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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Aug 27. 2024

죽어서도 꽃이고

죽은 나무와 산 나무  16

화병에 꽃아 둔 꽃이 시들거나 꽃잎이 떨어지면, 버리지 않고 웬만하면 말린다. 화병에 담긴 줄기가 썩어가고 꽃대가 힘없이 고개를 늘어 뜨리려는 것을 얼른 눈치채야 한다. 보기엔 멀쩡한데도 꽃송이 속에서 상하며 송이째 빠지기도 한다. 떨어지면 버리지 않고 말린다.


마른 꽃잎을 병 속에 넣으면 꽃병이 된다. 꽃 병.

바닥에 늘어놓고 그림을 그린다.  꽃 그림.

꽃잎으로 면을 구성한다. 모자이크.

꽃의 색이나 모양 크기에 따라 복잡하거나 단순한, 화려하거나 청순한 연출을 한다.

꽃잎이 말라가며 크기가 줄어들면 자리를 바꾸어 면과 색을 새롭게 구성하는 즐거움.

바닥이나 벽, 상위, 쟁반, 상자, 접시, 그릇, 병.  

장소와 배경을 옮겨 가며 시간을 따라 탄생하고 소멸하는 나의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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