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우울감정 10화

우울해서 미치겠을 땐

셀로판지를 꺼내보자

by 감정기록자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보면

나의 자살 충동? 혹은 생각은 그렇게

부자연스럽진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나 또한 죽고 싶을 때가 많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우리 언니가 들으면 팔짝 뛸 말이다.


우울한 마음이

거대한 해일이 되어 나를 덮칠 때..

울다가 울다가 지치면

셀로판지를 내 눈에 대어 보는 상상을 하곤 한다.

검은색 셀로판지를 대면

'우울 먹구름'이 가득하지만

노란색, 연두색, 분홍색을 비칠 때면

세상이 달라 보였다.

살만해 보였다. 명랑만화 같았다.


성인이 돼서도 그런 습관은 계속되었다.

내 인생의 ‘콘셉트’을 만드는 것이다.

나를 소설 속이나 드라마 속 인물로

슬쩍 넣어 본다.

육아에 지쳐 베란다로 뛰어들고 싶을 땐

드라마 속 억척 엄마로

내가 쓴 원고가 회의실 공중을 비행할 때면

방송계를 곧 점령할 초보 작가로

경력 단절이 된 내가 싫어질 때면

세상 현명한 현모양처로

오늘 나의 브런치 글 조회수가 0인 날엔

출판계를 휘어잡을 브런치 작가로

이런 식이다.


온통 긍정의 암호들을 깔아놓은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는 암시를 주는 것이다.

효과는 있었다.

적어도 그 암시가 유효할 때는 삶이 재밌었다.

우울 감정을 한방에 해결한 명약은 없기에

난 이렇게 버티고 살아왔다.


한 땐 전문가의 도움도 요청했었다.

정신과 의사도 만났고 상담사도 만났었다.

그들은 나에게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자매들을

권했지만 난 내 방법으로

나를 우울에서 건져냈었다.


-나의 처방전-

1. <상처를 드러내기>

2. <우울한 상황을 드라마처럼 각색하기>

3.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두기> 등등

※주의사항 : 증상이 심해지면 의사의 처방을 따를 것!


나의 처방전 덕분에

서른 살에 죽기로 했던 열한 살의 나는

지금 그럭저럭 살고 있다.

남편도 있고 아이도 둘이나 있다.

떵떵거리며 살진 않지만 소박한 즐거움으로

내 삶을 채워간다.

그리고 가족 안에서 늘 외로웠던 나는

가족보다 더 나를 이해해주는

또 다른 가족 다른 의미의 가족을 만났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흔넷 아줌마는

종종 우울 비를 만난다.

우울 비가 마음에 내릴 때면

노란 셀로판지를 꺼내어 해를 만들어 본다.

“웃어봐...

지금 햇살이 비치고 있잖아.

다.. 괜찮을 거야”


감정은

때론 삶을 휘청이게 하지만

때론 풍성하게 한다.

아주 나쁜 것도

아주 좋은 것도 없는 이 세상이기에..

난..

상처 많은 나를 감정적인 나를

상처 많다고 너무 감정적이라고

비난하지 않겠다.

그때마다 갖은 방법으로 구해내며

나 자신을 열심히 사랑할 테다.


모두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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