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퀸스타운', 행복에 빠지다
여왕의 도시, 퀸스타운에서 찾은 힐링
퀸스다운 전경"와"
퀸스타운(Queenstown)에 가까워지면서 우리 입에서는 감탄사가 나왔다.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로 이어지는 초록색 프랜크턴 강(Frankton Arm)이 왼쪽으로 펼쳐지면서 동화 같은 건물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림처럼 하얀 눈과 초록의 험준한 산들 속에 고요히 자리 잡은 와카티푸 호수가 하나의 그림처럼 차창에 비쳤다.
그렇게 5분여를 달리고 나니 어느덧 와카티푸 호수 앞에 조용히 숨어 있는 퀸스타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름 그대로 여왕의 도시처럼 퀸스타운은 우아하고 평화로운 아름다운 도시였다. 남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레포츠의 천국으로 불릴만한 다양한 여행거리로 가득한 도시였다. 우리는 호수 옆 작은 모텔에 숙소를 정하고 2박 3일 동안 퀸스타운에 머물 계획이었다.
첫 번째 일정은 와카티푸 호수 길 산책이었다. 와카티푸 호수는 '비취 호수'로 불릴 만큼 물 빛이 햇빛을 받으면 보석처럼 반짝인다. 뉴질랜드에서 3번째로 큰 호수로, S자 형태로 퀸스타운을 감싸고 있는 고요한 산속의 호수다. 그 풍경에 빠져서 우리는 조용히 호수가의 산책로를 걸었다. 맑은 공기와 물소리, 새소리를 즐기며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조용히 생각만 하며 퀸스타운과의 첫 만남을 즐겼다. 호수 주위를 걸어서 퀸스타운 가든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퀸스타운 가든은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퀸스타운 도시 입구와 연결된 공원이었다. 공원 안쪽에는 작은 인공 호수와 장미 정원 등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리 분비지 않았고, 몇몇은 조용히 호수를 바라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와카티푸 호수이곳을 둘러보고 퀸스타운 시내로 들어갔다. 시내에는 크고 작은 쇼핑센터와 음식점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여느 도시와는 다르게 10분 정도만으로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시내는 아담했다. 시내를 지나서 우리는 퀸스타운 최고의 관광지인 스카이라인 콤플렉스 (Skyline Complex)로 향했다.
퀸즈타운을 한눈에 담다. 스카이라인 전망대!
우리는 곧장 스카이라인 전망대로 향했다. 이곳은 퀸즈타운 뒤편 보브스 피크 (해발 790m)에 위치한 전망대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면 퀸즈타운 시내와 와카티푸 호수 전체가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저 멀리 리마커블스 산맥과 로로넷 피크, 호수 건너편의 월터 피크까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내가 살면서 느껴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그 속에 있었다.
그냥 멍하니 풍경만 감상하고 있어도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었다. 우리 둘은 스카이라인에 올라서 휴대폰 셔터를 정신없이 눌러 됐다. 그리고 전망대에 기대어 10여분의 시간을 멍하니 보냈다.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너무나 행복했다. 이런 풍경 속에서 삶의 에너지를 다시금 충전할 수 있었다. 정상에는 전망대는 물론, 레스토랑과 기념품점 등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루지, 번지점프를 비롯한 다양한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었다.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었지만, 그것은 다음 가족들과 함께 올 때로 미뤄두고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퀸스타운 시내로 내려왔다. 며칠간 현지 음식만을 먹었기 때문일까. 한국 음식의 참 맛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곧장 한국 음식점으로 향했다. 퀸즈타운에는 2~3개의 한국 음식점이 있었고, 구글에서 평점이 좋은 곳을 찾았다. 오랜만에 한국 음식 향이 우리를 유혹했다. 우리는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으로 허기를 채웠다. 오랜만에 맛보는 한국 음식 그것만으로 힘이 났다. 그렇게 저녁을 마무리하고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아침 산책과 번지점프 브리지
퀸스타운의 둘째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홀로 호수가로 내려왔다. 이른 아침 와카티푸 호수는 안개로 자욱했다. 안개를 헤치며 호수를 조용히 홀로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안개는 걷히고 아침 햇살이 호수에 감싸 안았다. 나는 호수 앞의 작은 벤치에 앉아서 조용히 고요한 호수를 바라봤다.
호수가의 아침 벤치1분, 2분, 그리고 5분, 10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호수만을 바라봤다.
어느 순간 그냥 웃음이 나왔다. 행복감이 내 맘을 가득 채웠다.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시간이 된다면 다시 이곳을 찾고 싶었다.
'나중에 꼭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야겠다'
호수 앞에서 그런 다짐을 하고 천천히 조깅을 하며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날씨가 좋지 못했다.
트레킹이나 밀포드 사운드를 갔으면 했지만, 흐른 날씨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비가 오기 때문에 오늘은 근처의 번지점프 브리지 (AJ Hackett Bungy Bridge)를 다녀와서 휴식을 취하기로 우리는 결정을 했다. 우선 차를 타고 카와라우 강(Kawarau River)으로 향했다. 30여분을 달려서 번지 점프장 입구에 도착했다. 비가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번지 점프하려는 사람들과 그 광경을 보려는 관광객들로 주차장은 분주했다. 이곳은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상설 번지 점프장으로, 1988년 11월 처음 만들어졌다.
번지 점프대에 오르면 에메랄드 색 강물이 보이고 그 높이가 43m로 정말 아찔하다.
번지 점프를 할 자신이 없었기에 우리는 좌측의 전망대에서 번지 점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단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되었다. 중국인 한 명이 번지점프대에 올라서 큰 소리를 외치며 강물 아래로 뛰어내렸고 조용히 작은 점으로 멀어져 갔다. 40여 미터를 떨어져 강물에 닿을 듯 말 듯한 위치에서 퉁 하면서 다시 튀어 올랐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한 후에 작은 배가 다가와 점프한 사람을 배에 실었다. 서너 명이 번지 점프하는 것을 지켜보자니 나도 번지 점프대 위에 오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는 사이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우리는 자동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퀸스타운 시내로 향했다.
시내의 푸드 코트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고 숙소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하며, 테라스에 앉아서 조용히 와카티푸 호수를 바라보았다.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그렇게 조용히 자언과 시간을 음미했다. 살포시 눈을 감고 퀸스타운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