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자연과 야생 동물을 만날 수 있는 방태산 자연휴양림.하지만 어떤 숙소도 예약할 수 없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이런 공지가 나와 있었다.
○ 시설물명 : 휴양림 시설 전체
○ 기 간 : 22.10.01 ~ 24.06월 예정
○ 사 유 : 시설물 노후화개선
지난 22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자연휴양림의 숙소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공사 중. 다만, 등산을 위한 휴양림 출입이나 산책은 가능하다고 했다.
오대산의 삼봉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밤에 소복히 쌓인 눈 때문에 온 세상은 하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삼봉 휴양림에서 구룡령을 지나서 방태산 자연휴양림까지는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가로 하얗게 얼어붙은 겨울 계곡이 우리와 함께 했다. 새하얀 겨울 풍경만으로 가는 길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어제 내린 눈 때문인지 방태산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길은 눈과 얇은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조심조심 운전을 해서 매표소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눈 때문에 차를 가지고 안쪽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휴양소 직원분께 물으니 최근에 내린 눈의 양이 상당하여 차량 이동은 불가능하고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휴양림 앞에 있는 사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방태산 국립자연휴양림 안쪽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발걸음을 옮겼다.
방태산 자연휴양림 가는 길
방태산 자연휴양림 입구
눈이 소복소복 쌓여 있는 길에는 평화로운 고요가 깃들어 있었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 발자국 소리가 그 고요함을 깼다. 우리 가족은 하얀 눈으로 포장된 깨끗한 눈길을 걸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아침 숲길을 걷는 기분은 설렘, 그 자체였다. 하얀 나무 숲을 뚷고 아침 햇살이 얼굴에 비칠 때면 잠시 고개를 들어서 주변 풍경을 살폈다. 눈앞에 펼친 풍경은 완벽히 영화 겨울 왕국 속의 모습이었다. 하얀색의 나무 숲 속에서 맑은 계곡물소리가 들리고 파란 하늘을 벗 삼아서 우리 가족은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자연을 즐기며 앞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살짝 미끄러운 곳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아이젠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20분 정도를 걸었을까? 약 1km 정도를 걸으니 살짝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서 작은 주차장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휴양림으로 올라가는 길
눈쌓인 풍경
매표소에서 1.3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숙소들이 있었다.
다른 휴양림과는 다르게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숙소는 소박한 수준이었다. 숲 속의 집과 산림문화휴양관이 있지만 그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숲 속의 집은 12인실짜리 숙소가 하나 있고, 연립주택 형태의 산림문화휴양관에는 5∼6인실 4개와 6∼8인실 5개 등 9개 방이 있었다. 모두 합쳐서 10개의 숙소가 전부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숲 속의 집은 공사하시는 분들이 사용하시는 듯했고, 30년 된 산림문화휴양관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올해 6월이 목표이니 하반기부터는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눈 쌓인 제1주차장
유일한 숲 속의 집 1개동과 공사중인 산림문화휴양관 건물
숲 속의 집 앞의 산책로
눈 쌓인 계곡
숙소는 많지 않았지만 여기저기 텐트용 야영장은 그 수가 상당했다. 지도로 확인해 보니 방태산 자연휴양림에는 산림문화관 건너편에 있는 제1야영장과 이단폭포를 지나서 자리 잡은 제2야영장이 있었다.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순수한 자연을 즐기며 방태산자연휴양림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특히 야영장 앞에 맑은 계곡과 단풍 숲에 자리 잡고 있어서 가을이면 상당히 사람들이 몰릴 것 같았다. 데크가 총 50개가 있다고 하니 캠핑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 들려보길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공사 중인 산림문화관을 지나면 방태산 자연휴양림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소들이 있다. 마당바위와 이단폭포, 구룡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눈 때문에 그 모습을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2단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웅장한 물결을 보고 싶었지만 겨울에는 그것이 쉽지 않았다. 엄청나게 쌓인 눈 때문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도 알 수 없었고, 위험하기까지 해서 쉽게 접근할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더 올라가고 싶었지만 미끄러운 길이 눈앞에 나타났고 더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내려오는 길은 가벼웠다. 내리막길이라서 좋았고, 포근한 눈을 걷는 느낌이 좋았다. 올해 여름 또다시 만나기로 다짐하며 방태산 자연휴양림과의 첫 만남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