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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Aug 28. 2024

꽃이 아니어도 꽃이고

죽은 나무와 산 나무  17

이상하게 생긴 감자나 고구마, 쌍둥밤과 너무 빨간 사과, 혹 달린 감, 배추나 무, 호박, 가지, 배꼽이 엄청 큰 참외 - 밭이나 들에서 나는 모든 것을 엄마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거 봐라 정애야  예쁘지, 희한하게 생겼지. 신기하지. 귀엽지, 웃기지?'  일부러 가져와  보여주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늙은 호박 속의 황홀한 주홍색 거미줄에 달린 씨앗들, 꼬부랑 오이와 나비 같은 완두콩, 피지도 않은 호박꽃 아래 달린 아기호박과 웅크린 넝쿨, 온 천지에 신비롭고 아름다운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슬이 마르기도 전 밭에 나가 일하는 농부였던 엄마는 마늘을 까다가도, 고추를 따 말리면서도, 김치를 담으려 배추 밑동을 잘라 놓고도 꽃 같다고 했다.


엄마 때문에 나도 이렇게 살고 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세상에 널려 있다. 엄마가 내게 가르쳐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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