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들의 발견 또는 재발견
“오빠.. 나 할 말이 있어.. 사실은 말이야...”
“응.. 말해봐.. 들어줄게”
남동생과 언니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러 준 이후
후련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매일매일 울었다.
옆에 있는 내 짝꿍은 전형적인 공돌이 남자라
왜 우는지 제대로 따져 묻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했다.
난 후련함과 죄책감 사이에서 방황했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매일 훌쩍였다.
그러다.. 남편에게다 용기를 내어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남편의 대답은 의외였다.
소위 ‘욱’하는 성격이 있는 남편이기에
상을 들어 엎고 뛰쳐나가는 에너지를 보여줄 줄 알았다.
“네가 많이 힘들었겠다. 내가 다 위로해줄게..”
“미리 이야기하지 못해서 미안해 오빠”
“지금이라도 이야기해줘서 고맙지..
나쁜 기억도 기억이라 지워지지 않겠지만 서서히 잊어보자..
옆에서 도와줄게”
매일매일 싸우며
하루에도 열두 번 내가 왜 이런 사람이랑
결혼을 했지!! 하며 투덜거렸는데
위기를 같이 견뎌봐야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본다더니
너무나 든든했고 고마웠다.
내가 좋은 사람과 결혼했구나..
이런 좋은 사람이 내 짝꿍이구나... 안도했고 행복했다.
내 지인들 차례였다.
정말 친한 언니였다.
“언니.. 나 사실은... 어릴 때 안 좋은 일이 있었어..
많이 힘들었어.. 그냥 이야기하는 거야... 그냥..”
“휴... 어쩌면 좋니... 사실은 나도 너랑 비슷한 일이 있었어..”
우리는 손을 잡으며 울었다.
서로의 상처에 어쩔 줄 몰라했다.
너무나 잘 알기에 그 고통이 얼마나
지난하고 힘든지 알기에 더욱 꽉 안아줬다.
지금은 서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는 관계가 되었다.
이번엔 다른 상처였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지인은
어머니의 폭언과 폭력에 의한 상처가 있었다.
나의 지인 또한 수치심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그 상처를 삭히고 살고 있었다.
한참을 운 후 우린 서로 이렇게 위로했다.
‘우린 죄가 없어... 우린 아무 죄가 없어..
그러니.. 괜찮을 거야.. 다 잘될 거야.. 다..’
그렇게 내가 신뢰하는 누군가에게
내 상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번 이야기하고 나니
비밀을 비밀이 아닌 것으로 만들고 싶고,
누가 볼까 두려워서 검은 천 쪼가리로 칭칭 감았던
상처를 꺼내어 일광 소독시키고픈 욕구가 생겼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 중에 '대화 치료'가 있다고 한다.
나 자신 혹은 내 주변 지인들과의
자신이 갖고 있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각종 중독자들의 모임의 첫출발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을 보면 효과가 있는 듯하다.
나 또한 내 상처를 털어놓는 과정에서 치유효과가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내 상처는 서서히 흐려지고 그 힘을 잃어갔다.
더 이상 열한 살 꼬마에게 일어난 사건은 내 인생을
쉽게 휘젓지 못한다.
난 내 상처를 커밍 아웃한 이후
발견하고 재발견된 나의 사람들이
내 곁에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