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이 아니라 증상입니다

움직일 힘조차 없을 때, 나를 지키는 방법 - 우울

by 마로

어떤 날은 씻는 것조차 싫었다.

머리를 감는 것도 세수를 하는 것도 양치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움직이는 게 너무 힘들어서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다.

잠을 자는 게 도피 같아서 그냥 계속 잤다.


눈을 뜨면 또 다른 고통이 밀려왔다.

SNS 속 사람들은 어찌나 부지런한지

아침부터 운동하고 일하고 자기 계발까지 한다.

그 반짝거리는 화면을 보면서 나는 더 깊숙이 바닥으로 꺼졌다.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왜 이렇게 의지가 없을까?”

모두가 성공한 것 같고 모두가 행복해보였다.


누가 그랬다.

힘든 인생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나만 제자리에 멈춰서 이 작은 월급에 묶여 사는 줄 알았다.

끝없이 비교하며 스스로를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상담을 받으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게으른 게 아니었다.

그저 '우울'이라는 증상이 나를 짓눌렀던 것이다.

우울은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병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 안에서 나를 향하던 비난이 조금은 풀렸다.


나는 게으른 게 아니었다.

우울한 사람이었고 회복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우울은 한 번에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시도들이 하루를 버틸 힘을 만들어 준다.


도움 되었던 우울을 견디는 작은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아주 작은 목표 세우기

“세수하기”, “창문 열기”, “이불 개기” 같은 소소한 목표 하나면 충분하다.

성취하는 힘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낸다고 했다.


2. 리듬 유지하기

밥을 먹고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덜 흔들린다.

나한텐 가장 힘든 일이었다.

처음부터 이 리듬을 유지하기보단 어떤 날은 밥 먹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어떤날은 햇빛을 5초만 보기 등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3. 감정을 글로 쓰기

“나는 지금 너무 무기력하다”라고 적는 순간 막연한 감정이 언어로 정리되며 가벼워진다.

욕을 써도 좋다.

내 감정노트에는 지금도 욕으로 가득하다.


4. 전문가에게 기대기

상담과 치료는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더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다.

혼자 버틸 필요는 없다.

비용이 부담이라면 요즘 나라에서 마음 치료를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이 있으니 잘 알아보시길..

나는 이를 적극 활용 했다.


우울은 게으름이 아니다.

씻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해도

그것은 무너진 게 아니라 버틴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하루조차도 사실은 끝까지 견딘 하루다.




혹시 지금 당신도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기억해 주길 바란다.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회복 중인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잘 버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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