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의 행복 충전소_영양에코둥지
산으로 둘러싸인 육지의 섬으로
답답한 도시를 떠나서 조용한 힐링 마을로!
하루하루 이어지는 답답한 일상.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떠났다.
일상에서의 탈출이었다.
충청북도를 지나서 소백산을 넘고,
다시 봉화를 거쳐서 청량산을 넘었다.
한적한 2차선의 시골길과 창 밖으로 펼쳐지는 소박한 자연 풍경이 맘에 들었다.
그렇게 2020년 봄날에 처음으로 만났던 작은 시골 도시가 영양이었다.
경상북도 영양군은 백두대간 높은 산들 속에 숨겨진 육지 속의 섬이다. 인근의 봉화, 청송과 더불어 경북의 3대 오지로 불릴 만큼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양군은 조용히 일상에서 벗어나서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최적의 힐링 장소다. 소박한 자연이 아름다운 청정 오지 영양군을 대표하는 자연휴양림이 바로 영양에코둥지(흥림산 자연휴양림)이다.
조용한 산골 휴양림인 영양에코둥지를 향하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소백산 아래에 있는 경북 영주를 지나서 험준한 일월산이나 청량산을 넘어야만 영양으로 향할 수 있다. 아주 오래전 이들 산에서 호랑이가 살 정도로 사람들이 접하기 어렵고 깊은 산지였다고 한다.
영양읍을 향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에서 나와서 한 참 동안을 국도와 지방도를 번갈아 가면서 달려야 한다.
우리 가족도 3시 입실 시각을 맞추기 위해서 아침 일찍 짐을 챙기고 영양으로 향했다.
휴양림 안내도영양에코둥지는 영양읍 북서쪽에 위치한 흥림산(767m) 기슭에 위치해 있었다. 영양읍내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일반적인 자연휴양림은 숲 속 깊숙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가까운 편의점까지만 해도 30여분 정도가 걸리지만 영양에코둥지는 10분이면 충분했다. 휴양림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영양읍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오후 3시에 맞춰서 휴양소 입구에 도착했다. 맑은 물이 소박하게 흐르는 계곡을 따라서 작은 길이 이어졌다. 약 1분 정도를 달리니 휴양소 사무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키를 수령했다. 관리하시는 직원분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바로 숲 속의 집으로 향했다. 새의 둥지처럼 아담한 영양에코둥지에는 숙소와 함께 휴양시설, 걷기 좋은 산책로가 숲과 어우러져 있었다. 관리 사무소 뒤에 산림문화휴양관이 있었고, 6채의 숲 속의 집이 그 뒤로 이어져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하룻밤을 보낼 짐을 가지고 숙소로 향했다. 짐은 숙소 뒤로 이어지는 목재데크를 통해서 옮길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한 배려로 보였다.
오늘 우리 가족이 묵을 숙소는 406호. 홀수는 위층, 짝수는 아래층이었고 우리 방은 가장 마지막에 위치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잘 빠진 방과 함께 테라스가 눈에 들어왔다. 방 안에는 텔레비전과 에어컨, 냉장고, 정수기, 전자레인지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담한 신혼살림방처럼 깔끔한 숙소였다. 주목할만한 것은 테라스였다. 테라스에서는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화로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고, 공간도 상당히 넓었다. 밤에 불을 켜고 바비큐를 구워 먹거나 조용히 벤치에 앉아서 밤하늘을 지켜보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숙소 중간중간에는 벤치가 있어서 따뜻한 날에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영양에코둥지 핫플레이스인 목재문화체험장으로 향했다. 체험장은 숲 속의 집 바로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영양 목재문화체험장은 전시관, 홍보영상관, 어린이놀이방, 목공체험실, 숲카페로 이루어져 있었다. 호기심 많은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공간은 목공체험실. 실제 목공예 제품을 아이 혼자, 또는 가족끼리 만들 수 있는 체험의 공간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약 10여 년 전부터 만들어진 체험장으로, 영양 지역의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을 위한 체험 학습의 장으로 활용된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몇 개 샘플을 둘러본 후에 수납장 제작을 시작했다. 나무 조각을 맞추고, 못을 박기 위해 망치질을 하고, 마지막으로 사포질을 하면서 본인만의 작은 작품을 만들어갔다. 약 40여분 정도 체험학습을 통해서 멋진 수납장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1~2만 원 정도의 재료비만 내면 누구든 체험이 가능하니 영양에코둥지에 들리면 꼭 한 번 들리기를 추천하고 싶다.
목공체험을 마치고 바로 옆건물의 어린이 놀이방으로 향했다. 이미 5~6명의 아이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며 뛰고 달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도심에서 만나는 키즈카페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시간당 1만 원 정도 내는 키즈카페를 이곳에서는 무료로 즐길 수 있었다. 휴양림을 찾는 여행객뿐만 아니라, 인근의 아이들도 이곳을 찾아서 부모님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옆 쪽에는 어린이 도서관도 있어서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으면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었다.
목공예 체험장 위쪽으로는 축구장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있었지만 동절기에는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여름에는 다양한 액티비티가 가능하다고 하니 다음을 기약하며 이번에는 아쉬움을 달랬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따뜻하게 옷을 챙겨 입고 테라스에 자리를 폈다. 건너편에 펼쳐진 숲을 바라보면서 맥주 한잔과 치킨을 즐겼다. 영양 시내에 맛있는 치킨집이 있다고 하여 포장하여 가져왔는데, 저렴한 가격에 맛도 도시의 어떤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맛이 있었다. 영양에 간다면 읍내의 인기 있는 치킨도 한 번 맛보길 바란다. 추운 날씨였지만 멋진 자연 풍경과 치맥. 정말 환상적인 만남이었다. 마음속으로 '이런 것이 행복 아닌가'라는 소박한 행복감이 느껴졌다. 나만의 소확행이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 가족은 영양 최고봉인 일월산에 들렀다. 해와 달이 뜨는 것을 먼저 바라볼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일월산'. 날씨가 좋은 날이면 이곳에서 동해도 볼 수 있다. 경치가 좋고 하얀 눈을 즐길 수 있기에 찾은 곳이다. 다행히 정상까지 산림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오르는 데 어려움은 크지 않았다. 영주 방향에서 영양 터널을 지나서 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꼭 한 번 찾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