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길에 잠깐 본 전시라 미처 제목과 작가를 메모하지 못했다. 내 멋대로 이 작품의 이름을 [오후 4시 30분]으로 지었다. 오후 4시 30분의 해는 침대에 그림자를 만든다. 침대 위에 머무는 몸은 햇빛과 그림자 사이를 넘나들 수 있다. 해가 비추는 곳에 머무는 몸은 따뜻하다. 한편 그림자에 숨은 몸은 고요하다. 빛과 그림자 사이를 오가는 몸은 침대 위의 모든 경계를 허문다.
나는 /햇빛이 이렇게까지 따뜻했나/ 그림자가 이렇게까지 고요했나/ 하면서 나의 몸에 따라붙는 오만가지 걱정들로부터 잠시 벗어난다. 온몸에 빛과 그림자를 문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