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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와나카 호수와 애로우 타운의 위로

뉴질랜드 퀸스타운 가는 길

by Wynn
와나카 호수

고요한 와나카 호수

굽이굽이 산을 넘어 와나카 호수로 향했다.

린디스 패스(Lindis Pass)와 타라스(Tarras) 지역을 지나니 흐린 하늘이 거치면서 서쪽 하늘에 붉은 노을이 펼쳐졌다. 오후 늦게 도착한 와나카는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마을 서쪽에는 와나카 호수가 평화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가을을 맞이하는 차가운 바람이 해 질 녘 호수 위를 지나고 있었고, 우리는 저 멀리 구름 뒤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와나카 호수와의 첫 인사를 나눴다. 와나카는 외부 관광객들에게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의 하나지만, 뉴질랜드인들에게는 남섬 휴양지로 인기 있는 지역이다. 볼거리도 많고 체험할 것도 많으며 물가까지 저렴하여 많은 이들이 찾는 지역이었다.

우리는 출출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와나카 맛집인 레드스타 버거로 향했다. 인기 있는 수제버거 집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버거의 크기가 우리를 압도했다. 크게 입을 벌려 버거를 한 입 물었다. 곱게 여민 패티의 맛과 치즈, 양상추, 특제 소스의 맛이 입 속을 가득 채웠다. 한국에는 맛볼 수 없는 원조 수제버거의 맛이었다. 맛 집이라서 그럴까 주문을 하려는 젊은 배낭 여행객들의 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햄버거 맛집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어둑해진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다. 와나카 마을은 정말 고요했다. 가족들, 그리고 여행들이 삼삼오오 숙소에서 저녁을 먹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차가운 바람 때문인지 밖은 정말 고즈넉했다.

와나카의 수제 버거

해가 지면서 와나카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더욱 더 매서워졌다. 우리도 마켓에 들려 간단히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와 맥주 한 잔 하면서 길었던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상상 속 미로 마을

와나카 호수 아침 풍경

다음날 아침, 우리는 호텔에서 간단히 아침 조식을 먹고 마을 뒷 편의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 오르니 와나카 시내와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열심히 휴대폰을 들어서 풍경을 담았다. 여행객 여럿이 그곳에 올라서 와나카의 아름다운 모습을 눈으로 담았다. 그리고 와나카 근처의 퍼즐링 월드(Puzzling World)로 향했다. 와나카에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다양한 퍼즐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는 물론, 성인들을 위한 미로가 있었고, 다양한 착시 현상을 경험할 수도 있다. 다시 순수한 어린이가 되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미로는 별로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을 만큼 만만하지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꼭 한 번 들려볼 만했다.

와나카 미로 마을

미로 마을을 뒤로하고 우리는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퀸스타운으로 향했다.


애로우 타운의 위로

호수의 마을 퀸스타운을 꿈꾸며 남쪽으로 30여분을 달리니 캠핑카 여러 대가 주차해 있는 크라운 래인지 서밋(Crown Range Summit)에 도착했다. 퀸스타운으로 넘어가는 큰 고갯길로, 이곳에 오르면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무료 캠핑장과 수려한 풍경이 있기에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잠시 풍경을 둘러보고 구불구불 내리막길을 지나 애로우타운(Arrow town)에 도착했다. 애로우타운은 19세기 금광이 발견되면서 개발된 도시로, 금광 개발 당시의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이 지역은 중국인 이민자들의 정착했던 곳으로, 울긋불긋하고 노란색 단풍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우리는 잠시 이곳에 들려서 메인 스트리트와 중국인 이주민들이 머물던 곳을 둘러봤다.

공원에는 여기저기 단풍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중국인들의 정착촌 안을 구경하는 관람객들도 보였다.

금광 시절 중국 정착민의 원두막

잠시 공원에 앉아서 즐겨 듣는 음악을 들었다.


- 거꾸로 걷는다 / 어반자카파 -

돌아서기 아쉬워 거꾸로 걷는다

끝을 아는 내 발길 거꾸로 걷는다

거꾸로 걷는다 거꾸로 걷는다

돌아서기 아쉬워 거꾸로 걷는다

거꾸로 걷는다 거꾸로 걷는다

돌아서기 아쉬워 거꾸로 걷는다

눈 감아도 보이는 내 등 뒤의 길

차라리 모르는 채 거꾸로 걷는다

거꾸로 걷는다 거꾸로 걷는다

돌아서기 아쉬워 거꾸로 걷는다

거꾸로 걷는다 거꾸로 걷는다

돌아서기 아쉬워 거꾸로 걷는다


뉴질랜드의 자연 속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나의 길에 대해서 다시금 되돌아본다.

거꾸로 걸으면서 그 시간을 되새겨본다. 취업하고 정신없이 일만 하며 지내온 시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와의 만남까지 그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뒤돌아보면 그 모든 시간이 행복의 연속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만했다. 지금 잠시 쉬는 것도 건강을 찾기 위한 과정이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내 삶의 쉼표, 그 쉼표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내 삶은 다시 한번 지켜보는 시간을 애로우 타운에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과거 금광을 찾기 위해 뉴질랜드로 와서 다시 이곳으로 온 중국에서 온 이민자들. 150여 년 전 그들의 숨소리를 애로우 타운에서 느껴본다. 애로우타운 자연 속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고 마지막 종착지인 퀸스타운으로 우리는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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