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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터뷰 Nov 05. 2020

책 만드는 페인터의 작업실

몬트스튜디오

서울 중구 을지로 210 공영빌딩 3층 302호
@_mondstudio_



몬트스튜디오를 한 줄로 소개한다면.

몬트스튜디오는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드는 개인 작업실이고, 이곳에서 그림과 북바인딩 수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수업은 매주 있나요?

일주일에 하루만 수업을 진행해요. 북바인딩 수업은 고정된 시간에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유롭게 와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어요. 그림 수업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지금은 북바인딩이 주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하루는 종일 개방하고 나머지 요일은 개인 공간이 되는 거니까 작업과 병행하기 좋을 것 같아요. 북바인딩은 언제 시작하신 거예요?

처음에는 대학교 다니면서 혼자 해봤어요. 방법도 잘 모르고, 마음대로 만들어서 견고하지도 않고, 책 모양으로 나오긴 했지만 제대로 된 방법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가 있었고 유튜브와 책을 보면서 연습했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집 근처에 있는 서점에서 북바인딩 워크숍을 들으면서 기본을 다졌어요.




직접 그린 회화 작품을 책으로 만들기도 했는데, 그림을 책의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어떻게 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대학교 때부터 책 형태의 그림을 작업했는데 저도 제가 왜 자꾸 책으로 만들고 싶어하는지 많이 고민했어요. 제가 그림을 그릴 때 한 그림을 단독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여러 개 시리즈로 생각해 놓고 하나씩 작업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하나만 봤을 때보다 여러 개가 같이 있을 때 좋아 보이는 내용의 그림들이 있었는데 그럴 거면 같이 묶여 있는 형태로 작업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 그렇게 시리즈로 나오는 작업은 책으로 하려고 하고 있어요.




시리즈로 만든 작업 중에 최근에 한 게 있으면 어떤 거예요?

가장 최근에 만든 책인데 스틸 라이프라는 제목의 책이고 스틸 라이프가 정물화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데 스틸과 라이프를 쪼개서 의미를 다시 재해석해서 이 안에는 정물화가 쭈르륵 나와요. 조금은 어딘가 정상적이지 않은 정물화가 들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 이런 의미로 재해석해서 조금 엉망이지만 어쨌든 하나의 정물화를 이루는 시리즈의 그림을 책으로 만들었어요.





동화 같아요. 판매는 어떻게 하세요?

페어 나가서 판매하는 게 가장 많고요. 올해는 페어가 다 취소돼서 아쉽지만 종종 제가 온라인스토어를 개설했는데 거기서 구매하시는 분들도 가끔 계세요. 우리나라는 아트북페어라는 이름을 달고 하는 행사를 가 보면 사실 아트북이 아닌 책들도 되게 많아요. 일반 독립출판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도 독립출판을 좋아하는데 약간 혼재되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클래스 진행하면서 재미있었던 거 있어요? 기억에 남는.

이 이야기는 자주 했었던 건데 이게 생각보다 조금 힘들어요. 집중력도 많이 필요하고 손도 조금 아플 수 있고 많이 집중해야 하는 작업인데. 근데 어떤 여성 분이 남자친구분 선물해 주려고 오셨어요. 근데 만들면서 되게 힘들어 하셨거든요. 나중에 다 만든 작품을 보시면서 이걸 못 줄 것 같다고. 그렇게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신 게 기억에 남고. 그리고 작년에 수업 오셨던 분이 얼마 전에 다시 수업을 들으러 오셨는데 그때 만드셨던 걸 꽉꽉 채워서 오신 거예요. 글이랑 사진이랑 다 스크랩북처럼 만들어서 오셨는데 그걸 보니까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다 뿌듯하고.




가르치는 게 어때요? 작업하시는 분들은 나의 개인 작업 외에도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내가 알고 있는 재능을 알려주는 게 어떤지 궁금해요.

제가 뭔가를 알려드렸을 때 그걸 잘 받아들여서 결과물이 나왔을 때 뿌듯함을 느껴요. 사실 북바인딩은 정해진 코스가 있고 그 코스에 맞춰서 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예상이 되는데 페인팅 수업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하든 자유로운 작업이니까 제가 조금 팁을 드렸을 때 그걸 수용해서 자기만의 느낌으로 그림을 그려나가시는 걸 보면 되게 좋아요. 되게 재밌고. 개인적으로는 바인딩 수업보다는 그림 수업을 더 좋아해요.





저도 처음에 듣기에는 북바인딩 이야기를 먼저 들어서 그거 하신 것만 처음 먼저 봤는데 되게 그림을 열심히 틈틈이 그리시는 것 같더라고요. 사람들이 봤을 때 내 그림이 어떻게 느껴지면 좋겠다 이런 게 있어요?

제 이야기가 100% 읽히지 않더라도 제 그림을 보고 자기의 상상에 투여되면 좋겠어요. 제 그림을 100%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고 오히려 숨기는 걸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보시고 제가 의도한 내용들이 조금은 전달되면 좋겠지만 그게 100% 전달되지 않아도 좋아요.




전시 계획은 없으세요?

지금 전시를 딱 계획 중인 건 없는데 지금 그림이 어딘가에 걸려 있기는 해요. 혹시 서울옥션 아세요? 서울옥션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로 전시를 했는데 그걸로 연이 돼서 지금 서울옥션에서 진행하는 경매에 참여하게 됐어요. 경매하기 전에 프리뷰라고 해서 그림들을 미리 전시하는 과정이 있는데 지금 그림 하나가 전시 중에 있어요.




그런 전시 같은 경우에는 초반에는 작가 분들이 주로 요청을 하기도 하나요?

여러 가지의 루트가 있는데 신인작가 같은 경우에는 공모를 통해 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조금 커리어가 쌓이면 섭외를 하시기도 하고 대관을 하고 전시를 하기도 하는데 그건 금액이 너무 높아서. 보통 개인으로 혼자 젊은 친구들이 전시할 때는 대관은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몬트스튜디오는 이름이 어떻게 정해졌어요?

몬트가 독일어예요. 그래서 d인데 t 발음이 나는데 달이라는 뜻이에요. 저희 어머니가 저를 임신하셨을 때 태몽으로 보름달이 배로 쏙 들어오는 꿈을 꾸셨대요. 근데 제가 실제로 정월대보름 새벽에 태어났어요. 그래서 그게 되게 상징적인 소재라서 항상 생각하고 있다가 정하게 됐는데 제가 독일에서 1년 정도 살았는데 독일어를 제가 너무 좋아해서 독일어 단어로 하게 됐어요.




예술가 분들한테 취미를 묻는 게 나름 의미가 있더라고요.

저는 취미보다는 여기 없으면 하는 게 저희 집에 고양이가 있어요. 고양이 보는 게 취미 생활. 고양이 때문에 항상 칼퇴를 하고 집에 가요. 이걸 저의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시간을 정해 놓지 않으면 흐트러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요. 아무래도 프리랜서는 혼자 관리해야 하니까 시간을 정해 놓는 편이에요. 작업실을 출퇴근한다는 

느낌으로. 유동적이긴 하지만 정해 놓고.




아트 관련된 책인 거예요? 아니면 아트북으로 나온 형태인 거예요?

사실 정의 자체가 개념이 넓어서 텍스트만 있어도 아트북이라고 할 수 있고 개념을 확장시키면 어떤 책도 아트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우리나라에서 아쉬웠던 건 소설책이네 에세이, 자기가 직접 써서 만드는 독립출판물까지 나온 것 같아서 성향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해외에서는 이미지도 다양했고 제본 방법도 다양하고.




제본 형태가 아트 관련된 게 아니더라도 에세이더라도 제본 형태가 특이한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것도 아트라고 봐도 되는 건지.

그 개념이 되게 애매해요. 저는 제 책 작업을 말할 때 웬만하면 아티스트북이라고 말하는데 아티스트북이랑 아트북의 미묘한 차이는 있어요. 아트북은 아트를 다룬 책이든 그림책이든 포괄적인 개념이고 아티스트북은 더 좁은 범위의 단어인데 저는 이 책을 사실 형태만 책이지 그냥 개인 작업물로서 보거든요. 작품으로. 아트북은 북의 개념이 좀 더 강한 것고 아티스트북은 북이라는 형태는 있지만 조금 더 개인적인 작품으로서 역할이 더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독립출판과 아티스트북의 차이를 잘 설명해주신 것 같아요.

저도 아티스트북을 어디까지 볼 수 있을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




그림과 책의 형태는 소장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잖아요. 작품을 판매하는 데 있어 선호하는 쪽이 있나요?

저는 둘 다 너무 좋아요. 사실 그림은 구입하기 쉽지 않고, 조금 더 쉽게 소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 형태의 작

업을 좋아해요.






을지로에서 좋아하는 공간이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인더페이퍼>

두성종이에서 운영하는 페이퍼 갤러리예요. 종이가 사방에 종류별로 꽂혀 있어요. 심심하면 종이를 구경하러 가기도 하고, 을지로에 작업실을 마련하기 전부터 자주 갔어요. 북바인딩 수업에 필요한 종이도 여기서 사요.







인터뷰이  유리

취재  길수아, 홍주희

글&편집  백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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