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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Aug 31. 2024

탱자 가라사대

죽은 나무와 산 나무 20

귤이며 유자며 형제자매 사촌들이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열매를 더 크고 달게 키울 동안 탱자는 그들이 건너올 수 없는 추운 땅에서 더 강하게 가시를 키워 마을마다 동네마다 울타리가 되어주니 사람들이 먹기로는 귤을 즐겨하나 살기로는 사시사철 탱자가 더 가깝다 할 수 있다. 서로 붙어 심어 울타리를 만들면 가시 돋친 가지가 서로 엉겨 두터워진 탱자 울타리는 쉽게 뚫을 수 없는 방어벽이 된다. 수분이 적고 목질이 단단하고 질겨서 꺽어지지않고 찢어지니 고집 센 영감과 같다. 


우리 집에 가지고 있는 탱자 나뭇가지는 엄마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친정의 탱자 울타리에서 잘라온 거다.

가시를 끝을 잘라 내고 눕히면 서너 개 가시 끝이 발이 되어 바닥에 중심을 잡는다. 붓으로 글씨를 많이 쓰는 남편 책상 위에 자리 잡고 붓 베개로 쓰이고 있다. 


또 단단해서 먹이나 잉크를 먹지 않아 펜이나 붓대신 좀 색다른 글씨를 쓸 때 쓰기도 한다. 탱자 나무 붓은 정형화되지 않은 개성 있고 자연스러운 글씨가 써진다. 


탱자는 가시를 어느 정도 자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가시를 바짝 잘라 약간씩 남은 턱과 오르내리는 곡선이 보기 좋은 탱자 가지는 어울리는 물건을 걸거나 홀로 벽에 걸어 두어도 그 자체로 멋스럽다.    


요즘은 시골로 가도 탱자 울타리를 보기 어렵다. 담 대신 철제 팬스가 쳐지고 밭에도 울타리 대신 설치하기 쉬운 연두색 펜스들이 쳐져있다. 해마다 가지 쳐줘야 하고 개구멍이라도 생기면 막아야 하고  찔리면 아픈 탱자 보다야 백배 깔끔하고 관리 하기 편하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래도 철재 펜스가 쳐진 밭들을 보면 어색하고 뭔가 마음에서 하나가 사라진 기분,  아쉽고 서운한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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