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려면
나를 새롭게 이해하는 엄마와의 대화
“엄마와의 관계가 내가 무엇을 해야만 유지되는 것은 아니에요. 조건부 사랑이 아니라 엄마와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불쌍한 엄마를 떠나지 못하고 엄마 곁을 맴돌던 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힘을 주고 옭아매어 있는 이 관계가 자연스럽게 힘이 풀리고 순리대로 이어지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보니 그녀의 솔직한 본마음은 달랐습니다. 실제로는 ‘엄마에게 너무 벗어나고픈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게 되었으니 이제 엄마와의 감정을 분리하는 다음 작업이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엄마의 삶과 내 삶은 다르다
‘이것은 엄마의 감정이었구나, 엄마가 힘들었겠다. 하지만 그건 엄마의 삶이다. 나는 여기서 분리된 삶을 살아야 된다.’
이렇게 이해한 뒤에 엄마의 삶과 내 삶을 분리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두 가지 훈련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엄마를 이해하는 작업입니다. 엄마가 그렇게 한 것은 엄마 역시도 좋은 모델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불행했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용하고 싶은 모델이 없었습니다. 이런 엄마의 삶을 보면서 이해합니다.
또 하나는, 엄마 역시 이전 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위로를 받은 이야기를 딸에게 해주어야 합니다.
“미안해. 내가 너에게 너무 부담을 주었구나. 나는 괜찮으니 이제 너의 삶을 살아.”
엄마가 이렇게 말해주지 않으면 마음이 또 켜켜이 쌓입니다. 직접 듣지 못한다면 심리 상담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것보다 누군가가 엄마의 역할을 해주면서 타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으면 그만큼의 힘이 있습니다.
엄마의 삶은 엄마의 몫
지금까지 받아온 상처와 아픔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입니다. 상처로 인해 맺어진 불균형한 관계 또한 불가항력적인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자각했다면 상처받은 자신을 수용하고 관계를 재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 몸처럼 붙어 있는 이 관계는 이제 독립이 필요합니다. 이 관계가 제자리를 찾게 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서서히 균형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엄마의 뜻과 다른, 자신의 욕구와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엄연히 엄마와 다른 존재입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꿈을 꿀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엄마에 대한 배신이 아닙니다.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욕구가 억압당하면 그것은 병이 됩니다. 욕구는 해소되고 표현되어야 합니다. 인간의 몸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엄마의 삶이 힘들었다고 해도 그것은 자녀가 해결해주어야 할 과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엄마의 몫이고 엄마 스스로 풀어내고 재설계할 수 있어야 가장 힘 있는 엄마의 삶이 됩니다. 엄마 역시 삶 속에 수많은 선택지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 선택으로 지금의 삶이 이루어졌다면 앞으로 있을 선택으로 삶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