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우울감정 07화

우울 감정 그리고 뜻밖의 일들..

소중한 사람들의 발견 또는 재발견

by 감정기록자

“오빠.. 나 할 말이 있어.. 사실은 말이야...”

“응.. 말해봐.. 들어줄게”


남동생과 언니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러 준 이후

후련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매일매일 울었다.

옆에 있는 내 짝꿍은 전형적인 공돌이 남자라

왜 우는지 제대로 따져 묻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했다.

난 후련함과 죄책감 사이에서 방황했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매일 훌쩍였다.

그러다.. 남편에게다 용기를 내어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남편의 대답은 의외였다.

소위 ‘욱’하는 성격이 있는 남편이기에

상을 들어 엎고 뛰쳐나가는 에너지를 보여줄 줄 알았다.

“네가 많이 힘들었겠다. 내가 다 위로해줄게..”

“미리 이야기하지 못해서 미안해 오빠”

“지금이라도 이야기해줘서 고맙지..

나쁜 기억도 기억이라 지워지지 않겠지만 서서히 잊어보자..

옆에서 도와줄게”


매일매일 싸우며

하루에도 열두 번 내가 왜 이런 사람이랑

결혼을 했지!! 하며 투덜거렸는데

위기를 같이 견뎌봐야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본다더니

너무나 든든했고 고마웠다.

내가 좋은 사람과 결혼했구나..

이런 좋은 사람이 내 짝꿍이구나... 안도했고 행복했다.


내 지인들 차례였다.

정말 친한 언니였다.

“언니.. 나 사실은... 어릴 때 안 좋은 일이 있었어..

많이 힘들었어.. 그냥 이야기하는 거야... 그냥..”

“휴... 어쩌면 좋니... 사실은 나도 너랑 비슷한 일이 있었어..”

우리는 손을 잡으며 울었다.

서로의 상처에 어쩔 줄 몰라했다.

너무나 잘 알기에 그 고통이 얼마나

지난하고 힘든지 알기에 더욱 꽉 안아줬다.

지금은 서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는 관계가 되었다.


이번엔 다른 상처였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지인은

어머니의 폭언과 폭력에 의한 상처가 있었다.

나의 지인 또한 수치심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그 상처를 삭히고 살고 있었다.

한참을 운 후 우린 서로 이렇게 위로했다.

‘우린 죄가 없어... 우린 아무 죄가 없어..

그러니.. 괜찮을 거야.. 다 잘될 거야.. 다..’


그렇게 내가 신뢰하는 누군가에게

내 상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번 이야기하고 나니

비밀을 비밀이 아닌 것으로 만들고 싶고,

누가 볼까 두려워서 검은 천 쪼가리로 칭칭 감았던

상처를 꺼내어 일광 소독시키고픈 욕구가 생겼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 중에 '대화 치료'가 있다고 한다.

나 자신 혹은 내 주변 지인들과의

자신이 갖고 있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각종 중독자들의 모임의 첫출발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을 보면 효과가 있는 듯하다.


나 또한 내 상처를 털어놓는 과정에서 치유효과가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내 상처는 서서히 흐려지고 그 힘을 잃어갔다.

더 이상 열한 살 꼬마에게 일어난 사건은 내 인생을

쉽게 휘젓지 못한다.


난 내 상처를 커밍 아웃한 이후

발견하고 재발견된 나의 사람들이

내 곁에 있기에..

keyword
이전 06화우울 감정 여섯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