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나이씨, 혹시… 결혼은 언제쯤 하실 생각이세요?”
오, 시작부터 직구 던지네. 나는 숨을 고르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그걸 어떻게 미리 정해요?”
그는 눈 하나 깜짝 않고 대답했다. “저는 6개월에서 1년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재미나이씨가 39살이라… 40살 되면 임신은 좀 힘들지 않을까요?”
뭐라고? 순간, 앞에 있던 얼음 커피를 그의 얼굴에 확 뿌리고 튀고 싶은 충동이 폭발했다. 이 인간, 나를 사람으로 보는 거야, 아니면 생물학적 시계로 계산하는 계산기야?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빅터 프랭클의 이 말처럼, 나는 화끈한 커피 세례 대신 억지로 침착함을 선택했다.
불그락푸르락한 내 얼굴을 눈치챘는지, 그는 황급히 사과했다. “죄송해요, 그냥… 재미나이씨가 마음에 드는데, 너무 앞서갔나요?” 그의 눈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헐, 이게 뭐야? 조사남의 눈물 샤워에 내 분노가 살짝 누그러졌다. 그래, 너도 이 결혼 시장에서 얼마나 조바심 났으면 저랬겠니. 나도 모르게 동병상련의 공감이 스멀스멀. 이젠 내가 노총각의 눈물까지 어루만지는 슈퍼 공감 노처녀로 진화한 걸까? 낭만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초능력치고는 참 씁쓸하다.
“돈은… 얼마나 모았어요?” 그는 눈물을 닦더니 은행원 본색을 드러냈다. 오, 또 시작이네. 왜? 내가 적게 모았으면 튈 건가? 아니면 내가 없다고 하면 도와줄 건가? 나는 얼음 커피를 원샷으로 비웠다. 이건 데이트가 아니라 신용평가 인터뷰잖아.
“가장 큰 위험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마리사 메이어의 이 말은 내게 용기를 주려는 듯했지만, 이 상황에선 그냥 웃음만 나왔다. “조사남님, 전 조사남님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더 알뜰하고 내조 잘하는 여성분을 찾아보세요.”
“네? 그게… 무슨 잘못을 했나요?” 그는 억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는 조사남님처럼 꼼꼼한 분과 안 맞아요.”
“하지만 연봉이나 여러 면에서 저랑 잘 어울려요. 나이도 그렇고… 제가 재미나이님 회사 재무분석표 보고 연봉이랑 보너스 다 알아봤는데…”
네? 뭐라고요? 내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이 인간, 나를 스토킹한 거야, 아니면 기업 대출 심사하듯 분석한 거야? 그는 신이 나서 말을 이어갔다. “저희 은행이 기업 대출 업무를 하다 보니, 이런 정보 잘 알죠. 혹시 이직 계획 있으세요? 그리고 재미나이님, 지금 사시는 아파트 자가세요? 부모님 대출 있으시면… 등기부등본으로 제가 확인해볼게요!”
그는 핸드폰을 꺼내 부동산 앱을 띄웠다. 이제 내 집까지 투자 상품으로 보는 거야? “보험이나 주식은요? 저랑 결혼하신다는 전제하에…” 그는 자기 재산, 주식 포트폴리오, 심지어 우리 아버지 공무원 연금까지 계산하며 말했다. “이러면 우리 둘이 부모님 서포트 안 해도 되겠네요!”
내 인생이 그의 엑셀 시트에 셀 단위로 쪼개져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내 꿈, 감정, 심지어 다크서클까지 숫자로 변환되어 그의 손안에 놓였다. “가장 깊은 감정은 언제나 침묵 속에 있다.” 셰익스피어의 이 구절처럼, 나는 말없이 커피 잔을 내려다봤다.
“제가 집에 급한 연락이 와서요, 죄송합니다.” 나는 집안일을 핑계로 급하게 짐을 챙겨 튀었다.
몇 분 뒤, 눈치 없는 조사남이 걱정된다는 목소리로 전화했다. “재미나이님, 큰일은 아니죠? 드릴 말씀이 남아서요… 괜찮으시면 제가 집 앞에 가서 다시 연락드릴게요. 아까 재미나이동 브런치아파트라고 하셨죠?”
뭐? 집까지 따라와? 그는 진짜로 내 집 앞에 와서 부동산 앱을 띄우며 말했다. “저 바로 앞이에요. 잠깐이면 됩니다.”
아, 진짜. 일주일 치 스트레스가 폭발했다. 너, 노처녀+직장인 스트레스 콜라보로 한 방 맞아볼래? “이 아파트 시세면 대출 조금만 하면 전세 가능하겠네요. 친정 가까이 살아야 나중에 육아에 도움이 되거든요. 부모님 대출 없으시면 상속세도 크게 안 나올 거예요.”
이 인간, 나와 사랑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집을 합병하려는 거야. 내 마음의 등기부등본은 타인 접근 금지로 굳게 잠갔다. 그의 엑셀 러브는 내 집 앞까지 따라왔지만, 사랑이 아니라 자산 합병 계약서를 들이밀 뿐이었다.
며칠 뒤, 매니저에게 카톡이 왔다. “재미나이님, 혹시 연애하세요?”
조사남아… 제발 그만…
이 모든 소동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랑은 엑셀 셀이 될 수 없다. 연봉, 아파트 시세, 부모님 연금, 심지어 내 나이까지 숫자로 환산하는 세상에서, 나는 여전히 사람이고 싶다. 조사남의 세계에선 내가 유망 투자처일지 모르지만, 내 마음은 그런 계산에 갇히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생텍쥐페리의 이 말처럼, 내가 꿈꾸는 건 나를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봐주는 누군가다. 다크서클까지 사랑해줄, 내 잔소리와 밥을 함께 먹어줄, 그런 사람. 그건 억 단위 자산으로도, 등기부등본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빈칸이다.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미뇽 맥로플린의 이 말은 연애 시장의 냉혹함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재미나이의 여정을 잘 담는다. 조사남의 엑셀 러브는 웃기지만, 결국 사랑은 숫자나 조건이 아니라 서로의 진짜 모습을 받아들이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재미나이의 자조적 유머는 그 빈칸을 채울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힘이 될 것이다.
We calculated the same numbers, but we were never adding up to love. (우린 같은 숫자를 계산했지만, 사랑으로는 결코 합쳐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