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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크령 Oct 13. 2022

박카스

-작은 관심

오늘도 어김없이 더운 날씨지만 자원조사를 하러 마을로 들어가야 하는 날이다. 

자원조사는 왜 항상 춥거나 더운 날씨에 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행정 일자에 맞추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여름이건 겨울이건 항상 힘든 건 마찬가지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아침부터 가장 시원할 것 같은 옷을 고른다

옷방 의자에 앉아 한참 고민을 한다

고른 옷은 역시나 이지만, 최대한 시원해 보이는 옷으로..     


사무실에 왔다. 

오자마자 팀원들과 외근 나갈 준비를 한다

오늘은 마을 불량도로 조사를 하는 날이다. 

불량도로란 4m 미만의 도로로 소방차가 들어가기 힘든 길을 일컫는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 안 길을 하나하나 조사해야 하고, 도로 폭을 재야 하다 보니 손이 많이 가는 업무이다. 지도에도 없는 마을 길이 있는가 하면, 비포장 도로도 많고, 집을 가로지르는 도로도 있다. 

사무실에서 단단히 준비를 하고 밀짚모자와 지도, 레이저 자를 챙겨간다

차량이 출발하기 전 이장님께 전화를 드린다.

이장님께 전화는 꼭 드려야 한다. 마을에 동네분들이 모르는 청년들이 기웃거리면 경계를 하시기 때문이다. 서울에 살 때는 우리 동네 이장이 누군지, 반장이 누군지 관심도 없었다. 우리 행정리 위치가 어디까지인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지방에서는 이 행정리 단위가 정말 중요하고, 행정리의 장들의 입김도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을 조사를 할 때는 마을 주민들에게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행정 공문과 이장님의 안내 순서를 따른다. 

 우선 행정의 공문과 연락이다. 아무래도 동네 사람이 아닌 사람이 마을을 휘젓고 다니면 마을 사람들이 계속 의구심의 질문과 눈초리를 보내는지라, 행정에서 마을대표에게 연락을 미리 주고, 공문도 발송해 달라고 한다. 그 뒤 그 공문을 갖고 마을대표(대부분 이장)를 찾아간다. 

이장님은 항상 혼자 오시는 법이 없다. 노인회장님이건, 마을 개발위원이건 누구와 함께 온다.

 그런 연후 자세한 설명을 해 드리고, 마을에 안내 방송을 해달라고 한다. 요즘은 대부분 집 안에 녹음되는 스피커들이 있어서 바로 듣지 못해도 그것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지난번 티브이 방송에서 어떤 연예인이 아직도 농촌은 마을 스피커를 통해서 방송한다고 하는데 그런 곳은 요즘 찾기 힘들다. 

아무튼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마을을 다녀도 마을 사람들은 누구냐 물어보신다. 

오늘은 그렇게 물어볼 것 같아 미리 인사를 했다. 

‘이장님께서 안내방송한 거 들으셨죠? ****센터에서 마을 조사하고 다녀요’

그러냐는 고개 끄덕임과 함께 시선이 따라온다

나는 왠지 “너희들은 누구냐~” 라며 계속 따라오는 시선이 너무 싫다. 그래서 오늘도 먼저 인사한 건데..      

더우니 지친다.

오늘의 할당량을 다하고 마지막 구역으로 갔다. 

어느 집 대문 앞에 주민분이 무언가를 털고 계셨다. ‘뭐하는 사람들..? “ 이라며 궁금증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보시기에 주민분이 먼저 입을 떼기 전, 마치 농구공을 인터셉트하듯이 말을 가로챘다

' 안녕하세요. 이장님 방송 한신 거 들으셨죠? 저희는 자원 조사하고 있어요 '

하하;;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기분이 묘한 것인가..

하지만 그 뒤 이야기는 생각 외였다

’아.. 고생하시네요.. 그런데 우리 도시가스는 언제 들어와요?‘

’아.. 그건 저희 소관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저희는 길 폭만 재요‘ 

’아.. 미안하네요.. 그것도 일이 많을 텐데..‘

아니, 뭐 그렇게 미안해하실 것은 없는데..  멋쩍게 웃으며 고개 인사를 하고 다시 일을 마무리 지으려 움직였다.

그 주민분이 집안으로 들어가시더니 다시 나오신다

' 이거 별거 아니지만 고생하는데 줄 게 없네'

박카스를 손에 쥐어 주셨다.

아.. 이 더운 여름날 시원한 박카스 한 병.. 

목마름을 해결해주고, 폭포 밑에 들어간 기분이랄까.. 박카스에서 느껴지는 달달한 맛과 타우린 가득한 시큼한 맛이 힘을 솟구치게 하는 것 같다. 

정말 시원함!! 이란 말 외에 할 말이 없다.

아까 툴툴 거리며 말 가로챈 것이 죄송함과 함께 몰려온다

박카스.. 

그건 그냥 박카스가 아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고맙다고 무언가 먹는 것을 준다는 것은 인간의 ’의. 식. 주‘ 행위의 일부로 정말 마음을 열지 않고는 행하기 힘든 일이다

주시자마자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바로 마셨다. 그 감사한 마음을 나도 바로 표현하고 싶어서..     

예전에 박카스 광고를 보면. 활력을 주는 그런 음료로 광고를 한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항산화 작용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등.. 표면적으로 그 회사에서는 효과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 그런 효과 외에 부수적인 효과들을 얻는다.

바로 주민들의 마음이다. 

주민이 건네는 음료는 신뢰와 믿음이다. 

내가 힘들어도 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은, 이렇게 하면 할수록 믿음을 주는 주민들의 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카스는 가장 손쉽게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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