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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Aug 30. 2024

나무를 입양하다  

죽은 나무와 산 나무  19

아파트의 건물 사이 빈 땅에 나무들 심어 조경을 해 뒀는데 그늘지고 사람들은 잘 안 가는 곳이 있었다. 우연히 그 화단에 들어갔는데 폭신한 풀들과 이끼들 사이에서 자라난 손가락만 한 아기단풍나무의 잎 두 개가  양팔 벌리기를 하고 있었다. 혹시 하고 당겼는데 쏙 뽑아져서 집으로 데려와 화분에 심었다. 그렇게 나는 단풍나무 세 그루를 입양하여 베란다 식구가 되었다. 


 그냥 물만 줘도 무럭무럭 잘 자랐다. 세 쌍둥이처럼 조금씩 다르면서 비슷하게.  봄이면 소리 소문 없이 마른 가지에서 좁쌀처럼 잎눈을 맺고 붉은 잎이 접혔던 잎을 펴며 나오는데 너무 살가웠다. 여름, 초록의 잎도 훌륭하지만 아기일 때 훨씬 귀여운 건 식물도 어쩔 수 없다.   


 몇 해를  셋이서 쭉쭉 자라며 베란다의 푸르름을 담당해 주었다. 옷이 작다는 아이에게-올 해만 그냥 입어라며 옷 안 사주는 엄마처럼 화분이 비좁아 보여도 분재로도 키우는데 뭐 아직은 괜찮은 듯 – 하면서 외면했다.


그런 나를  나무라는 듯 겨울 지나고 제일 약하던 막내가, 작년에는 둘째가 이상하게 말라가더니 죽었다. 남은 한 그루는 씩씩하게  잘 내고 있다. 그런데 나의 안심을 비웃듯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뜨거운 여름을 즐기며 싱싱하던 잎들의 끝이 조금씩 마르는 것 같다. 

 

 단풍나무를 땅에다 옮겨 심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아파트 살이 10년을 청산하고 야생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을까. 이제는 적응된 답답함인데 이쁨 받으며 그냥 여기 안전하게 살고 싶지 않을까. 

단풍은 나의 걱정이 반가울까 아니면 불안할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물을 필요도 없는 걸 묻고 있네욕심을 못 내려놓고 있는 나를 본다. 

그 어떤 것도, 특히나 생명은 한 번 식구가 되면 끝까지 책임져야 할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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