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속이 답답하다. 엑셀 장부 서식을 어떻게 바꿔야 효율적일지 고민만 길어지고 있으니 답답하고 말고.
책방 문을 연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얼마 전, 세 번째 부가가치세 신고를 끝냈으나 여전히 모르겠다. 업종이 6개나 되고, 과세와 비과세가 섞여 있고, 홈택스의 단어들은 외국어만큼 낯설지만 수입이 너무 작고 소중해 차마 어디 맡길 수도 없다.
사실은 첫 신고는 가까운 세무사 사무실에 맡겨 보기도 했으나, 세무직 지인이 "공무원 했던 머리면 다 할 수 있어."라고 하는 바람에 오기가 생겨버렸다. 왠지 이 귀여운 수입도 계산 못하면 책임을 회피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누군가 "나도 그래."라고 해주었으면... 모든 공무원의 머리가 다 같지 않으며, 그 일을 그만 둔 나는 이미 그 머리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했다면... 그랬다면 나의 행보가 달라졌을지도 모르나 이미 늦었다. 어설프게 담근 발을 빼기엔 자꾸 뭔가 알 것도 같으니 말이다.
그동안 기재해 오던 장부가 아주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은 진작에 했지만 세금 신고가 끝나면 너무 행복한 나머지 해맑게 뇌를 리셋 해버리는 바람에 다음 신고 기간이 되어서야 과거의 나에게 원망의 사자후를 날렸다.
이번엔 꼭 세금 신고에 최적화 된 서식을 만들고 말리라! 다잡고 모니터 앞에 앉았지만, 후, 나 뭐부터 해야 하는 거니.
보통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세상 안 바쁘던 일들로 급한 척을 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나답지 않기로, 최소한 일주일치라도 새로운 서식으로 작성해 보기로 다짐했기에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모니터와 대치하길 십여 분. 크게 숨을 쉬고 원래 장부에 시트를 하나 추가했다. 오, 그래. 첫 칸에 '날짜'라고 기재했다. 오, 그래그래. 그 옆에 '금액'이라고도 썼다. 그리고 마침내 뭔가 용돈기입장 같은 걸 만들어 냈지만 썩 말끔하지 않은 이 느낌은 기분 탓일까. 아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세금 신고 체계가 머릿속에서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니 더 뭘 어떻게 해야 효율적일지 진도가 나가질 않는 것이다.
책 주문서에 혼자 하는 세금 신고 관련 책을 주섬주섬 넣었다. 손님에게 파는 책보다 내가 사는 책이 더 많은 것 같은 건, 정말 기분 탓이길 바란다. 비록 오늘 완벽히 아름다운 서식을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되돌아 가지 않고 시트 하나는 만들었으니 더듬더듬 한걸음 나아갔다고 믿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아무래도 올해 세금 신고도 작년보다 손톱만큼만 나아질 모양이다. 똑부러지는 사장은 다음 신고 기간에 다시 도전해보는 수밖에.
아마도 당분간은 간헐적으로 두려울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세무서에서 '이거 왜 이렇게 하셨어요?'라며 물어올까봐. 그러면 나는 눈을 좌우로 굴리며 울 것 같은 심정으로 말하겠지. '그게 뭘까요?'
눈치 챘을지 모르겠으나 이 글은 일종의 증빙 자료이다. 그날을 위해 뭐라도 남겨놓고 싶달까. 저는 정말 몰라서 그런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