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찾아오는 경고등- 공황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숨이 막히던 순간이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머리는 하얘졌다.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너져 내렸다.
주위 사람들은 “별일 아닐 거야”라고 했지만
그 순간의 나는 그 어떤 말로도 안심되지 않았다.
처음엔 너무 예민하거나 나약해서 이런줄 알았다.
하지만 상담을 받으며 알게 된 건
공황은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건 사실 내 몸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울린 경보였다.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고장 난 경보기가 과잉 반응하듯 울려 버린 것이다.
나는 무능한 게 아니라
오히려 내 몸이 나를 살리려 애쓰고 있었던 거였다.
특정한 상황에서 공황이 시작 되었다.
'갑자기 큰소리가 날때', '특정 인상착의의 모르는 사람과 닿았을때', '지하철에서' 등...
공포의 트리거가 눌렸다.
상담을 하면서도 중점적으로 다뤘던 부분이기에
공황을 다룸에 있어서는 거의 준전문가가 되었다.
공황은 다른 질병과 달리 수 분이내에 진정이 된다.
내가 도움이 되었던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가장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다.
공황은 보통 예기불안에서 시작된다.
나 역시 발작이 올까 두려워 일회용 비닐백을 늘 들고 다녔다.
숨쉬기가 힘들어질 때는 봉지를 입에 대고 호흡을 했다.
4초 들이마시고 6초 내쉬고..
그러면 빠르게 호흡이 진정되었다.
그 순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건 큰일이 아니다. 쓰러지지 않는다.”
그 작은 자기 확언이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공황 발작이 시작되면 머릿속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고 현실감이 사라지곤 한다.
그럴 때 내가 붙잡았던 건 바로 감각(오감)이었다.
차가운 물을 손에 적시거나 얼음을 꼭 쥐면
‘여기’의 온도가 현실로 되돌려 놓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물건들이 주변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럴 땐 손가락이나 무릎을 살짝 꼬집거나
바닥을 발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몸의 감각에 집중했다.
집에 있을 때는 원두를 꺼내 커피 향을 맡으며 후각을 자극하기도 했다.
공황 발작이 지나간 뒤에는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며 청각을 자극해 마음을 천천히 안정시켰다.
이 작은 감각 자극들이 나를 현재로 붙잡아 주었고
무너질 것 같던 순간을 견디게 해주었다.
이때까지의 공황 발작에도 나는 살아 있었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갔다.
그런데도 공황이 올 때 가장 힘든 건
“이대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끝없이 반복된다는 거였다.
생각이 커질수록 불안은 더 거세졌고 몸은 그 불안을 그대로 따라갔다.
그럴 때 내가 의도적으로 붙잡은 건 짧고 확실한 문장이었다.
“이건 곧 지나간다.”
이 문장을 입 밖으로 꺼내거나 마음속에서 계속 반복했다.
아무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을 땐
주위에 있는 물건 이름을 무작정 내뱉기도 했다.
“책상, 컵, 시계…”
나에게서 시선을 떼고 주위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억지 같았지만 몇 번이고 되뇌다 보면
불안의 크기가 조금씩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거짓말처럼 두려움이 단번에 사라지진 않았지만
최소한 공황의 파도에 완전히 휩쓸리지는 않게 되었다.
나는 공황이 올 때마다 혼자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에게 들키면 창피할 것 같고
약한 사람으로 보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밖에서는 일부러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지 않으려 했고
공황이 심할 땐 아예 나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나 지금 불안해”라고 말했을 때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의 강도가 확 줄어들었다.
쓰러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때 알았다.
도움 요청은 나약함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라는 걸.
“괜찮아, 나 여기 있어”라는 말 한마디가 불안의 파도를 견디게 해주었다.
공황은 여전히 두렵다.
약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뿐이다.
무엇보다 그 순간은 반드시 지나간다.
혹시 지금도 숨이 막힐 만큼 불안한 순간을 겪고 있다면 기억해 주길 바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길을 지나며 여전히 살아내고 있다.
너무 힘들땐.. 댓글이라도 달아주시면 조금의 위로에 보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