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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Sep 01. 2024

11_고대 로마인들의 숨결을 느끼다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내일 오전 11시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오늘이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날이었다. 2024년 여름 이탈리아 여행의 끝을 뭔가 의미 있는 곳에서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콜로세움. 콜로세움은 고대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타원형 경기장으로, 로마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그곳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이번 여행에 특별한 마침표가 될 듯했다. 콜로세움은 로마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관광지이기예약이 쉽지 않았다. 거의 1달 전에 예약을 했지만 아침 이른 시각의 티켓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다행히 오전 11시 30분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11시쯤 콜로세움 앞에 도착했다. 뜨거운 여름 날씨였지만 입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냥 사람들 물결을 따라서 입구 쪽으로 향했다. 3번의 표 확인을 거쳐서 우리 가족은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시간을 정확히 살펴보지는 않았다. 예약시각보다 20분 정도 일찍 콜로세움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냥 인파에 휩쓸려 다닌다고 할까?

입장을 하고 조금 더 걸으니 단체 관광객들이나 가이드 투어의 약속 장소가 나오고 그 뒤로 콜로세움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였다. 사실 이 순간이 가장 떨리는 순간이었다. 겉에서만 보던 콜로세움이 아닌 그 내부를 볼 수 있다는 설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그 풍경이 너무나 기대되었다. 마치 내가 고대 로마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어제저녁 검투사 대회의 티켓을 사서 바로 입장하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우리 가족은 콜로세움 안쪽으로 들어섰다.

경기장 내부의 확 트인 풍경이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어마어마한 풍경이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만 보았던 그곳을 실제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시간이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 풍경에 사로 잡힌 듯했다. 인파 속 비좁은 틈을 뚫고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잡았다.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아이와 아내의 사진들을 담았다. 또 한 번의 인생 최고 사진들을 담았다.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아서 미리 다운받아간 오디오 가이드북을 들었다. 콜로세움의 역사는 약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의 폭군 네로의 폭정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반발하여 반란이 일으킨다. 네로 황제가 죽고 황제의 자리에 즉위한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네로의 궁전 위에 거대한 원형 경기장을 짓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폭군 황제의 사유지였던 궁전을 다시 군중에게 돌려준다는 상징적인 의미였다. 그렇게 기원후 70년 경에 콜로세움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콜로세움은 수 세기 동안 계속 개축되어왔고, 로마 제국의 전성기에는 5만 명에서 8만 명의 관중들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콜로세움에서는 주로 검투사들의 결투가 이루어졌으며, 모의 해전, 동물 사냥, 신화의 재연 등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졌다고 한다. 그곳에 있으니 그날의 모습을 상상하며 내가 마치 고대의 로마인이 듯한 착각이 정도였다.

2층으로 올라가면 전체를 한 바퀴돌면서 콜로세움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를 살피니 관람객들이 콜로세움 꼭대기부터 지하까지 다양한 곳이 거닐고 있었다. 그곳으로 향하는 코스를 찾으니 모두가 해당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 티켓 종류에 따라서 지하공간을 볼 수도 있었고, 가장 높은 옥상 공간을 볼 수도 있었다. 그에 따라서 가격차이가 있으니 잘 알아보고 미리미리 고민해서 예약을 해야 할 듯했다. 아쉽게도 우리는 일반 티켓이기에 1층과 2층 만을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2층으로 이어지는 관람 코스 한 바퀴 둘러보면서 못내 아쉬웠던 것은 많은 시설이 파괴된 것이었다. 설명을 들으니 중세에 이르러 제국이 쇠퇴하고 로마가 폐허로 변하자, 콜로세움도 전쟁을 위한 요새나 종교행사를 위한 교회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했다. 많은 석재들이 로마의 다른 건축물 제작에 사용이 되었다는 것.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파괴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건물을 짓기 위한 채석으로 다수가 부서졌다는 것이 조금은 놀라웠다. 역시 지도자들은 나의 시대만 중요할 뿐, 과거는 의미 없는 듯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전통은 그때부터 이어진 것이 아닐까라는 짧은 생각. 그렇게 고대 로마인들의 혼이 담긴 콜로세움 관광은 약 2시간 정도 이어졌다.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인근의 포로 로마노를 둘러보기 위해서 빨리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콜로세움을 나섰다. 출구 바로 앞에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Arco di Costantino)이 있었다. 이 멋진 건축물은 콘스탄티누스 1세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콘스탄티누스 1세의 즉위 10년이 되는 315년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원로원 세운 것이었다. 1700년 전에 만들어진 개선문을 지나니 그 뒤로 긴 대기줄이 있었다. 확인해 보니 포로 로마노로 들어가는 줄이었다. 보통 콜로세움 티켓을 사면 이곳까지 관람이 가능하기에 대부분의 관람객은 서로 연계해서 관람을 한다. 우리 또한 그 줄 뒤에 서서 입장을 대기했다. 날씨가 너무 더웠기에 중간에 있는 수돗물에서 물병을 채우며 더위를 이겨나갔다. 하지만 찌는듯한 로마의 더위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15분 정도를 기다려서 우리 가족은 다시 티켓 확인을 하고 프로 로마노로 들어갈 수 있었다.

포로 로마노(Foro Romano)는 고대 로마 시대의 유적지로, 고대 로마의 주요 정부 기관 건물들이 직사각형 모양의 광장을 감싼 형태로 놓여있는 곳이다. 고대 로마 시기에 이곳을 포룸 마그눔(Forum Magnum)이나 포룸(Forum)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때문에 이곳을 둘러보면 고대 로마인들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로마 제국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관광지였다.

인터넷의 자료를 찾아보니 포로 로마노는 로마 구도심 한복판에 자리하여 이곳을 중심으로 로마 도심이 뻗어나갔다고 한다. 이곳에서 로마 공화정 시기의 개선식과 공공 연설 등 국가의 중대사가 열렸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포로 로마노에 대대적인 개축 작업을 실시하였으며, 제정 시기에도 트라이누스 황제가 포룸을 짓는 등 몇백 년간 로마 제국의 정치적 상징으로 남은 곳이다. 전성기에는 제국 전역에서 가장 호화로운 장소이자 로마 문명의 핵심이었다고 한다. 35도가 넘어가는 더운 날씨였지만 로마의 마지막 여행이었기에 남을 힘을 다해서 열심히 걸었다. 아들 녀석은 콜로세움에서 많이 지쳐있었지만 기념 선물을 핑계로 두 손을 꼭 잡고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우선 높은 곳을 찾아서 이동했다. 전체를 한눈에 보기 위해서 팔라티노 언덕의 전망대로 향했다. 작은 궁전을 지나서 오르고 또 오르고 반복. 팔라티노 언덕 위의 정원을 지나서 전망대로 향했다. 로마에서 가장 더운 시간이었기에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늘에서 쉬었다가 또 쉬었다가. 그렇게 언덕 위에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포로 로마노의 멋진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하지만 땀이 주룩주룩. 햇살 또한 너무나 뜨거웠기에 빠르게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아래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내려오는 길은 실내의 신전들이 이어지고 있었기에 조금은 시원하게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정말 쉴 틈 없이 걸어서인지 나도 아내도 아이도 빨리 어딘가에 들려서 쉬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서둘러 포로 로마노 관람을 마무리하고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이 있었다. 이 성당 한쪽에 진실의 입이라는 조각상이 있었다. 1.5m의 대리석으로 만든 이 조각은 기원전 4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로마 시대에 가축 시장의 하수도 뚜껑으로 사용되었다고 추정되는 이 멋진 조각 앞에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대략 10여분 정도 대기를 한 듯했다. 그리고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듯했다. 더위를 피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호텔의 에어컨이 이렇게 반가운 적이 없었다. 달콤한 낮잠 시간이었다.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우리 가족은 로마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서 택시를 타고 나보나 광장을 다시 찾았다. 응접실 같은 아늑한 분위기와 오래된 노천카페들이 가득한 나보나 광장. 며칠 전 들렸던 그곳은 로마의 밤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로마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먹었다. 실외 카페에서 먹는 근사한 저녁 식사였다. 식사 후에 로마의 야경을 즐기기 위해 스페인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 위에서 멋진 로마 야경을 기대했지만 솔직히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너무나 어두웠기에 보이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다음으로 찾은 곳이 트레비 분수.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어마어마한 인파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머니에 남은 유로화 몇 개를 분수에 던지 우리의 로마 여행 마지막 밤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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