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대서 더 불편하다 - 자존감
누군가 나를 칭찬하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오히려 불편했다.
“고생 많았어”, “잘했어”라는 말을 들어도 속으로는 늘 이렇게 반박했다.
“아니야, 우연이었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야.”
"내가 못했을 땐 다들 등돌릴거야"
겉으로는 웃으며 “고마워”라고 말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스스로를 끝없이 깎아내리고 있었다.
칭찬을 믿지 못하는 건 단순한 겸손이 아니었다.
그건 사실 최악을 대비하기 위한 방어였다.
혹시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먼저 깎아내리면 덜 실망할 것 같아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나를 미리 낮춰버린 것이다.
사실 그건 자존감이 낮아서였다.
자존감이 낮다는 건 단순히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잘못된 기준 위에서
나를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타인과의 비교, 성과로만 매겨지는 평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
그 기준으로 나를 재면 언제나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된 건
자존감은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건 내가 나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가의 문제였다.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 대신
지금 이 모습 그대로 괜찮다고 인정하는 순간
조금은 숨쉬기 편해졌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게 도움이 되었다.
어젠 달리기를 5분 밖에 못했는데 오늘은 6분이나 했네? 등의 아주 사소한 경쟁말이다.
오늘은 밥을 챙겨 먹었다, 오늘은 영어 단어를 세 개를 봤다 등 사소한 성취가 힘나게 했다.
흔히 말하는 럭키비키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나는 왜 이래” 대신 “이만큼 해낸 것도 괜찮아”라고 말해보자.
부족함까지 포함해서 ‘이게 나다’라고 인정할 때 자존감은 조금씩 회복된다.
그 순간만큼은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비슷하게 버티고 있을 사람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달랬다.
잠시 동안은 연예인들이 나오는 방송을 멀리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 같아서 볼수록 마음이 더 작아졌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인정하기 힘든 날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게으르거나 못나서가 아니라
나를 향한 눈길이 조금 더 따뜻해질 필요가 있다는 신호다.
혹시 지금도 누군가의 칭찬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기억했으면 한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