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우울감정 09화

우울의 또 다른 이름 외로움

난 '섬'이었다.

by 감정기록자

우울 감정의 또 다른 이름은 외로움이다.


우울하다는 것을 감추려면

철저히 혼자가 되어야 한다.


그날도 언젠가 경험한 그날처럼

화장실에서 눈이 빨개지도록 울었다.

밝은 대 낮에 불현듯

그날의 기억이 떠 올라서 막 울었다.

추악한 기억은 실수도 당겨진 화살처럼

예고 없이 나를 향하곤 했다.

눈물 자국 지우고 얼굴 단장하고 거실로 나오니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아무도 내 얼굴에서 슬픔을 읽지 못했다.

난 우리 집에서 ‘우리’가 아니었다.

그냥 난.. 나였다.


‘우리’의 테두리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그럴 땐 가면을 썼다.

동네에선 인사 잘하는 아이,

친지들에겐 야무진 아이,

엄마 아빠에겐 세상 고민 없는 순한 아이,

친구들 사이에선 당찬 아이....

정말 숨이 찼다.


그때부터였다.

친구도 많고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지만

외로움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난 항상 마음속으로 외쳤다.

’ 난 이렇게 힘든데 왜 아무도 몰라? 눈치 좀 채줘.!!

사랑한다면 알아줘... 제발‘


시간이 많이 흐른 후

난 더 이상 가족들의 사랑을 믿지 못했다.

사랑한다면 알았어야 했다...... 고 생각했다.

조금 커서는 사람을 아예 믿지 못했다.

나를 향한 상대방의 호의조차도 의심했다.

’ 내 부모, 내 가족도 나를 모르는데

저 사람이 날 어떻게 알아?

말도 안 돼...

저 사람은 진짜 나를 몰라..‘


우울과 외로움이 오래되고

깊은 상처가 되면 그 사람은 섬이 된다.

보이지 않는 경계가 드리워져 있는 섬.


난 '섬'이기에 늘 친구나 가족에게 양가감정을 품고 있다.

함께 하고 싶으면서도 부담스럽고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은 그 지점에 있다.


난 지금도 부모님께 묻고 싶은 게 많다.

어린 시절의 나를 어떻게 기억하냐고..

그때 내가 어디 아파 보이지 않았냐고..

웃음 뒤 가면 뒤

내 진짜 얼굴이 궁금하지 않았냐고..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면

우울하고 외로운 얼굴빛이 스친다면 물어보자.

상대방이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해도 물어는 보자..


’무슨 일 있어?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해 봐.

들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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