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토닭

말문 터진 물건 48 궁금 아리 7

by 신정애

아우- 심심해 -

응? 누구시지?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 여기 빈 의자에 제가 앉아도 될까요?

힝 아무 말도 없어. 내가 부르면 다들 대답을 안 해! 삐짐.

누구를 기다리시나 봐요.

기다리는 사람이 올 때까지 저랑 같이 놀아 줄래요?

369 놀이 엄청 재미있어요.

제가 숫자를 아직 10까지 밖에 몰라서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할 수 있어요.

손바닥을 딱 쳐야 하는데 손을 그렇게 꼭 쥐고 있으면

게임을 할 수 없는데? 어쩌지?

네? 뭐라고요?

못 움직이신 다고요?

제가 가까이 올라가서 들어봐도 괜찮겠지요.


아, 속상한 일이 많아서 여기 앉아 계시다고요?

그래서 맨발로 뛰쳐나왔나 봐요.

저도 엄마께 혼나면 집을 뛰쳐나오거든요.

원래 나 같은 작은 새 한 마리가 친구였는데 날아갔다고요?

저는 새는 아니지만 그래도 잠시 앉아 있어 드릴게요.

아, 머리 위가 아니라고요? 어깨 위에 있었다고요?

죄송해요 내려갈게요.

그냥 있어도 괜찮다고요?

물동이를 이고 가던 생각이 난다고요?

진짜 옛날 사람인가 봐요.

요즘은 머리에 무거운 걸 얹으면 키 안 큰다고 혼나요.


여보, 여보, 빨리 와봐요!

무슨 일인데 숨넘어가는 소리야?

우리 아리가 어디 있는지 좀 봐요-- 오, 오-- 여보.

아이고 저 애를 어쩌나 -당신이 채 --ㄱ 임 져 -- 요 -- 깨꼬닭!!

왜 내가 책임을 져야 하지? - 깨꼬닭!!


엄마 아빠 일어나.

나 여기 있어도 된다고 했어.

누가? 여기 너밖에 없는데 -너 이제 이상한 소리까지 듣니?

너 생각이겠지. 무조건 제일 높은데 올라가고 싶은 니 생각!!

'아닌데?'

어서 내려오지 못해!! 거긴 올라가는 게 아니야.

엄마가 좀 무섭게 말하네?


아리야 이건 평화의 소녀상이야.

일본이 우리나라를 뺏고는 어린 소녀들을 데려다가 아주 나쁜 몹쓸 짓들을 했단다.

그래서 평생 그 상처를 가지고 사시는 할머니들을 기억하려고 만든 평화의 소녀상이야.

그런 소녀상 머리에 올라가면 돼? 안돼?

'괜찮다고 하셨는데-- '

대답 안 해?

안 돼요.

그래, 안 되는 거야. 얼른 사과드려-

죄송해요- 머리 위에 올라가서 -

엄마 아빠도 아리와 같이 머리 숙여 죄송하다고 사과했어요.

소녀상은 아무 말 없이 조금은 슬픈 표정을 지었어요.

다음날 아리는 뭐가 저리 바쁠까요?

첫 번째 꽃은 뭐든 척척 잘해 내는 예쁜 우리 엄마 토닭

두 번째 꽃은 맨날 엄마께 혼나지만 늘 웃는 착한 우리 아빠 토닭

세 번째 꽃은 착한 우리 선생님 토닭

네 번째 꽃은 장난꾸러기 친구들 토닭 토닥.

이 꽃은 궁금 아리, 사고뭉치 제 마음이에요. 토닭! 삐약!

노래를 부르며 꽃을 나르는 아리는 기분이 좋았어요.


여보 아침부터 아리가 안 보이는데요?

뭐, 하루 이틀이야? 놔둬, 곧 오겠지.

무슨 그런 위험한 생각을 해욧! 요즘 얼마나 무서운 세상이데 - 어서 찾으러 가욧!!

아이고 뛰는 것도 이제 힘들어서 - 헥헥.

누굴 닮아서 애가 이렇게 부지런할까요?

그건 당신이지- 난 부지런 하진 않아.

웃기지 마세요 - 친구 만날 땐 호다닭 호다닭 1시간도 전에 나가잖아요.

또 밤을 꼴딱 새우고 노는, 올빼미도 놀라 자빠질 열정은요?

아, 또 이야기가 왜 그쪽으로 가? 아리나 찾아요. 쳇!


저기 - 여보 소녀상!!

아리야 -아아아 깨꼬닭 !!

여보 우리 아리가 한 것 맞죠?

믿어지지 않아요.

그 봐요 아린 나를 닮았다니까.

아까는 안 닮았다면서 -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군요.

난 눈물이 날 거 같아요.

우리 조금 더 기절해 있읍시다.

소녀상님 죄송해요 조금만 더 누워 있을게요.

이 벅찬 마음에서 빨리 깨어나고 싶지 않아요.

아리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니?

추운데 발이 시릴 거 같아서 덮어 주었지.

아이고 우리 아리 천재가 아니고 천사였구나!!


엄마,아빠. 닭 중에서 제일 좋은 닭이 뭐게?

갑자기 퀴즈 시간?

1번 황금닭, 2번 깨꼬닭, 3번 삐닭 4번 토닭

당연히 황금닭이지.

엄마 아빠가 합창으로 대답을 했어.

땡!! 정답은 바로 토닭토닭!!ㅎㅎㅎㅎ

여보, 우리 아리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하죠?

나, 또 눈물 나려고 해요. 애가 우리를 가르치네요.

아리야!! 고맙다.

니가 좋아하는 왕꿈틀이 사줄게.

야, 신난다. 꿈틀꿈틀 왕꿈틀이 --

엄마와 아빠 아리는 한참을 소녀상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어요.

또 놀러 올게요- 토닭!

아리야 고마워 - 토닭! 토닭!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