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를 처음 받았을 때, 내 처음 생각은 이랬다. 실업급여가 끝나고 일자리를 못 찾아도 알바를 하면서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겠다. 계약직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업급여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내가 마음속으로 굳게 세웠던 계획들은 '불안감'에 무너져버렸다.
쉬는 동안 단꿈에 빠져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깨닫고 이성적이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나는 불안했을 뿐이다.
이런 생각이 든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주식으로 큰 수익을 얻어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는 기사들과 이야기를 듣게 될 때면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는 내가 바보가 되는 것만 같다. 열정을 가지고 일했던 지난 3년, 앞으로도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마 '열정은 무슨, 돈 벌려고 회사 다니는 건데 정규직으로 들어갔으면 거기에서 안전하게 일해야지!'라고 나에게 말하고 싶은 사람이 꽤 있을 것도 같다. 이 말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동의가 되긴 하지만, 힘들게 정규직으로 들어간 회사조차 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퇴사를 생각하고 있다.
6개월 전, 퇴사 직전 본 영화 소울의 한 대사로 쓰게 된 <계약직도 괜찮나요>. 그토록 원했던 밴드와 재즈 공연을 한 후 "이다음은 뭐죠?"라는 질문에 "내일 또 같은 시간에 나와서 연주를 하면 돼'라는 답을 현재 몸소 체험 중이다. "정규직으로 들어가면 그다음은 뭘까? 내일 9시에 출근해서 6시까지 일하다가 퇴근하면 돼."
<계약직도 괜찮나요?> 질문에
내가 찾은 답은'정규직이라고 다를 건 없다.'계약직도 괜찮다.'라는 것이다.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상관없다.' 시대는 변했고,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없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돈을 버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고민했던 계약직이 나을지, 정규직이 나을지 이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 고민은 이제 굉장히 무의미하다고 느껴진다.
나처럼 정규직이 되어도 '퇴준생'을 준비하고 있고, N잡러가 되어 경제적 자유를 꿈꾸고 있다면. 정말 계약직이 나을지, 정규직이 나을지 고민은 정말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이라는 데서 정규직을 고른다고 하지만, "정말 안정적이라고 느껴?"라고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내 대답은 "아니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