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작가의 제11화 초중고대 소설

친구와 함께 학예발표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by 지크피디 ByJIKPD

고등학교 에피소드 다섯, 교환일기

연습장을 열고 있는 소녀를 본다. 커다란 눈망울을 그린 뒤, 얼굴선을 그려내고, 코와 입을 완성하고는 머리카락을 세심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쉬는 틈만 나면 연습장 또는 빈 곳에 만화 속 여자 주인공을 그리는 것이 일상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내 감정을 종이에다가 마구 적기도 하고, 때로는 일기장에 적기도 했다.

이런 감정과 하루 있었던 일을 적어서 서로 교환하는 것을 교환일기라고 하는데 고등학교 2학년 동안 친구랑 바로 이 교환일기를 적어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친구는 문과였고 나는 내가 생각해도 안 어울리는 이과였다. 그래서 여러 가지 있었던 일들과 감정 상태를 적어서 친구랑 교환해서 페이지를 넘기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까 궁금해 했었다.

“이런 것도 했구나?”

“여자애들은 이런 거 좋아하잖아. 수업시간에도 급하면 쪽지 적어서 전달하기도 하고.”

“역시 여자들은 언어감각이 발달 해 있어. 재밌었겠는데.”

“무미건조한 학교생활의 활력소 중 하나였지.”

어떤 날은 교환일기를 펼치면 걱정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일기 속에 적힌 에피소드 때문에 배 잡고 웃기도 했다. 어떤 내용인지에 따라서 내 감정상태도 조금씩 변화를 가지게 된다. 친구가 교실에 왔다.

“뭐 하는데?”

“숙제하고 있다!”

“숙제 많나?”

“많다.”

“자, 이거 놔 두고 간다.”

“알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고등학생 때 사춘기가 왔던 것이 아닐까 생각 해 본다. 반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논 기억도 있지만,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삶이 재미없었던 느낌이다. 곧 고3이 되기 때문에 그랬을까? 지금 돌이켜봐도 난 왜 꿈을 가질 수 없었을까? 그 땐 가정형편이 힘든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래서 꿈을 가지지 못 했을까?

“K, 나도 너처럼 빨리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고 내가 할 일들을 생각 해 봤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봐.”

“왜 꿈이 없었던 것 같아?”

“몰라, 철이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철이 있는 부분도 있었거든. 그런데 근본적으로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라는 이야기 이 외에는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 분명 어떤 어른들은 무언가 얘기해 주셨을 텐데 말이지.”

“아무래도 무엇을 듣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

“교환일기 이야기 하다가 이런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은 그 때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서...”

“친구야, 이해해. 네 마음.”

“이해해 주니 고맙네. 오늘 해가 어디서 뜬 거야?.”

“동쪽에서 떴다.”


언플러그드 보이가 한창 유행하던 그 시절 친구와의 교환일기 디자인은 언플러그드 보이였다. 지금 읽어보면 참 유치하지만, 당시에는 절박한 심정도 담겨져 있고, 그냥 만사 싫은 속 마음도 적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생각 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일기장에 적었다. 멀리 친구들과 박장대소하며 즐겁게 이야기 하고 있는 친구가 보인다.

“어, 왔네.”

“뭐하고 있는데?”

“아까 고무줄 놀이 했거든.”

“고무줄 진짜 오랜만이네.

“혜진이가 그거 하다가 자빠져서 그 이야기 한다고.”

“크크 진짜? 웃겼겠네.”

“교환일기네.”

“어, 오늘 교실에서 놀랄 일이 있었거든. 적어뒀으니까 읽어봐.”

“그래, 알았다. 마치고 1층에서 보자.”

“어, 나중에 올게.”


오늘도 일기장에 너무나도 길게 느껴지는 학교에서의 하루 중 일어난 일을 적었다. 그 순간은 또 재밌다.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난 무엇을 할까? 패션잡지를 참 좋아했었는데! 지금의 고등학생 동생들도 학교생활 자체를 이겨낸다고 힘들 것이다. 난 그 마음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그들에게는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마음이다. 가정문제, 성적문제, 친구문제 벗어나서 자신만의 꿈을 찾기를!


고등학교 에피소드 여섯, 아라비안 나이트


학예발표회가 고2때 있었다. 물론, 이것저것 무언가 힘든 느낌이었지만, 또 재미있는 일들도 있기는 했다. 아침 일찍 맞춰놓은 자명종 소리를 듣지 못하면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뜨기 싫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씻고 나서 엄마표 아침식사가 차려진 식탁으로 가서 수저로 밥을 뜨고 한 공기를 비운다. 교복을 갈아입고, 친구랑 만나서 버스를 타기 위해서 골목길을 나와서 버스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친구와 함께 학예발표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도 이번 학예회가 궁금한지 나에게 가볍게 질문을 던진다.

“너희 반은 그때 뭘 하기로 했어?”

“우리 반은 뭐 하기로 했냐고?”

“어, 곧 보겠지만 궁금해서.”

“우리는 말이지. 아라비안 나이트를 하기로 했어.”

“아라비안 나이트? 어떻게?”

“수건 같은 것 쓰고, 알잖아. 아라비아식 춤을 요래 추는 거.”

3명의 친구와 내가 전체적인 구성과 음악을 선정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학교를 마치고 나서 학교에서 또는 친구 집에 모여서 구성기획과 음악선정, 안무를 짜야했다. 그 시간이 지금 생각해 보니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인정이 집에서 녹음작업을 하기로 했다. 녹음실 같은데서 하는 멋들어지는 작업은 아니다.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녹음기능이 있는 카세트를 이용해서 한 쪽에는 원본 음악이 든 테이프를 넣고, 한 쪽에는 공 테이프를 넣고 녹음 하는 작업이다. 기억하기로 김준선씨의 아라비안나이트와 또 다른 음악을 섞어서 테이프를 만들었던 것 같다. 인정이, 수연이 그리고 나는 음악이 순서대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 그 순간에는 나름의 녹음장인이 되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녹음을 했다.

“이제 누를거다. 준비 잘 하고 있어라.”

“준비됐다.”

“소리내면 안 된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또 죽였다. 인정이는 한 쪽 카세트의 플레이버튼을 누르고, 나는 카세트 녹음기능 쪽의 플레이와 녹음버튼을 동시에 눌렀다. 인정이와 나의 이 작업은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 이렇게 방과 후 하루를 잡은 시간동안 녹음작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이제는 배가 고파졌다.

“배고프다.”

“라면 끓여 먹자.”

“이제 안무만 짜면 되제?”

“어, 안무만 짜면 된다.

이야기 하는 사이에 라면이 다 끓었다. 인정이가 상위에 김이 연기가 되어 올라오는 완성된 라면을 올리고 가지고 왔다.

“야, 진짜 맛있다.”

“내가 좀 잘 끓이잖아.”

“그만하시지.”

“어, 거의 다 먹었다.”

“야아아.”

마지막 면발은 수연이가 호로록 한 아쉬움에 우리는 ‘야’를 남발했다. 그녀의 손은 어찌나도 빠르던지 순식간이었다. 이렇게 라면 면발 하나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제 안무만 준비하면 학예발표회 준비 끝이네.”

“맞아 K. 이제 안무만 준비하면 돼.”

“기대된다. 옷도 맞출 거라면서?”

“응, 아라비아 느낌 나도록 바지랑 소품들 맞추기로 했어. 기대 하시라고.”

드디어 학예발표회 날이 왔다. 각 반들은 준비한 내용들을 마지막을 향해 달리며 연습한다. 방송으로 학교 내 실내체육관으로 모이라는 결전의 소리가 들린다. 결전이라고 하는 것은 상품이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어릴수록 상이라고 하면 칭찬의 결과물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좋아하기 마련이다. 사회는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이가 유난히도 하얀 그녀가 맞게 되었다.

“애들 연습 정말 열심히 했나보다.”

“다들 얼굴이 상기 되었지? 잘 해 보려고 다들 굳은 결심했네.”

“저 팀은 시스터 액트야?”

“어! 맞아. 영어선생님이신데 우피골드버그 역할 하신다고 했는데. 드디어 개봉!”

I will follow him~ 음악이 흘러나오고 다른 반의 발표가 시작 되었다. 영어선생님이 지휘하시면서 돌아 볼 때마다 학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유쾌하고 항상 밝으셨던 영어선생님은 우리를 좋아해 주시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계셨다.


선생님의 활약이 끝나고, 바통은 우리 반으로 넘겨지게 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강당 밖에서 쌀쌀한 날씨를 이겨 내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앉고 강단의 계단을 하나씩 밟아 무대 위에 정렬을 했다.

“드디어 시작이야 K."

"저기 네가 보이네.“

“맞아, 드디어 시작이야.”

아라비아 분위기를 담은 노래가 흘러나오고, 연습했던 안무를 떠 올리며 모두 다 한 동작씩 열심히 안 틀리도록 강단 위에서 이리 저리 열심히 움직였다. 라면을 나눠 먹으면서 녹음했던 테이프 속 음악들이 처음에서 시작해서 마지막을 향하며 끝났다. 뭔가 잘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발표시간이다. 열심히 한만큼 잘 되었으면 좋겠다. 교감선생님이 발표를 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결과는 우승? 아니다. 2등인가 3등을 했던 기억이다. 그래도 반 전체가 마음을 모아서 열심히 해서 등수에 들었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었다. 무언가 함께 해서 결과를 내는 일 신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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