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을 느껴보기 위해 우리 가족이 찾은 전라남도 순천에서 올해 처음으로 봄내음 가득한 매화를 만날 수 있었다.봄은 오고 있었다.
2024년 매화
순천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길은 정말 길었다.
아침 일찍 서울을 떠났지만 연휴의 시작이라서 차량 행렬은 시간이 갈수록 길어졌다.
4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것 같았지만
내비게이션은 도착시각은 점점 늦어졌다.
천안과 완주, 남원과 구례를 지나 무려 6시간이 지나서야 자연휴양림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휴양소 앞에서 만난 하얀 매화꽃이 그피곤함을 잊게 했다. 차에서 내려 잠시 봄꽃을 감상하고 있으니 마냥 웃음만 나왔다.
순천자연휴양림은 2011년에 개장한 소박한 남도의 휴양림이었다.
여느 국립자연휴양림처럼 첩첩산중에 위치하거나 대규모 휴양시설이 가득하지는 않았다. 그냥 솔직하고 평범한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조용히 자연을 즐기기에 적당한 특별하지 않으면서 특별한 그런 휴양림이었다.
입구 쪽에는 국민여가캠핑장이 조성되어 있어서 야영장과 캐빈동이 이어졌다. 연휴라서 그런지 이미 텐트가 가득하게 채워져 있었다. 추위를 잊고 캠핑을 즐기는 대한민국 캠핑족들의 열정에 다시금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오르니 편안하게 사색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치유의 집이 나오고 곧 이어서 숲 속의 집 지구가 이어지고 있었다. 계곡을 중심으로 하여 두 개의 큰 길이 양쪽으로 지나면서 그 주위를 야영장과 숙소가 길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야영장과 숲속 치유의 집
순천자연휴양림 숲 속의 집
13동의 숲 속의 집들
숲 속의 집 안내지도
순천 자연휴양림의 숲 속의 집은 모두 13동.
4인실 8개와 8인실 5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이한 것은 모두 순천 인근의 산 이름을 따서 숙소명이 정해졌다는 것.
모든 숙소 앞에는 커다랗게 이름이 쓰여 있었다. 눈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가 예약한 방도 바로 확인했다는 것.
숙소는 대부분 내부가 편백나무로 만들어져서 나무 내음을 맡으며 편안하게 하룻밤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처음 만난 관리자분이 설명을 해주셨다.
호두산실과 휴양관
죽도봉실 숲 속의 집
우리 가족이 오늘 묵을 방은 가장 위쪽에 위치한 앵무산실. 앵무산은 꾀꼬리 앵자를 따서 불러지는 산으로, 순천만 인근에 위치한 395m 높이의 산이라고 숙소 앞에 설명되어 있었다. 가족들이 식사하기 좋은 데크가 있었고 숙소에 냉장고, 전자레인지, 밥통까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서너 명이 힐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긴 여정이었기에 곧바로 짐을 풀고 일찍 휴식을 취했다. 문을 열고 눈을 감으니 앞쪽에 흐르는 작은 계곡물소리와 새소리만이 들릴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편안히 휴식하기 전라도의 훌륭한 행복 충전소임이 틀림없었다.
가장 위쪽에 위치한 앵무산실
해 질 녘 풍경
해가 지고 밤이 어두워졌다.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밖에서 뭔가 숙소 밖에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보일러 소리가 아닌가 했지만 1시간에 1~2번 자꾸 반복이 되었다. 살포시 걱정이 되었다.
혹시나 산짐승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고라니인가? 아님 작은 너구리'
근데 울음소리가 유리를 닦는 것 같은 작은 소리였고 움직임도 등치가 있는 사슴류는 아닌 듯했다. 창문을 열고 소리 나는 방향으로 손전등을 비춰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에는 천정에서 소리가 나는 듯하기도 했고 밤 11시쯤 다시 쿵 하는 소리를 다시 들으니 어떤 것인지 살짝 느낌이 왔다. 새 종류인 듯했다. 야행성 조류 또는 산비둘기라는 느낌. 혹시 근처에 둥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위 때문에 따뜻한 숙소 근처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 과거에도 한 번 겪어본 일이었다.
다행히 새벽에는 조용해서 편히 잠을 이룰 수 있었다. 확실히 확인을 위해서 아침 일찍 밖으로 나가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왠지 보일러실 어딘가에 만든 작은 새 둥지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정도. 그 녀석들을 위해 수색(?)을 마무리하고 숙소 뒤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졸졸 흐르는 작은 계곡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눈이 녹으면서 봄을 재촉하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이제 봄이 온다는 생각에 또 한 번 환한 웃음이 나왔다. 나도 따뜻한 봄날이 그립긴 하다.
자연휴양림 산책로
소박한 휴양림 계곡
30여분 정도 휴양림 산책을 하고,산을 내려왔다. 집 앞에서 휴양림 아래쪽을 둘러보니 어제저녁과는 또 다른 풍경이었다. 포근한 아침이었다.
자연의 시간에 따라서 다양한 옷으로 갈아입는 숲의 모습이 신기로움 그 자체였다. 같은 장소지만 다른 느낌의 신선함이었다.
산뜻한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며 숙소로 돌아가서 아쉽지만 짐을 챙겼다.순천자연휴양림에서의 하룻밤을 마무리하고 우리 가족은 또 다른 휴양림으로 향했다.
아침 풍경
퇴실하며 찍은 풍경
순천에 들리면 꼬막이 있는 남도 한정식을 즐긴 후에 순천만 습지를 꼭 한번 들려보길 추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