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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 Apr 21. 2021

계약직의 하루는 길다

나는 증명해야 한다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돈이라도 모아 두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돈을 모았다. 모두에게 하루는 24시간, 1440분, 86400초로 똑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버는 돈은 다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계약직의 하루는 유난히 더 길다는 것이다.


  계약직으로 일하기 위해 자격증, 자기소개서, 면접의 과정을 통해 회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회사의 일도 열심히 배워야 하고, 회사에 있는 동안 뭐라도 하나를 더 해 놓아야 한다.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9 to 6는 적응하기 너무 힘들었다. 집에 가서 밥 먹고 8시면 쓰러져 자고, 학교 다닐 때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던 아침까지 건너뛰었다. 정신없이 업무를 익히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다 문득 눈을 뜨니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경력만으로는 부족했다. 계속 나는 회사에 뽑아달라고 증명해야만 한다. 증명하기 위해서 회사 일은 기본으로 열심히 하고, 다른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회사에서 교육지원비가 나왔고, 나는 교육지원비라도 다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전화 영어를 시작했고, 전산회계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회계와 전혀 관련 없는 업무였는 데, 나중을 위해서 따놓았다. 미래에 어떻게 쓰일지 모르니까 말이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그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주말을 보내지만 '불안함'이라는 것이 밀려오는 시점부터는 주말에도 마음 편안한 하루를 보내기는 쉽지 않았다. 다음 회사를 가는 데 필요한 자격증을 살펴보고, 구인광고를 끊임없이 확인했다. 회사를 나올 때가 되니 2년 전 따놓았던 토익도 만료가 되었다. 서점으로 향해 토익 책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정규직도 하루가 긴 사람들이 많다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계약직은 불안한 미래를 위해 자격증을 따는 것이고, 정규직은 자신의 자기 계발을 위해 따는 것인데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정규직의 퇴근 후, 주말의 바쁜 일상은 회사에 자신을 증명하기 위함인가?


  ‘퇴준생’이라는 신조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퇴사와 취업준비생을 조합한 신조어로, 더 나은 회사로의 이직 등을 위해 퇴사를 마음먹고 천천히 준비하는 이들을 말한다.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다니며, 원할 때 퇴사를 하고 이직할 수 있는 이들과도 계약직의 하루는 분명 다르게 흘러간다.


  다르게 흘러간 시간 덕분에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도 있었다. 처음부터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했더라면, 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었을 수도 있다. 지금도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반드시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벗어날 수 있었다. 현재는 블로그, 주식, 네이버 OGQ마켓 이모티콘으로 조금이지만 부수입을 얻고 있다. 브런치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전자책도 출판해보려고 한다. 언젠간 안정적인 부수입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회사를 나와 돈을 벌려고 해도 나를 증명해야 만 할 것이다. 증명하는 과정도 힘들 수 있다. 하지만 회사에게 내 가치를 증명하는 것보다는 재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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