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이불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 조리원에서 처음 받은 이불인데, 그 이불이 마음에 들었는지 여섯 살이 된 지금까지도 다른 이불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그 이불만을 찾는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와 티비를 볼 때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혹은 잠들기 전에도 꼭 그 이불을 안아야 마음이 편한 듯하다. 나와 아내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짓곤 한다. 우리 아들에게 이 이불은 단순한 잠자리 이불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마음을 안심시키는 이불인 것 같다.
이불은 오래 사용해서 곳곳이 닳았다. 모서리 부분은 거의 다 해져버렸고, 작은 구멍이 났다가 더 커져 결국 몇 군데는 찢어진 상태였다. 지난여름에는 이불이 너무 낡아져서 어머니께서 한 번 수선해 주신 적이 있다. 당시에는 구석구석 실로 꿰매어 어느 정도 복구가 됐지만, 이번에는 중앙 부분이 크게 찢어져 다시 고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나와 아내는 “새 이불을 쓰는 건 어때?”라고 제안했지만, 아들은 그럴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이불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사진을 찍어 어머니께 보내드렸다.
며칠 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지난주 우리 집에 오셨을 때 아들의 이불을 챙겨 가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요 며칠 동안 전화를 드릴 때마다 “지금 뭐 하세요?” 하고 여쭤보면 어머니는 “이불 고치고 있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넘어갔는데, 어머니는 아들의 이불을 가져가셔서 직접 천을 대고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고치고 계셨던 것이다. 손주가 애착하는 이불을 그대로 쓰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면서 틈틈이 이불을 수선하고 계셨다.
오늘, 드디어 어머니께서 택배로 이불을 보내셨다는 연락이 왔다. “할머니가 고쳐주셨으니까 이제 이불 다시 쓸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을 아들에게 전하자, 아이는 정말이냐며 눈을 반짝이며 택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작은 이불 한 장이지만, 그 안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손주의 행복을 위한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우리는 잠깐 불편하더라도 새것으로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던 이불이지만, 어머니께는 손주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은 할머니가 고쳐주신 이불이 곧 온다는 말에 설레며 그날 밤 행복하게 잠들었다.
이 이불은 이제 단순한 이불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 가족의 사랑과 추억, 그리고 함께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작고 소중한 일상이 쌓여 지금의 우리를 만들고 있다는 걸 느낀다. 바쁜 날들 속에서 이런 작은 순간들을 더 감사하게 된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이 오늘도 우리 곁에 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