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교회 바자회가 있는 날이라 일찍 일어났다. 출장 다녀온 사이 부쩍 자란 아들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샤워를 시킨 후 옷을 입혔다. 주말 아침부터 분주했지만, 아들이 밝은 얼굴로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교회로 가는 차 안에서 아들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전광태 아저씨’의 <독도는 우리 땅>을 반복해서 틀어달라고 했다. 아들이 신나게 따라 부르는 목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교회에 도착하니 바자회가 한창이었다. 우리 가족을 보자 권사님들이 오셔서 김밥과 간식을 넉넉히 챙겨 주셨다. 정성 가득한 음식과 따뜻한 인사 덕분에 마음이 풍성해졌다. 바자회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 가족도 함께 도착해 다 같이 모여 오랜만에 즐겁게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어른들은 대화 속에 편안히 일상을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식사 후에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에어바운스가 있는 예배실로 향했다. 아들은 에어바운스를 보자마자 얼굴이 환해지더니, 신나게 뛰어들어가 땀이 나도록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즐겁게 놀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에어바운스 놀이를 마친 뒤, 오후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를 만나 신혼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카페에 앉아 그들의 고민을 듣고 커피를 마시다 보니 나도 결혼을 준비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설렘으로 가득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내 경험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저녁에는 처남의 생일을 맞아 장모님 댁으로 갔다. 도착하니 식탁에는 장모님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이 가득했다. 가족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은 장난을 치며 웃고 어른들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따뜻한 음식과 함께 둘러앉아 있는 이 시간이 참 편안하게 느껴졌다. 별다를 것 없는 가족의 저녁 식사지만 이 순간이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는 것 같았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보니 아침부터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이 있다. ‘건강이 있어서 이런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오늘도 가족과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며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보니 이렇게 평범하게 흘러가는 하루가 건강이 있기에 누릴 수 있는 귀한 시간임을 새삼 깨닫는다.
얼마 전 어머니가 기도 모임에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머니와 친하게 지내시는 권사님이 기도 제목을 나누시며 딸의 건강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셨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여유로운 삶을 살고 계신 분이지만, 딸의 건강이 좋지 않아 늘 마음이 불편하셨다고 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딸이 건강하기만 하면 좋겠다.”는 그 한마디가 어머니 마음에도 깊이 남았다고 하신다. 모든 걸 다 갖춘 것 같아 보여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의 건강이라는 말이 크게 다가오셨던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 일상이 조금 달리 보였다. 평소엔 건강을 당연하게 여기고 하루를 보내지만, 건강이 없으면 지금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일어나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웃을 수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날이었다.
바쁘게 살다 보니 이런 평범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쉽게 잊고 지낸다. 하지만 결국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이런 작은 순간들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별일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건강이 있어야 가능한 일들이다. "오늘도 건강하게 지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별다른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는 것, 그 평범함 속에 이미 감사할 이유가 충분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