어.
조금만 참아 거의 다 됐어. 조금만 참아.
자, 이제 됐어. 아리야, 내려와 봐.
아아앗 따거!! 아파요 - 아빠, 붙어서 떨어지지가 않아요.
여보 애 좀 어떻게 떼내 봐욧!
지금 하고 있잖아!!
아빠가 부리로 밀어서 겨우 겨우 아리가 테이프에서 떨어져 나왔어.
아빠의 멋진 깃털과 빨간 볏이 테이프에 붙어서 빠지고 조금 상처가 났어.
아빠 죄송해요. 나 때문에 -
털은 또 자란단다. 괜찮아 너만 무사하면 된 거지.
혼이 빠진 엄마 아빠 아리는 잠시 누워서 쉬었어.
아리야. 이건 물건을 붙이는 테이프란 거야.
한쪽은 매끌 매끌하고 한쪽은 딱딹 붙는 게 묻어 있어.
털이 있는 우리에겐 너무 위험한 거야.
붙는 쪽이랑 붙지 않는 데가 정해져 있는 거네요.
그렇지.
그럼 아빠 엄마가 테이프를 물고 당겨서 바닥에 딹 붙여주면 안 돼?
그럼 진짜 미끄럼틀이 될 거야.
너 그렇게 혼이 나고도 미끄럼틀이라니!!
여보 괜찮은 생각인데요?
당신은 털이 다 뽑히고도 애 말에 맞장구를 치는 거예요.
이건 위험해서 안 돼요!
아아, 엄마아아 한번만 삐약 --삐약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아예 니 이름을 딱 한 번만으로 바꿔라.
으이구, 이번 딱 한 번이야!! 엄마 아빠가 같이 있으니까.
고맙습니다. 아빠,엄마 - 엄마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좀 잘 당겨 봐요. 당신이나 잘 당겨요.
서로 균형이 안 맞잖아요.
테이프를 물고 당기는 게 쉬운 건 아니네요.
내가 잡은 지렁이를 뺏어 갈 때처럼 힘껏 당기면 될걸요?
뭐라고욧! 내가 언제?
자, 다 - 됐다.!!
아리야 조심해서 타야 해!!
날개 털을 몸에 딱 붙이고 팔을 접고 내려와.
와우! 미끄러진닷!! 쓔웅웅- 아 신난다아!!
재미있어 보이는데 나도 타 볼까요?
무거워서 테이프가 떼지지 않을까나?
무슨 소리에욧!
아니, 아니 내가 당신을 지켜 줄게. 테이프 꼭 밟고 있을게 어서 타봐.
아리야 엄마랑 같이 타라.
좋아요 엄마. 야홋! 삐--약!
우와아아아 - 꼬꼬댁!
엄마랑 같이 타니까 속도가 엄청나.
아리보다 엄마가 더 신났네!
아빠도 타 보세요! 당신도 같이 타요,
셋이 타서 테이프가 떨어지면 어쩌지?
아빠 걱정 말아요. 우리에겐 날개가 있잖아요.
떨어지면 다 같이 날개를 펴서 날면 돼요.
역시 우리 아리!!
여보 우린 왜 그 생각을 못했죠?
하도 정신이 없어서 내 몸에 붙은 날개도 잊어버렸나 봐요. 하하하하 호호호
미끄러진닷!! 어어 무서워!! 슈우우우웅-
걱정 마라 아리야 -
아빠가 발로 브레이크를 잡으며 내려갔지요.
엄마 아빠 아리가 딹 붙어서 테이프 미끄럼을 탔어요.
아리는 오늘, 어디나 딹 붙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테이프를 알게 되었어요.
엄마,아빠랑 딹 붙어서 노는 것이 진짜 안전하고 행복하다는 것도요.
하지만 잘 못 딹 붙으면 위험 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