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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 Sep 26. 2021

정규직이 되어 묻는 <계약직도 괜찮나요?>

  2021년 4월의 글을 마지막으로 5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계약직도 괜찮나요?>라는 책 제목에 맞게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실업급여를 받고 쉬게 된 시점에서 아무리 고민을 해도 더 이상의 글을 써내려 갈 수가 없었다. 


  5개월 전 마지막 글의 마지막 문단은 다음과 같다. '회사를 나와 돈을 벌려고 해도 나를 증명해야 만 할 것이다. 증명하는 과정도 힘들 수 있다. 하지만 회사에게 내 가치를 증명하는 것보다는 재밌지 않을까?'


  처음으로 가져 본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6개월의 시간 동안 답을 찾으려고 해도 그냥 쉬고 싶 마음뿐이었고,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쉼보다는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는지, 제대로 쉼의 시간을 가졌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것저것 하며 파이프라인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6개월이었다.


  그렇게 6개월을 보낸 2021년 9월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나는 6개월의 실업급여 중 17일을 받지 않고, 정규직으로 일한 지 한 달이 지나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다음도 계약직이어도 괜찮을까? 규직은 뭐가 다를까? 계약직도 괜찮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




   실업급여를 처음 받았을 때, 내 처음 생각은 이랬다. 실업급여가 끝나고 일자리를 못 찾아도 알바를 하면서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겠다. 계약직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업급여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내가 마음속으로 굳게 세웠던 계획들은 '불안감'에 무너져버렸다. 


  쉬는 동안 단꿈에 빠져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깨닫고 이성적이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나는 불안했을 뿐이다. 


   17일의 실업급여를 포기하고 왕복 3시간의 출퇴근을 스스로 선택했지만 첫 정규직 출근 날 '한 달 아니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다 말할 수 없지만, 결국 불안감에 또 성급한 결정을 내렸던 것 아니었을까? 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을 지도. 

 

  이런 생각이 든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주식으로 큰 수익을 얻어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는 기사들과 이야기를 듣게 될 때면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는 내가 바보가 되는 것만 같다. 열정을 가지고 일했던 지난 3년, 앞으로도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마 '열정은 무슨, 돈 벌려고 회사 다니는 건데 정규직으로 들어갔으면 거기에서 안전하게 일해야지!'라고 나에게 말하고 싶은 사람이 꽤 있을 것도 같다. 이 말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동의가 되긴 하지만, 힘들게 정규직으로 들어간 회사조차 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퇴사를 생각하고 있다. 


  6개월 전, 퇴사 직전 본 영화 소울의 한 대사로 쓰게 된 <계약직도 괜찮나요>. 그토록 원했던 밴드와 재즈 공연을 한 후 "이다음은 뭐죠?"라는 질문에 "내일 또 같은 시간에 나와서 연주를 하면 돼'라는 답을 현재 몸소 체험 중이다. "정규직으로 들어가면 그다음은 뭘까? 내일 9시에 출근해서 6시까지 일하다가 퇴근하면 돼."


<계약직도 괜찮나요?> 질문에
 내가 찾은 답은'정규직이라고 다를 건 없다.'계약직도 괜찮다.'라는 것이다.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상관없다.' 시대는 변했고,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없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돈을 버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고민했던 계약직이 나을지, 정규직이 나을지 이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 고민은 이제 굉장히 무의미하다고 느껴진다. 


  나처럼 정규직이 되어도 '퇴준생'을 준비하고 있고, N잡러가 되어 경제적 자유를 꿈꾸고 있다면. 정말 계약직이 나을지, 정규직이 나을지 고민은 정말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이라는 데서 정규직을 고른다고 하지만, "정말 안정적이라고 느껴?"라고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내 대답은 "아니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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