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한다는 것

진로설계를 위한 자기이해

by 상담군


위의 절에서 특성이론 진로상담의 첫 단계가 ‘자기 이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걸 하기 위해서 진로심리검사를 이용한다구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20~30분 남짓 검사만 몇 개 하면 자기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단계가 빠져 있어요.


심리검사에 응답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각각의 문항에서 지시하는 바를 경험해 보아야 해요. 예를 들어 홀랜드 검사에 ‘나는 악기 연주를 좋아한다’라는 문항이 있다고 해 보아요. 살면서 리코더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사람은 자기가 악기연주를 애호할지 아닐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엑셀이나 워드 작성을 해보지 않았다면, 동물을 훈련시키는 일을 지켜본 적조차 없다면 자기보고식 심리검사의 어떤 문항에도 응답을 하지 못합니다.


학교 다닐 때 체험과 독서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지금은 무엇이든 해보는게 좋습니다. 악기도 배워 보고, 노래도 해 보고, 설거지와 청소도 도와줘 보고, 동물하고 놀기도 해 보고, 컴퓨터 프로그램도 만져 보고... 뭐든지 좋습니다. 너무 진부한 말이지만 경험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체험 프로그램을 찾아다녀도 그 중 극히 일부만 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독서나 다큐멘터리 감상을 통한 간접 체험도 중요합니다. 심지어 영화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 때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보세요. 몇몇 어른들은 미리 가치있는 활동과 아닌 활동을 정해놓고 그 가치관을 여러분에게 강요하곤 합니다.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야 할 경험들도 타인의 시각으로 판단하다 보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유재석•이적의 『말하는 대로』 노래 가사처럼 ‘진정 들어야 할 것은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입니다. 생각과 느낌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생각보다는 느낌이 그 사람의 본질과 가까운 정보입니다.


제가 진로상담을 배울 때 강의해준 교수님은 진로상담은 심리상담보다 어렵다고 했습니다. 진로상담은 반드시 심리상담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내 미래의 장애물은 많은 경우 내 마음속 심리적 문제입니다. 내 진로결정과 설계를 방해하는 심리적 난관이 있다면 이를 극복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렇다면 특성이론 진로상담에 심리적 문제 해결이라는 한 단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종종 학생들은 온갖 정보를 모아 철저하게 자기 진로를 설계해 놓고도 상담실을 매일 방문하곤 합니다. 자기 결정에 혹시 오점이 있을까봐 불안하니까 그 마음을 달래고 싶은 것이죠. 그리고는 ‘제가 제대로 결정한 것이 맞을까요?’라고 묻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학생들은 자기가 아무것도 못 하고 좋아하는 것도 없다며 홀랜드 검사의 모든 문항에 부정응답을 해서 심리검사 결과가 안 나오기도 합니다. 뭘 잘하는지 하고 싶은지 전혀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죠. 아주 드물지만 기본적으로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는 수준의 생활 관리도 안 되거나, 도박 혹은 인터넷 등에 중독되어 있으면 장래희망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 단계가 아닙니다.


진로설계를 방해하는 가장 흔한 감정은 불안이고, 이때 도움을 주는 것은 용기입니다. 누구나 두려움과 걱정은 있지만 노력하면 할 수 있는 난이도의 도전조차 불안감 때문에 주저한다면 그 학생에게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냥 이를 악문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지금 자기 자신이 아무리 약하고 무능해 보이더라도 난이도를 낮추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활동’은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갈 길이 뭔데 이런 작은 시도를 해서 뭐 하나라는 생각이 떠오르겠죠. 그러나 출발선이 뒤쪽이어도 자기 리듬을 찾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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