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위한 삶인가, 삶을 위한 일인가?’
지난해 제주 올레길 19코스에서 마주한 문구다.
그 앞에서 바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에 제대로 된 한 방을 맞는 것처럼 멍~한 기분이 들었다.
일을 위한 삶? 삶을 위한 일?
솔직히 말해서 나도 전자였다.
일을 위한 삶을 살고 있었다.
매일 아침 8시까지 출근하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대중교통에 오른다.
출근 전쟁을 끝내고 사무실 도착하면
커피 한 잔을 위로 삼아서
노트북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상사의 회의 소집에 팀원들과 함께
우르르 회의실에 모여서 회의적인 회의를 하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구내식당이나 회사 인근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업체들과의 화상 미팅이 이어진다.
보고서 정리하고 윗사람들에게 보고하고 나면
하루 일과가 마무리된다.
중역에게서 급한 지시라도 떨어지면
나의 퇴근 시간은 기약 없이 늦어진다.
이렇게 생활이 반복되면서
하루하루가 지나고
한 주 한 주가 지나간다.
그러면 어느덧 25일 월급날이 다가오고
또 한 달이 지나간다.
그런 한 달이 모여 일 년이 되고
그렇게 20년을 달려왔다.
바로 월급쟁이의 삶이
나의 삶 자체였다.
어느 순간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나의 삶!
반복되는 일 속에서 나의 시간을 사라지고 있었고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번아웃(burnout)’ 현상도 왔다.
내겐 휴식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회사를 잠시 떠나서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나는 육아 휴직을 택했다.
5개월이라는 특별한 시간.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나는 잃어버린 내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일을 위한 삶을 내려 놓고
삶을 위한 일을 고민했다.
이제서야 나는 시나브로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진정한 삶을 조금씩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