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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서 만난 신비의 약수_삼봉 자연휴양림

3개의 높은 봉우리로 둘러싸인 삼봉의 자연 속으로

by Wynn

오대산 신비의 약수를 만나는 특별한 시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오래전 원시 자연의 시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일상의 소음은 사라졌고 오롯이 자연의 소리만이 그곳을 가득 채웠다. 원도 백두대간 깊은 산속에 아담하고 고요한 힐링 쉼터. 그곳이 바로 삼봉 자연휴양림이다. 답답한 세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숲을 즐기기 위해 우리 가족은 매년 이곳을 찾는다.


삼봉 자연휴양림은 오대산의 3개 봉우리로 둘러싸인 강원도를 대표하는 자연휴양림이다.
오대산국립공원 북서쪽의 가칠봉(해발 1240m)과 응복산(1155m), 사삼봉(1107m) 등 세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어서 ‘삼봉’이라고 불리고, 이곳에는 우리나라 3대 약수로 유명한 삼봉 약수가 있다.

삼봉 자연휴양림 입구
삼봉 자연휴양림 가는 길과 계곡

삼봉자연휴양림을 가는 길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나 영동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인제 IC나 속사 IC까지 간 후에 다시 국도를 이용해서 1시간 정도를 달려야 한다. 이 지역이 강원도의 큰 봉우리들로 둘러싸여 있기에 만만치 않은 구룡령이나 운두령 같은 높은 고개들을 넘어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가는 길에는 강원도의 다양한 풍경들도 접할 수 있기에 드라이브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은 길이기도 하다.


2024년 1월 눈 쌓인 겨울 풍경을 즐기기 위해 삼봉자연휴양림을 찾았다. 며칠 동안 내릴 눈이 여전히 길 위에 가득했다. 하지만 제설작업이 잘 되어 있어서 운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구룡령을 지나서 자연휴양림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부터 휴양림까지는 4km를 더 들어가야 한다. 비포장 도로이기는 했지만 직원분들이 어젯밤에 내린 눈을 잘 치워놓으신 덕분에 미끄러지지 않고 무사히(?) 휴양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는 길은 온통 하얀 눈 밭이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설경이 우리를 유혹했다. 아이는 잠시 차에서 내려 눈을 만져보고 싶다고 했다. 차를 세워서 하얀 세상을 즐겼다. 10여분을 정차하고 있었지만 길 위에는 우리 가족뿐이었다.

잠시 고개를 들어서 주변 숲을 살폈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침엽수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이런 풍경을 직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개울도 하얀 눈을 덮고 있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한국의 가장 청정한 계곡이라는 것이다. 삼봉 휴양림 계곡 속에는 1 급수에서만 사는 열목어와 도롱뇽이 산다고 하는데, 지금 같은 겨울에는 어찌 지내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한옥 지구
햇빛지구 숲 속의 집

삼봉자연휴양림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숙소는 한옥지구. 산을 등지고 도로를 바라보고 있는 위풍당당한 모습만으로 삼봉휴양림의 가장 럭셔리한 숙소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몇 번을 도전해 보았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예약을 못했던 아쉬운 공간이었다. 한옥 지구를 뒤로하고 관리 사무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계곡을 사이 두고 이어지는 야영데크들이 눈에 보였다. 야영데크가 무려 81개나 있다고 하니 캠핑족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이 없다.

관리사무소에서 키를 받고 조금만 올라오면 첫 번째 숲 속의 집들이 있는 햇빛 지구가 나온다. 이곳에는 1/3 정도의 숲 속의 집이 웅기종기 모여 있다. 이곳을 비롯해 삼봉자연휴양림의 숲 속의 집은 모두 15동이 있다. 햇빛 지구와 약수 지구에 있는 숲 속의 집은 4인실이 모두 11동, 6인실이 1동, 8인실과 9인실이 각각 2동과 1동이 있다. 어느 숲 속의 집을 택하더라도 오롯이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예약할 수 있는 방이 있다면 무조건 예약을 추천하고 싶다.

햇빛 지구를 지나서 차를 타고 2~3분 정도를 계곡 상류 쪽으로 올라가서 짧은 다리를 건너면 삼봉 자연휴양림의 중심인 삼봉약수 삼거리에 만들 수 있다. 이곳에는 삼봉약수터 대형 주차장이 있고 숲 속의 집과 황토지구 연립동이 있다. 등산로와 산책로도 이곳부터 시작이 된다.

약수지구의 숲 속의 집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살짝 바람이 불었고, 하얀 눈이 휘날렸다. 오래전 다녀왔던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일상의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무념무상 공간이 내 앞에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눈을 감고 멍하니 햇살을 느꼈다. 마냥 웃음만 나왔다. 이런 게 자연이 주는 소박한 행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서 숨 쉬는 것이 좋았고 이 순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크리스마스 카드 속 하얀 세상에 들어온 것처럼 오래도록 이곳에 머물고 싶었다.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보송보송 눈을 밟으며 숙소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삼봉 약수를 마시기 위해 바로 밖으로 나왔다.

혹시 추운 겨울이라서 물이 얼은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약수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발길을 옮겨서 약수 샘물의 뚜껑을 열었다. 찡하게 똑 쏘는 탄산향이 코 끝을 자극했다. 그리고 시원하게 한 잔을 마셨다. 역시나 사이다보다 조금 찐한 탄산음료의 맛이었다. 삼봉약수는 오색약수, 개인약수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약수 중 하나다. 철분, 불소, 망간이 함유돼 위장병과 피부 및 신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삼봉자연휴양림의 명물인 삼봉약수에는 여러 전설도 전해진다. 조선 문종 때 권전이라는 대감이 날개가 부러진 학이 날개를 적시고 다시 날아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삼봉약수이라는 것이다. 그때부터 이 물을 마시면 질병이 금방 나았다고 전해진다. 말 그대로 신비의 약수다. 악하고 부덕한 사람이 마시면 약수가 흙탕물로 변한다는 재미있는 전설도 있다. 다행하게도 몇 번을 마셨지만 흙탕물이 변하지 않았기에 나는 부덕한 사람은 아닌 듯하다.

삼봉 약수 건너편에는 황토지구의 연립동이 있다. 펜션 형식으로 최근에 지어진 건물인데, 이곳에는 여름을 즐기기에 최고의 장소다. 바로 앞에 오대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맑은 계곡이 있는데, 발만 넣으면 여름이 사라져 버린다. 지난여름에도 이곳을 찾아서 시원한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 삼봉자연휴양림 근처에서는 상봉 약소로 만든 백숙과 닭볶음탕 등이 유명하다.

약수터 가는 길과 추운 날씨에서 얼지 않는 삼봉 약수
황토지구의 연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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