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_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인사고과 D라는 인생 훈장
바야흐로 인사고과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이 시절이 다가오면
몇 년 전에 있었던 아찔한(?) 추억이 떠오른다.
이른바 인사고과 D의 충격 사건.
그날은 내 회사 생활 최악의 날이었다.
차장 승진을 앞둔 마지막 인사 고과를 확인하는 그날. 나는 내 눈으로 본 것을 잊을 수 없었다.
나를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게 했던 그것!
인사고과 'D'
우리 실의 100여 명 간부사원 중
최하등급 고과를 받은 것이었다.
승진대상자인 내게 우리 윗분들이 선물해 주신
제대로 된 '엿' 선물이었다.
인사평가 내용을 살펴보니
어디에서도 나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잘하고 있다. 우수하다'
이런 친절한(?) 의견을 남기고
최종 평가는 D! (S.A.B.C.D중에 가장 낮은 등급)
심지어 나는 실질적인 그룹장 역할을 했다.
정년 1년 앞둔 명목상 그룹장 밑에서 실무적인
일을 모두 챙긴 상황이었다.
때문에 그 결과는 볼수록 정말 놀라웠다.
어이없는 헛웃음이 나왔다.
팀장님에게 달려가서 면담을 신청했다.
그는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다"의 반복.
사실 지금 팀장은 잘못이 없었다.
내가 팀을 옮긴 것은 1달 전.
전 팀장과의 갈등으로 팀을 옮겼다.
경주마 같았던 그의 리더십에 반기를 들었고
급기야 회의시간에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더 이상의 확전을 막기 위해 실장님께 부탁해
옆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더욱이 나는 승진을 앞두고 있었기에
더 이상의 갈등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D.
나는 정치범이었다.
일을 못해서 성과가 나빠서라기보다는
확실히 괘씸죄에 가까웠다.
자신의 팀장 권위에 도전하는 내가 싫어서
전 팀장은 내게 최하 고과를 주었고
실장 또한 본사에서 전해온 나의 전출 요청을 듣고
화가 났기에 최하 고과를 준 것으로 보인다.
승진차에서 고과 D는 퇴사를 하라는 의미다.
이유는 향후 4년이 지나야만
이 고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3년간은 승진이 불가능한 고과다.
허탈한 웃음이 다시 한번 나왔다.
조용히 옥상에 올라가서
멍하니 먼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숨이 이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전화기가 울렸다.
"김 과장. 요즘 뭐 하냐?"
예전에 같은 팀에 계셨던 상무님의 전화였다.
오늘 사정을 이야기하니 다음 주에 만들어지는 자신의 조직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그분은 최고경영층의 지시를 받고
신규조직 인원을 모으고 있었다.
회사의 핵심 에너지 신사업 조직이었다.
그리고 나는 1주일 후
다시 새로운 조직으로 이동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해 승진은 누락되었다.
그런 나의 이야기는
누군가 블라인드 앱에 올렸고
수십개의 댓글이 붙으며
비운의 승진 실패자가 영웅처럼 그려졌다.
회사 내부에 의외로 내 편이 많다는 사실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신사업을 하는
새로운 팀으로 옮겨서
1년동안 앞만 보고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다행히도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고과 D로 승진이 불가한 상황이었지만,
다음 해 사업부장(부사장)께서
내 열정과 노력을 좋게 봐주셔서
직접 나를 위해 나서 주셨다.
직접 인사담당 중역을 만나서 해명을 해주셨다.
그래서 다음 해에 정말 운이 좋게
기적처럼 승진할 수 있었다.
다행히 나는 새로운 조직의 임원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승진 후보자에 들어갔고,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인사팀에 긍정적 피드백을 더해주셔서 진짜 운이 좋게 승진할 수 있었다.
차장 승진연차에 받은 고과 D!
어쩌면 내게 훈장 같은 영원히 기억에 남는 인사고과였다.
하늘이 무너져서 솟아날 구멍은 있다.
고과 D의 교훈이었다.
참고로 D를 주신 담당 중역은
2년 후에 보직해임 후 집으로 가셨고
그 전 팀장은 조직 운영 문제로 팀장 면직 후 평팀원으로 강등되어
타조직에서 숨죽여 일하고 있다.
이렇게 달콤한 복수는 끝.
이런게 직장생활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픈 이야기지만
사실 그때는 상당히 힘들었다는 사실.
하지만 이제 어떤 어려움이 와서
버틸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