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작가의 제10화 초중고대 소설

내가 앞서 한 이야기들이 아마 복선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by 지크피디 ByJIKPD

고등학교 에피소드 셋, 친구의 벌

평일보다 짧은 수업이 있는 토요일에 학교를 마치고 중학교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그 때는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에 수업을 갔다. 4교시만 하고 마치는 토요일은 우리에게 '소리 질러' 의 날이었다. 수업으로 억눌린 영혼들은 종 치기 전 마음속으로 10,9,8,7... 카운트다운을 하고 발이 안 보이게 교문 밖으로 후다닥 빠져나갔다.

학교와 가까운 시내인 창동에서 자주 만났는데, 주말이면 자유에 배고픈 학생들의 성지였다. 근처에는 시장도 있는데, 6.25떡볶이는 정말 별미 중에 별미이다. 6.25

피난시절에 만들어져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국물 떡볶이에 당면으로 속을 채운 튀긴 만두를 넣어 먹으면 다른 생각이 안 난다. 이 시간이 바로 학생들 영혼의 치유시간이 따로 없다.

“정말 맛있어 보인다.”

“맞아! 국물 떡볶이는 튀김을 넣어 먹는 재미가 있어.”

“내가 떡볶이 마니아잖아.”

“그래? 다음에 한 번 먹으면 돼지.”

“혼자 먹어야지.”

“뭐라고?”

“에이, 안 됐다. 같이 먹어줄게.”

“가지가지 한다.”

K와 함께 농담을 하면서 대화를 하는 동안 소녀들은 뭔가 억울한 듯 웃긴 듯 미소를 띠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만났다 하면 학교에서 일어난 일 말하기 퍼레이드가 시작되곤 했다. 서로의 학교생활 에피소드를 듣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었다.

“야, 무슨 일 있었나?”

“우리 완전 전부 다 벌섰잖아.”

“수업시간에 숙제검사 하는데, 번호를 부른다 말이야.”

“어어!”

“그리고 그 번호 불린 줄을 대표로 검사를 해.”

“만약에 안 했으면?”

“다 맞아야지.”

“그러면 벌은 왜 선건데?”

“몰라~ 사실, 다른 줄에 애도 안 한 거라”

“옴마야.”

“다 밖으로 나오라고 하데. 운동장으로 나갔지. 다 무릎 꿇고 하늘을 보라고 하는 거야. 그랬는데 하늘에서 비가 오잖아.”

“크크, 머리도 댕강 잘라가지고 되게 웃겼겠다.”

“야, 얼마나 힘 들었는데. 다리 모이고 장난도 아니었다.”

우리는 현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웃음이 새어나왔다. 벌 선 이야기가 웃긴 것이 아니다. 그 이야기는 얼마나 슬픈가! 다들 복장검사하고, 머리도 귀 밑까지 댕강 잘라서 손 들고 벌서고 있는데 하늘에서 비까지 내리다니.. 상상만 해도 웃겼다. 하지만, 심심한 위로를 친구에게 전하고 친구의 에피소드는 시간이 지나도 우리가 만나면 이야기 거리로 남게 되었다.

“당시에는 진짜 철이 없어서 벌만 피해가자는 분위기였어.”

“사실 숙제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더 중요한 것은 왜 공부하는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철이 없다 보다는 근본적으로 어떤 부분이 잘 못 된 거지.”

“그러게! 청소년 때까지야 어른들의 지도가 필요하긴 한데. 이 때 부터 내가 왜 시키는대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되지.”

“인생에 대한 Why에 대한 질문과 답이 교육현장에서 필요한 것 같아.”

“맞아, 어떤 사람이 지금 되라고 말할 수 없더라도 스스로가 그것을 찾도록 도와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필요해. 그런데 떡볶이는 언제 사 줘?”

“내가 같이 먹으러 가자고 했지. 사 준다고 했냐?”

“이것 보소. 친구가 먹고 싶다고 하면 사 줘야지.”

“맡겨놨어? 알았어. 이번에 한 번 내가 쏘지.”

“예스!”

이렇게 친구의 벌 이야기를 듣고 맛있는 떡볶이를 먹으면서 고등학교 시절의 토요일은 웃음으로 즐겁게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에피소드 넷, 댄스동아리 아프로디테


‘아람단’이라고 들어 봤나? 초등학교 시절에 걸스카우트랑 아람단을 거쳐서 고등학교 때는 청소년 연맹에 동아리로 들었다. 아람단 시절에는 어린이라서 그런지 이런 저런 활동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는데, 청소년 연맹 시절에는 어릴 때보다는 많은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청소년연맹 연합으로 댄스대회가 있었다. 거기에 참가하기 위해서 맹연습을 했다. 오늘도 친구들과 학교 연습실에서 모이는 날이다.

“자 이거 마셔 K.”

“고맙다.”

“뭘 이런 것 가지고.”

“교실 안을 보니까 정작 네가 마셔야 하겠는데.”

우리가 연습한 곡은 젝스키스의 노래였다. 점심시간에 재빨리 점심을 먹고 나면, 연습실에 모여서 연습을 했다. 고1때 이었는데, 정말 틈틈이 시간을 내서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선배언니들의 기대도 컸다.

“한 번 맞춰보자.”

“대회까지 얼마 안 남았네.”

“음악 틀어보자.” 

5명이었는지 6명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어쨌든 마음을 모아서 꽤나 진지하게 연습했던 것 같다. 중학교 수련회 이후로 고등학교에서도 춤을 추게 된 시간이었다. 그냥 모여서 연습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역시나 좋아서 하는 일은 누가 말리지 않아도 한다. K가 질문을 한다.

“이름은 어떻게 정한거야?”

“이름? 선배언니가 지어줬어.”

“이름이 뭐였는데?”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라. 한 마디로 여신들이네.”

“나도 몰라. 그 때는 그냥 이름 받았어.”

“크크 네가 여신이라고?”

“그만해라.”

이렇게 K가 놀리는 사이에도 소녀들의 손과 발은 동작 하나 하나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대회 당일이 되었다.

“야, 사람들 많이 왔다.”

“떨린다.”

“떨지 마라.”

“앞에 하는 애들 얼마나 잘 하는지 보자.”

“우리 차례 많이 남았나?”

“다 되어 간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무대 위로 발걸음을 하나씩 옮겨가며 마침내 우리 모두가 무대 위에 서게 되었다. 3개 도시의 청소년 연맹인 학생들이 다 왔기 때문에 규모가 꽤 컸다. 많은 눈이 우리를 주목해서 보고 있었고, 전주곡이 흘러나왔다.

“사람이 많이 왔네.”

“맞아. K 너는 동아리 있었어?”

“나는 따로 동아리 안 들었고, 대신에 음악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어.”

“진로를 벌써 정했던 거네.”

“맞아. 나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싶었거든. 멜로디가 사람 마음에 닿았을 때, 순식간에 녹아내리듯 아픈 것들을 녹아내리게 하고 싶었어. 지금도 매일 곡이 떠 오르면 주저하지 않고, 악보에 옮기곤 해.”

“대단하다. 어릴 때부터 진로를 정하고.”

“빨리 아프면 빨리 성숙하다잖아. 자연스럽게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할 수 있게 해 줬어. 대단하다고 해주니까 그런 건가 보다 하고 있으련다.”

 모든 참가자들의 순서가 지나가고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이 되었다. 재수없는 소리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잘 한 것 같았다. 그냥 다른 팀들을 보면서 느낌이 그랬다. 1등상 이름이 무엇이지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난다. 어쨌든 발표해 주시는 분이 모든 상을 발표하고 마지막 상을 발표가 남았다.

내가 앞서 한 이야기들이 아마 복선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맞다. 이 날 우리가 댄스대회 1등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기분이 좋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이런 순간에 적용되는 것인가! 성취한 기분을 떠 올릴 수 있다는 일이 있다는 것은 힘든 순간에 큰 힘이다. 우리 같이 춤을 춰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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