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하자, 여름이여

by 글쟁이 오리

단단하지 않은 우리는

푸르고도 아픈 날들을 지나쳐 오면서도

한 숨 쥘 곳이 하나 없어

밤낮으로 위로 아래로 무수히도 버둥거리네

한 마리의 벌레처럼

여름 밤을 방황하는 한 마리의 벌레처럼

무엇을 위하여 나는 이리도 숨이 차는가

당신이 청춘이라 부르는 낭만에 대하여

지나쳐 온 흐드러진 이팝나무를 위하여

아니 숨이 차기 위해 숨이 차는가

여름이여,

노래를 하자

하늘은 파랗고 땅은 가벼우니


방 한 구석 텁텁한 책기둥을

황홀한 풀벌레의 새벽을

타오르는 햇살의 우울을

그리고 당신의 밤을 노래하자

숨 차는 밤을 위해 숨 차는 오늘을 살아가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그리고 내일의 우리

노래하자 한 숨을 쥐고 다시 손을 흔들자 위로 아래로 밤낮으로

한 마리의 나비처럼

노래를 하자, 여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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