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를 가서 이뤄지는 장기자랑은 정말 그야말로 축제였다
중학교 에피소드 다섯, 장기자랑
중학교 시절 장기자랑 시간은 소소한 즐거움, 때로는 아주 큰 이슈이기도 했다. 수련회를 가서 이뤄지는 장기자랑은 정말 그야말로 축제였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자발적으로 열심히 했는지! 역시나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사람은 제일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모여서 연습을 했다.
중3때 졸업여행에 가서 발표한 장기자랑은 당시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면 대부분 느꼈을 거라고 믿는다. 어린열정의 순수함과 열광이라는 단어를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리지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좋았다.
“은정이 니는 꼭 해야 한다.”
“왜?”
“잘 추잖아.”
“생각 좀 해 보고.”
재미있는 그 소녀는 순수히 받아들이지 않고, 한 번 튕겼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끈질긴 우리의 시간들은 은정이와 함께 장기자랑 준비를 시작하게 만들어 줬다.
“집에서 다들 보고 와야 된다.”
“그래, 집에서 연습하고 오자.”
“오~열심히 하는데.”
“당연하지.”
집에 가서 음악방송을 틀고, 녹화해서 보고 또 보고를 셀 수도 없이 반복했다. 당시 했던 노래는 HOT의 ‘전사의 후예’, ‘영턱스클럽 정’ 이었다. 5명이서 같이 맞추기를 수십 번을 했다. 역시나 좀 힘들어서 게으름 아닌 게으름을 부리면, 또 서로 질책하기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장기자랑 날짜는 점점 다가온다.
“야,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진짜! 야야 떨린다.”
“호들갑 떨지 마라.”
“이제 마지막으로 한 번 연습 해 봐야지.”
“한 번 해볼까?”
“한 번 해보자!”
“됐나?”
“됐다!”
딩딩 딩디리딩딩 딩딩 딩디리딩딩~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스피커를 통과해서 우리들 주변에서 춤을 시작하게 만든다. 우리 손과 발은 절도를 맞추고, 음악에 따라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켜보던 친구들도 숨죽이며, 때로는 낄낄대며 이 시간을 바라보고 있다. 이 때 까지 연습한 모든 에너지를 다해서 동작을 했다.
“잘 한 것 같나?”
“아까 이 부분 좀 안 맞던데?”
“야, 지금 안 맞으면 안 되는데.”
“한 번만 다시 해 보자.”
“힘든데...”
“해야지!”
"알았다. 해 보자.”
“보는 너희들도 잘 봐죠.”
“알았다.”
다시 음악이 긴장을 타고 흘러나온다. 우리는 했던 춤 동작들을 조금 더 신경을 더해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땀도 흘러서 내린다. 이제 음악은 마지막을 향해서 흘러가고 있고, 우리의 맞춰진 동작의 순서도 마지막을 향하고 있었다. 정말 춤을 출 동안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이제 됐나?”
“이번에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우리들의 대화는 참 단순하다. 그냥 되면 된거다.
“파이팅 한 번 하고 마치자.”
“싫은데~”
“야 좀 빨리!”
“알겠다. 다 같이 파이팅!”
그냥 가는 법이 없다. 한 번 거절해 주는 것이 센스인 것이다. 이렇게 마지막 파이팅을 마치고 수련회 장기자랑을 기다렸다. 세상 걱정 없이 가기 전날 친구들이랑 만나서 과자랑 음료수를 사고, 음악을 들으며 내일을 기대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햇빛이 왠지 모르게 경쾌하게 내 눈을 부시게 한다. 기분 좋은 눈부심이다. 엄마가 여러 번 깨우지 않아도 내 몸은 무엇인가 깨달은 듯 재빨리 일어난다.
“빨리 일어났네.”
“예~”
“아침 먹고 빨리 가자. 김밥이다. 아침 먹을 것 하고, 점심하고 챙겨 놨다.”
나는 아침을 먹고, 가방을 꾸린 뒤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나온다. 모이라고 한 장소까지 친구들과 아침수다를 놀이삼아 장난을 치며 도착했다.
“다들 들 뜬 모습인데”
“완전 상기 되었지?”
“우리도 따로 차타고 따라 가 보자.”
“그래 K"
우리는 모두 버스에 올라타고, 역시 가방을 열어 과자부터 꺼낸다. 버스 안에서 게임하고, 선생님이 틀어주신 노래기계로 곧 버스 안은 고속도로 노래방이 된다.
서태지의 컴백홈이 흘러 나오면 아이들은 자동으로 노래가 시작 되었다. HOT와 젝스키스 팬인 친구들의 신경전도 기억이 난다. 신문지 말아가지고 팬들끼리 진심 반 장난 반 칼싸움을 하기도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재미가 있다. 공부에 지친 중학교 아이들에게 이런 가수들의 노래는 오아시스 같이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 줬다.
“다들 잘 놀고 왔나? 오늘 밤에 장기자랑 있으니까, 반마다 잘 준비하고, 조금 있다 모입니다.”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온 것이다. 모든 아이들은 비장한 각오로 마지막 점검을 한다. 또 다른 애들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체크 해 보기도 한다. 밤이 깊어 가고, 캠프파이어도 한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되는 장기자랑! 순서는 흘러가고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저기 나온다.”
“응응 , 드디어 시작이야 K."
“와~~~”
애들 반응은 최고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우리는 준비했던 동작들을 실수 없이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스텝을 바꿔가며 순서에 따라 손과 몸 전체를 말 그대로 움직이는 시간이다. 마지막 음악이 나오고 우리의 움직임도 마지막을 끊어 낸다.
이 날은 정말 대단 했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높은 순위에 들었다는 것이다. 우승이었는지 아니면 2등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잘해서 기분이 좋았다.
졸업여행의 밤은 깊어져 가고, 친구들 얼굴에 지워지지 않는 매직펜으로 장난을 치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아무 걱정 없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 생각하면 정말 큰 행운이다.
L작가의 제6화 초중고대 소설
중학교 에피소드 여섯, 샤프와 윤미
당시에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입학시험을 쳐야했다. 중요하고 안타깝고 정말 싫어했던 것은 다음 해부터는 시험이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1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며 투정 부리던 모습들이 생각난다. 변별력을 위해서는 이런 시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는 인정하지만, 당시 어린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것은 정말 공부하기 싫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야간 자율 학습, 줄여서 야자라고 하지 않는가! 그것을 해야만 했다. 지금 생각하면 공부는 싫었지만, 친구들과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좋았다. 왜냐하면, 그 시간에 공부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날씨가 꽤 쌀랑하다."
"저녁이라서 그래, K"
"나는 학교에 남지 않고, 집에 갔었거든."
"난 남았다."
"열심히 했어?"
"그럼, 얼마나 열심히 했다고. 그런데 중3 되니까 수학이 어려워지더라."
"중2때와는 다르긴 하지. 그런데 지금 쟤 지금 뭐하고 있어?"
"누구?"
밖에서 창 안을 쳐다보니 한 소녀가 유리창을 재빠른 손놀림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무언가 정해진 시간에 해 내야하는 사람처럼 신속, 정확한 유리창 청소를 위해서 손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야자시간 전에 담임선생님께서는 경고를 하고 가셨다.
"내가 갔다 왔을 때, 움직이거나 서 있는 놈들은 혼난다."
"네..!"
역시나 모두 말은 잘 했다. 그리고 선생님의 으름장 덕분에 많은 아이들은 앉아 있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못 참고 일어난 것이다. 바로 벌 청소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중에 마치고 하는 것이었으나, 그녀는 남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재빠르게 손을 움직여서 유리창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키득키득
곳곳에서 웃는 소리가 새어져 나오고 있었다.
"야, 니 그러다가 걸리는 것 아니가?"
"빨리 하면 된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도 선생님은 그 때 오지 않으셨다. 아이들은 점점 의지력을 잃고 대화를 시작하기도 하고 처음의 정숙한 분위기는 선생님이 무서워서 크게는 흐트러지지 않았으나, 조금씩 흐트러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소만 살짝 띄고, 자리에 붙어 앉아 공부에 매진하는 멋진? 친구가 있었으니, 바로 윤미였다.
"저 친구 대단하네."
"K, 애들이 오늘 좀 앉아있네."
그런데 이 때, 또르르 윤미의 샤프가 눈치도 없이 바닥으로 굴러간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다음이다. 윤미는 곧 샤프를 줍기 위해서 이때까지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공부하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꼭 짠 것처럼 선생님이 등장하게 된다. 나지막하게 교실 안을 울리는 선생님의 목소리!
"김윤미, 나와."
우리는 완전 웃음을 참는다고 다 난리가 났다. 윤미는 억울한 듯이 말했다.
"저 이 때까지 공부했는데요."
"빨리 나와."
하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는 하나였다. 나오라는 것! 이건 슬픈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진지한 소녀들이 아니었다. 윤미는 이내 선생님에게 이끌려서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야야, 진짜 웃긴다."
"그러니까! 샤프 주우러 일어난 것 뿐인데."
잠시 시간이 흐르고, 무슨 시트콤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윤미가 소리 없이 들어왔다. 그리고 주변에 앉아있던 애들이 묻기 시작했다.
"야, 뭐라고 하던데?"
"맞았다. 너네도 봤잖아. 계속 앉아 있는 거"
"그랬었지."
"진짜 운도 없다."
"흑흑흑"
"우리 진짜 많이 웃었잖아."
"야 됐다."
이렇게 해서 윤미의 에피소드로 며칠간 또 놀리면서 웃곤 했다. 이 때는 이런 사소한 일들이 그냥 다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많이 웃어도 되는 거야?"
"괜찮아. 다 장난인 줄 알고 있어."
"참 애들이 짖궂네."
"저 때 다 그렇지 뭐~!"
"이제 마쳤나 보다."
"어, 우리도 가자."
밤은 이미 깊었고, 야자시간도 다 돼서 끝나는 시간이 되었다. 종치기 전 카운트다운을 하며, 가방을 메고 준비했다가 종이 치면 시속 100km로 뛰쳐나갔다. 공부 때문에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추억이 있어서 그 때를 잘 지나왔다.
맞다! 네일 가게 건물 주인 아저씨와 전세 계약을 다시 해야 한다. 세가 너무 많이 올라서 네일 작업실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업실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손님도 받고 있는 엄연한 샵이다. 네일 연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샵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세가 오르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내가 이야기했기 때문에 K도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오늘 재계약 날이지?”
“맞아, K ”
“괜찮아?”
“한 번 협상해 봐야지.”
“그래, 현재로 돌아가자!”
K는 말을 줄이고, 엄지에 있는 마스터링을 현재로 갈 수 있는 중지에 있는 반지에 끼운다. 가고 싶지 않은 내 얼굴을 억지로 외면하면서!
“준비 됐지?”
“어, 가고 싶지 않지만...”
“집중 하는 거야!”
“알겠어.”
"1,2,3 “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했다. K는 가고 보이지 않는다. K가 보이지 않는 것이 지금 이 순간은 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휴- 어떻게 말하지! 그래도 이걸로 학비를 벌고 있는데, 여기마저 없어지면 어떻게 할지 계속 짓누르는 마음이 건물주인 아저씨 얼굴을 볼 때까지 계속 될 것 같다.
하필 이 때 스니커즈 끈도 풀어지고 넘어질 뻔 했다.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 내 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스니커즈 무게가 2배는 무거워진 걸음으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걸어갔다. 드디어 네일 작업실 앞에 도착했다. 여느 때와 같이 블라인드를 올리고, 어제 작업하던 네일 팁을 정리하고 있으니 낯익은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계십니까?”
“아, 네 주인 아저씨! 들어오세요.”
“오늘 날씨가 굉장히 좋네.”
“날씨는 눈치도 없이 좋네요.”
“무슨 소린가 그게?”
“아, 아니예요. 날씨가 너무 좋다는 이야기요.”
건물 주인 아저씨와 드디어 협상을 해야 하는 시간인가! 정말 이런 일 없이 그냥 좀 나를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는 것은 무리일까? 티코너에 있는 보이차 티백 하나를 종이 컵에 넣어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한 잔 우려내는 잠깐의 시간이 나에게는 마치 1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다. 차를 들고 아저씨에 손에 건낸다.
“저... 아저씨!”
“왜 부르는가?”
“왜 부르는지 아시잖아요.”
“나는 잘 모르겠는데.”
“늦게 대학 다니면서, 네일 작업실에서 조금씩 번 돈으로 학비를 내고 있어요.”
“그건 이전에도 한 번 들었지.”
“그렇다면, 한 번 가게 세 올리는 것 고려 해 주시면 안돼요?”
아저씨는 팔짱을 끼고, 내 이야기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나 보다.
“사정은 정말 미안하지만, 물가가 너무 올랐어. 나는 먹고 사는 수단이 이거라고.”
“하지만, 저는 가게 세를 이렇게 올려버리시면 너무 힘들어져요. 학비를 못 낼 거예요.”
“어허, 나한테 지금 화내는 건가?”
“화 내는 게 아니고, 제 사정을 간곡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아저씨 보세요. 제가 올 해 학교만 마치면, 본격적으로 네일샵 운영을 해서 그 때 꼭 올려 드릴께요.”
“아, 이 친구 참!”
“한 번만 더 생각 해 주세요.”
“참 나, 내 사정은 생각 안하나?”
“아저씨... ...”
점점 언성은 높아지고, 건물주인 아저씨와 나는 감정이 격해졌다. 하지만, 나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또, 네일 작업실을 그만 두고 싶지 않았다. 여기는 단순한 작업실이 아닌 내 꿈이 담겨 있는 공간이고 소통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이번 주까지 한 번 고민을 해 보겠네.”
“진짜요? 감사합니다.”
사실 아저씨는 건물이 몇 채가 된다. 물론, 그것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시겠지만, 결코 돈을 적게 버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되기도 한다. 뭐, 생각한다고 하셨으니 기다려 보는 수 밖에!
K와 고등학교 시절로 같이 가기로 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약속 장소로 숨 가쁘게 뛰어갔다. 달려가면서 보니 나에게 이제는 익숙해진 기타를 든 K의 모습이 보였다. 좀 더 속도를 내어 달려간다.
“K”
“어, 왔어?”
“헉헉..”
“엄청 뛰었나 보네.”
“완전 시속 100km로 뛰어왔어.”
“걸어오지 왜 뛰어왔어?”
“약속 시간이 다 되었지 뭐야!”
“아저씨랑 이야기는 잘 됐어?”
“아니, 아직 확정은 안 됐어. 대신 일주일간 생각해 보신다고 했어.”
“그럼 아직 시간이 좀 남았네?”
“나도 모르겠어!”
“그래, 우선 너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보자. 준비 됐지?”
“아니.”
“왜?”
“신발 끈 좀 묶고, 아까 묶었는데 또 풀어졌네.”
“알았어. 묶어봐.”
“야, 오늘은 부드럽다?”
“원래 이런 사람이야.”
“아닌데!”
“빨리 묶기나 해.”
“알았어.”
“이제 진짜 준비 됐지?”
“준비 됐어.”
“하나, 둘, 셋”
우리는 학교 운동장에 도착했다. 멀리서 고등학교 시작을 맞이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학생들이 자기의 교실을 찾아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