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대 4잎사귀 K작가이야기10

엄마와 교복을 맞추러 갈 때면, 항상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야했다.

by 지크피디 ByJIKPD

-K작가이야기10-

엄마와 교복을 맞추러 갈 때면, 항상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야했다.

내 몸은 상의 85사이즈였는데 엄마는 자꾸만 90~95 사이즈를 입히려 했기 때문이다.

나도 뭐,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갈 적에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엄마가 입으라는대로 입었다. 엄마는 네가 나중에 키도 더 크고 자랄 것이니 한 사이즈 크게 맞춰 입어야 한다고 했다. 순진한 14살의 나는 엄마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

하지만 나는 여자고, 여자는 중학교에서 진학하고 나서 엄청나게 먹지 않는한 체중이 많이 불지도 않고, 신장도 남자처럼 무지막지하게 크지 않는다. 보통 그 때 쯤 월경을 시작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의 성장은 더디다. 내가 14살 때 152센티미터였고 중학교를 졸업할 때 158센티미터였다. 지금의 내 키는 162 센티미터다. 몸무게도 14살 때 보다 5kg밖에 안 불었다. 물론 5kg을 뺀거긴 하지만.. 아무튼, 나는 처음 맞춘 교복이 중학교 3학년이 돼서도 딱 맞거나 하지 않았고, 자기 몸에 맞게 예쁘게 입는 아이들이 굉장히 부러웠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는 무조건. 내 몸에. 딱!!!! 딱!!!!! 맞게 입으리라 다짐했고 교복을 맞추기 며칠 전부터 엄마에게


“나 이번에는 몸에 딱 맞게 맞출거야!”

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아우 알았어. 네 마음대로해.”

라고 엄마는 받아쳤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우리엄마는 막상 가게에 들어가면 말이 바뀔 것이라는 걸... 그리고 나의 예지력은 기가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그 때도 몸이 별로 불지 않아 85사이즈를 입어야 했던 나에게 엄마는 90사이즈를 권했다.

“아, 싫다고! 90 커!”

“아니야. 안커. 입어봐.”

입이 대빨 나와가지고선 탈의실에서 교복을 갈아입었다. 입어보는 그 순간에도 알 수 있었다.

이 교복은 나에게 크다.

거울을 봤을 때는, 내가 원하던 모습과는 정 반대의 내가 서 있었다.

“거봐 크잖아.”

“야. 너 이거 3년 동안 입을건데. 네 몸이 크면 이 비싼걸 또 맞추니?”

“아 싫다고!!! 나 85 입을래!”

“어머니. 입어라도 보게 하는건 어떨까요? 입어보고 결정하죠.”

주인 아주머니의 중재로 나는 꿈의 85사이즈를 입게 됐다. 거울로 본 나의 모습은 너무나도 예뻤다. 내가 상상하던 그 핏(fit)이였다.

“난 이게 더 예쁜데.”

“안돼.”

“아 왜안돼에”

“쓰! 안돼!!”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나는 우울했고, 새로 산 교복은 쳐다보기도 싫었다.

며칠 후 나는 당장에 수선집으로 달려가, 교복을 있는대로 줄였다.


내가 이상하다.

마냥 친구들하고 어울려 노는게 좋았던 초등학생 때와 달리, 나의 마음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여지껏 친구로 지냈던 ‘미희’가 예뻐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전에는 다른 사내 아이들과 다를바 없이 지냈던 미희가, 조금은 여려보이고 왜소해보인다. 단발머리도 예쁘고, 그 아이가 웃을 때는 나도 괜시리 따라 웃게 된다. 처음느껴보는 감정인데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언젠가부터 그 애 앞에만 서면 쑥스러워서 얼굴도 잘 못쳐다 보는 일이 많아졌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미희가 무거운걸 지고가거나 하면 가서 도와주고 싶고, 뭘 먹고 싶다하면 사다주고 싶다. 행여 울기라도 하면 어쩔 줄을 모르겠고, 예전과는 달리 아이스케키도 못하겠다.

이상하게도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요즘 보이기 시작한다.

친구들에게 이 이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더니, 내가 미희를 좋아하는 거란다.

내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이게 티비에서만 보던 사랑이라는 걸까? 그러고보니 내가 느끼는 감정과 내가 미희에게 하는 행동이 순정멜로 남자주인공과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데. 이제 어쩌지?

“고백해 자식아. 사귀자고.”

사귀자고..? 하지만 그럴용기는 나지 않는다. 미희와 나는 친구인걸. 미희가 안 받아주면 어쩌지? 미희는 내가 이런 마음이라는 걸 알까?

나의 어린 마음은 잔잔하면서도 강하게 요동치고 있었고, 그런 증상은 미희만 보면 더 심해졌다. 미희와 같은 속셈학원에 다녔던 나는 미희를 보기 위해 학원에 더 열심히 나갔다. 지각도 안 했다. 그러다 보니 미희랑 같이 앉고 싶어졌다. 미희랑 짝꿍하고 싶다..

하지만 미희는 자기 친구들이랑만 앉는걸. 나한테는 여전히 “얌마!” 하면서 뒤통수를 때리고 지나갈 뿐이야. 티나지 않게 옆 분단으로라도 옮겨 가볼까? 아니야. 티나면 어떡하지.

여자아이들이 놀리면 어떡하지.

사귄다는 개념을 알게 된 후 부터는, 미희에게 고백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남자답게 고백하는 거지. 임마.”

라고 말하는 동네 형들의 동조에, 차여도 고백해보자는 용기가 셈솟다가도 미희 얼굴만 보면 그 용기가 목구멍 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야야, 내일 빼빼로 데이잖아. 내일 빼빼로주면서 고백해.”

11월 11일 빼빼로데이. 그래. 내일 미희에게 고백하는거야.

나는 슈퍼로 달려가 미희가 평소 좋아하는 아몬드 빼빼로를 두 개 사가지고는 집에와서 미희에게 짧은 쪽지를 썼다. 고백의 편지였다. 잘쓰고 싶은데 글씨체가 엉망이다.

하지만 진심은 전해지겠지?

그리고 다음날. 나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학원에 도착했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자리에 앉아, 한참이나 빼빼로를 건내주는 연습을했다. 매일 똑같은 교복이지만 잘보이고 싶은 마음에 괜히 카라를 가다듬고 미희를 기다렸다. 그리고 30분뒤.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희의 무리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

미희가 없다.

얼레? 왜 안오지? 늦나? 그럼 언제 주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초조해졌다.

‘이 기지배가 왜 하필 오늘 같은 날, 안오는 거야.’

그렇게 미희 없이 1교시가 시작됐다. 수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오로지 머릿속에는 빼빼로와 미희 생각 뿐이였다. 1교시가 끝나고, 그냥 아무생각도 하기 싫어서 누워있는데..!

“미희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말에 즉각반응한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미희의 손에 빼빼로와 선물이 들려있었다.

“뭐야? 이거 누가 준거야?

“수찬오빠가 줬어.”

“뭐야, 수찬오빠가 고백했어?”

“받아줬어? 어떻게 됐어?”

미희는 아무말 없이 방긋 웃었다. 어린 중학생이지만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우리 이거 나눠먹자.”

미희는 빼빼로 하나를 뜯어서 주변아이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어이~! 너도 먹어~”

조금 걸걸하고 장난스런 목소리로, 미희는 나에게 빼빼로를 들고 걸어왔다.

오지마. 오지마라. 지금 윤수찬이 준 빼빼로 들고 오지 말라고! 

“야. 빼빼로 먹어라.”

미희는 내 표정은 보지도 않고, 그저 장난스럽게 과자를 내 입에 쏙 꽂았다. 나는 그 과자를 씹을 수도 뱉을 수 도 없었다. 그저 약간의 실망스런 눈빛을 한 채로 땅만 응시할 뿐이였다.


그 때, 미희가 말했다.

“야, 근데 너는 나 빼빼로 안주냐?”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참아왔던 울컥함이 약간의 짜증과 화로 뒤섞여 터져버리고 말았다.

“내가 너한테 그딴걸 왜 줘! 미쳤냐?”

“..알았어. 왜 승질이야, 장난친거가지고?”

미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하지만 역시나 또 내 감정은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 다는 듯, 자기 친구들이 있는 무리로 쏙- 숨어버렸다.

미웠다. 미희가 미칠 듯이 미웠다. 내마음도 몰라주고, 다른 형의 고백을 받아준게 너무나도 괘씸했다. 그 날 나는 내가 사온 빼빼로를 동생먹으라며 던져주고, 편지는 찢어버렸다.


왠지 누가 건드리면 눈물을 주르륵 쏟아낼 것 같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미희는 수찬이 형이랑 조금 사귀다가 헤어졌고. 나는 큰 학원으로 옮기기 위해 속셈학원을 그만 뒀다. 미희와 나는 여전히 같은 동네에 살았지만, 그 이후로는 딱히 마주친 적도 없었다.

그렇게 친했는데, 그렇게 재밌게 놀았었는데.. 모든게 나 때문인 것 같아 조금은 아쉽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가끔 미희의 소식을 들으면 한 번 만나서 재밌게 놀고 싶은데,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년 돌아오는 빼빼로데이가 되면, 나도 모르게 나의 첫사랑, 나의 첫 풋사랑이 생각난다.

소심하고 순수했던 귀여운 그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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