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유행 중인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왔다. 기대에 걸맞게 재밌는 작품이었다. 컨트롤 본부에 새로 나타난 감정이들과 벌어지는 일들, 마지막에 건네는 교훈까지 참 좋았다.
프로이트의 초자아 개념에서, 초자아가 형성되며 사람은 자아이상과 양심을 발달시킨다. 그리고 로저스의 이론에 따르면 긍정적 존중 욕구, 자기 실현 경향성에 따라 자기개념을 형성한다. 이 부분이 바로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나온 '신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불안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는 듯하다. 안타까움과 연민, 자신을 보는 듯한 속상함이 섞인 마음들.
나 또한 깅깅이를 돌보다 보면 불안이가 작동할 때가 많다. 다행히 지금의 깅깅이는 분리불안 증상과 밥을 잘 먹지 않을 때가 있는 것 빼곤 건강하나, 이전에 고양이를 잠시 길렀을 때 내내 설사하고 피를 흘리는 아이를 보고 절망에 빠졌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깅깅이의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붙잡고 늘어지고 싶어서 사진첩을 만들었다.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바인더를 사서 집에 있던 스티커들로 꾸몄다. 너무 화려하게 되긴 했지만, 앞으로의 깅깅이들이 담길 생각을 하면 마냥 기분이 좋다.
앞으로 깅깅이는 점점 더 자랄거고, 나이가 들거고, 노화가 시작될 거고, 아플 거다. 식욕이 떨어지고 놀이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며 그때는 엄마바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픈 아이와 병원비, 처방식 비용 등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내 안의 불안이가 쿵닥대지만 지금은 기쁨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도 모자란 것을 안다.
너무나도 예쁜 우리 깅깅이, 벌써 이만큼이나 컸다.
밥을 안 먹어서 속상하고 더워해서 안타깝고 자는 시간이 많아 걱정되는 요즘. 어쩌면 하나도 걱정할 것이 아닌데도 사서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내 인생에 깅깅이는 큰 별로 자리 잡았다.
아이가 걱정되어 움직이는 홈캠을 하나 더 샀더니, 경계하느라 작은 솜방망이 앞발을 탁! 하고 기선제압하는 모습이다. 너무 귀여워서 매일 보는 사진이다.
내가 없는 동안 더울까봐 걱정되어 원격 조종 가능한 허브도 사고, 자꾸 종이를 뜯어먹는 게 이식증이 염려되어 박스형 스크래쳐를 다 버리고 패브릭으로 바꿨다.
비용은 좀 더 들고 품이 들더라도 깅깅이를 위해서라면 다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가끔 궁금해진다. 깅깅이는 지금 행복할까? 깅깅이의 안에는 어떤 감정들이 살까. 평생 집이란 영역 속에서 인간과 지내야 하는 깅깅이는 다른 호기심은 없을까? 인간 중심적인 생각이라는 핀잔도 들었지만 여전히 고양이는 내게 오리무중, 걱정 잔뜩 일으키는 대상이다.
복잡한 번뇌에 힘이 들 때는 깅깅이 사진을 보고 리프레쉬한다. 그래 어쨌든, 내 곁엔 지금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으니까.
지금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며, 냥사이드 아웃 탐구를 지속적으로 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