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7시 40분쯤 호텔을 나섰다. 로마 테르미니 역에서 공항까지는 가는 기차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역에서는 보통 10~20분 단위로 공항까지 가는 기차가 있었다. 로마 레오나르도 공항까지는 32분 정도 걸리기에 가장 빠르게 공항으로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었다. 가격은 인당 14유로. 가족 동반일 경우에는 아이가 무료였기에 우리 가족은 28유로를 내고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8시 20분 기차였지만 좌석 번호가 없었기에 바로 떠나는 플랫폼에 대기하고 있는 기차를 탔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로마 공항으로 향했다. 중간에 검표 직원이 다가와서 표를 확인했다. 시간이 조금 달라서 뭔가 망설이는 듯 했지만 오케이하며 살포시 미소를 지어주며 우리 가족을 지나갔다. 오전 8시 40분쯤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으로 와서 세금 환급을 받고 체크인장소를 찾았다. 로마로 올 때는 대한항공 직항을 이용했지만 갈 때는 아부다비 환승을 택한 우리. 이번에는 중동의 항공사인 에피하드 항공을 이용했다. 카운터는 한산했다. 좌석 배정을 받고 짐을 부쳤다. 아부다비에 잠시 머물 계획이었지만, 짐은 서울로 직접 보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었기에 이번에도 긴 줄에 서서 출국 수속을 진행했다. 입국장으로 들어갔다. 이제 이탈리아와 안녕이다.
오전 10시 50분 항공기는 중동의 아부다비로 출발했다. 좌석은 거의 만석. 이탈리아에서의 여름 추억을 뒤로하고 우리 비행기는 뜨거운 아랍의 땅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약 6시간 정도를 날아갔을까? 저 멀리 해가 지고 있었다.
중동 현지 시각으로 오후 7시가 조금 넘어서 다시 경유지인 아부다비에 도착했다. 새롭게 만들어진 아부다비의 새로운 공항. 역시 오일 머니의 대단함이 느껴졌다. 모든 것이 새롭게 반짝반짝했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으로 가는 우리의 다음 비행기가 내일 오전 08시였기에 우리는 공항 밖으로 나왔다. 비자가 필요 없기에 입국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우리와는 다르게 입국을 담당직원들의 일처리가 빠듯 빠듯하지 않아서 대략 50분 정도가 걸려서야 공항을 나올 수 있었다.
공항을 나온 시각은 저녁 8시. 정확히 출국까지는 12시간이 남아있었다. 사막의 땅답게 늦은 저녁의 기온도 섭씨 38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헉하는 한숨이 나왔다. 정말로 내가 느껴본 최고 수준의 뜨거운 열기였다. 마치 사우나 입구의 느낌이랄까. 밖으로 나와서 택시를 타고 이미 예약해 놓은 호텔로 이동했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두짓타니 아부다비. 아부다비 시내 중심부로 공항에서 약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택시비는 약 3만 원 정도가 나왔다. 호텔에 도착하니 8시 40분. 최고급 5성 호텔답게 고급스러움이 남달랐다. 빨리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호텔의 인도음식점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이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부다비의 호텔 가격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 이하였다. 시설과 서비스는 그 이상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호캉스 하기에 괜찮은 도시로 보였다.
다음날 오전 5시.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창 밖을 보니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각. 아부다비의 아침은 고요했다. 오전 8시 비행기였기에 빨리 짐을 챙겨서 공항으로 향했다. 호텔 로비에 들려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고 공항으로 다시 향했다. 차가 막히지 않아서 그런지 정확히 20분 만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간단히 입국 수속을 하고 푸드 코트에서 아침을 먹었다.
오전 8시. 아부다비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아침 햇살을 뚫고 비행기는 날아올랐다. 이번 여름휴가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비행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9시 40분. 우리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11일간의 특별한 이탈리아에서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우리 가족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탈리아에서의 시간이 이제 추억으로 바뀌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