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제가 진지하지 않대요

진로정체감에 관해

by 상담군


진로상담을 하다 보면 학생들의 선호 직업이 시대를 탄다는 걸 체감합니다. 6년 전에는 제가 진로수업을 할 때는 미래직업조사에 가장 많은 응답이 ‘공무원’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랩퍼,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학생을 상대로 진로상담을 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겠다거나 치킨집 체인점을 세우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어릴 때 드라마 ‘허준’을 보며 한의사의 꿈을 키웠던 걸 생각하면 청소년들의 이런 모습이 공감이 됩니다.


자기 꿈을 이야기하고 보통 그 다음 단계에 내담학생들은 그 동안 어른들에게 상처받았던 일들을 털어놓습니다. 현실을 잘 모르고 허황되다며 자기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았다는 거에요. ‘유튜버가 카메라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인줄 아냐?’, ‘인터넷에 옷 리스트만 올려놓으면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그걸 사는 줄 아냐?’ 이런 말들이죠. 자신은 열정도 있고 도전의식도 있어요. 편견에만 빠져있는 기성세대들이 ‘꼰대’처럼 말할 뿐인거죠.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듣는 ‘꿈을 가진 나’와 ‘고리타분한 기성세대들’의 신경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요. 상담실에 앉아 있는 학생 중에 절반은 ‘그걸 실현시키기 위한 네 계획이 뭐니?’라는 질문에 대답을 못합니다. ‘열심히 하면 되죠.’ 또는 ‘제가 아는 언니가 하고 있는데 가서 물어보려구요.’라고 할 뿐입니다. 유튜버의 평균 수입이나, 온라인 쇼핑몰 설립 방법을 조사해 오도록 해도 다음 상담에는 빈손으로 옵니다.


앞에서 진로정체감 이론을 이야기할 때 충분한 탐색과정을 거치지 않고 진로를 정해서 매진하는 경우를 ‘진로정체감 유실’이라고 했습니다. 보통 진로정체감 유실은 어른들의 권유로 아무 성찰 없이 사회적으로 각광받는 직업을 고르는 경우를 말합니다. 하지만 위의 경우도 진로정체감이 유실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런 직업 세계 탐색의 흔적 없이 당장 멋져보이는 진로를 선택한 것이니까요. 유튜브도 이것저것 시청하고, 동대문 옷시장 구경도 좀 하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식으로 계획성 없는 전념을 합니다.


여러분, 게임 유튜브를 만들어서 전업 유튜버의 전성시대를 연 ‘대도서관’이라는 스트리머를 아시나요?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죠. 이분은 2018년에 쓴 『유튜브의 신』이라는 책에서 성공한 유튜브 채널의 두 가지 원칙을 주장합니다. 첫째, 꾸준히 올리라는 것입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 올리기로 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둘째, 자기 콘텐츠를 가지라는 겁니다. 대도서관은 의사, 미용인, 요리사 등 자기 전문분야가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합니다. 이들이 유튜버로 성공하기에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죠. 쓸모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당연히 이 책에서 재치, 창의성, 입담, 영상편집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오버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을 줄은 예상 못했어요. 어쩌면 모든 직업이 하는 일은 달라도 노력하는 방식은 비슷한 듯 합니다.


직업정체성을 획득하기 위해선 ‘탐색’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전념’이 필요합니다. 만일 유튜버가 꿈이라면 탐색 과정에서 충분히 직업 체험을 해 보기를 권합니다. 일주일에 한 편이라도 끈기있게 계속 영상을 만들어 등록할 수 있는지를 말이죠. 댓글 읽으면서 사람들 반응도 보구요. 도저히 못하겠다 싶으면 다른것도 해 보구요. 그게 탐색이잖아요. 분야가 뭐가 됐든 착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함부로 말하는 어른은 드뭅니다.


아, 직업탐색 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직업은 유명과 무명 사이에 보수와 대우의 차이가 큽니다. 유튜버, 가수, 연예인, 정치인 같은 일들 말이에요. 인지도가 높은 유튜버는 억대 연봉을 벌어가지만, 거의 대다수는 생계를 유지할 벌이를 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니까 그 직업군 내의 특정 몇몇 말고, 전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조사해보세요. 알고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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