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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자 이형식 Jul 12. 2024

광고에서 훔쳐온 기획서 작법 코드

스티브 잡스가 기획서를 쓰는 방식


기획서가 내 생각을 파는 광고라면

브랜드가 발신하는 광고는 소비자에게 보내는

한편의 기획서다.


내용이 많다고 좋은 기획서는 아니다.

내용이 많다고 좋은 광고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발신자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내 제품, 내 생각에 대해 어필하고 싶은 것이 많다.

그래서 상대와 대화를 하지 않고 훈화를 한다.

주저리 주저리..


천하의 잡스도 그랬다.

처음부터 ‘미친 듯이 심플한’ 잡스가 아니었다.


1983년 리사 컴퓨터 광고가 그랬다.

리사 광고는 내용이 장황하고 방대한 기획서였다.

잡스는 리사에 대한 자부심이 큰 만큼

자랑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1983년 잡스가 소비자에게 보낸 한편의 장황한 기획서



결과는 대실패였다.

소비자는 핵심이 뭔지 알 수 없었다.


1983년 리사의 실패는 1985년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게 되는 단초가 되었다.


1997년 잡스가 애플로 복귀해서

첫번째로 만든 것은 ‘제품’이 아니라 ‘광고’였다.

(사실 광고할만한 혁신 제품이 없었다)


그 유명한 ‘Think different’ 광고다.

이제야 잡스답게 ‘미친 듯이 심플‘하다.

모델 한 명과 한줄의 카피, 그게 광고의 전부였다.


1997년 잡스가 소비자에게 보냈던 한편의 심플한 기획서


때로는 텍스트 10,000자 보다

이미지 1장이 더 많은 말을 한다.


1 Visual, 1 Text의 애플 광고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다.

리사 광고 대비 임팩트도 훨씬 컸다.


무엇이 달라진걸까.


‘Think different’ 광고는

문서대화의 작법 코드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후 극적으로 조우했던

픽사(Pixar)에서 훔친 기술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일단, 핵심이 명확하다. ‘애플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를 만든다’라는 선명한 ‘결론코드’가 심어져 있다. ‘Think different’라는 간결한 메시지로 잘 표현되기도 했다.

그리고 ‘다르게 생각해서 세상을 바꾼 사람들’을 보여준다. 자그마치 아인슈타인, 피카소, 간디, 마리 퀴리, 마틴 루터 킹, 존 레논 등이다. 자타공인 세상의 고정 관념과 기존 질서에 맞서 자신의 길을 개척했던 위대한 사람들이었다.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증인이자 증거다. 탄탄하게 설계된 ‘논리코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문서대화의 화룡점정인 ‘감정코드’의 탑재도  잊지 않았다. 다르게 생각하고 세상을 변화시킨 이들에게 경의(honor)와 존경(respect)을 보내며 대중의 감정을 흔들었다. 강렬한 흑백 비주얼은 그 감정을 배가시키는 장치임이 자명하다. “그분들이 지금 살아있다면 아마도 컴퓨터는 애플을 사용하지 않겠어요?’라고 잡스는 말하는 듯 하다. 그의 보너스 ‘위트 코드’다.


이 광고를 본 소비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자연스럽게 당시 시장의 주류였던 PC에 도전하는

애플의 언더독 정신을 강렬하게 느낄 것이다.

혁신을 잃어버린 애플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던

인식이 깨져버리고 애플 정신의 존재감이

강렬하게 머리속에 리부팅되었을 것이다.

애플에게 불리한 현재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리프레이밍(reframing)하는 것,

그것이 이 광고를 통해 잡스가 노렸던

소비자 반응이었을 것이다.

즉  최종 목표인 ‘반응코드’ 까지 제대로 설계한

흠잡을 데 없는 기획서다.


좋은 문서에는 보이지 않는 대화코드가 들어 있다.

결론코드,

논리코드,

감정코드,

반응코드가 그것이다.


발신자의 결론이 명확하고,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탄탄하며, 수신자의 감정까지 자극할 수 있어서, 결국 수신자로부터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문서다.

기획서는 문서대화다.

상대와의 대화코드를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당신의 기획서에 이 4가지 대화코드가

들어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 보아야 한다.


만약 당신의 기획서에 대화코드가 누락되어 있다면 당신 주변에 널려있는 ‘광고’라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 보자. 약간의 손품을 팔아 ‘좋은 광고’를 서칭해보자.


기획서 작법은 좋은 광고에서 배울 수 있다.

좋은 광고에서 대화코드를 훔쳐올 수 있다.


내 기획서에 대화코드를 이식/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좋은 광고에 세팅된 대화코드들을 발견해보고

추출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광고의 종류와 형식을 가릴 필요는 없다.

무언가를 파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TV홈쇼핑, 유튜브 라이브 커머스, TV 광고,

신문 광고, 인터넷 상세 페이지, 동네가게 지라시 등

관계 없다. 4가지 대화코딩만 잘 되어 있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글에서 소개한 폭스바겐 비틀의 ‘Think small’ 광고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애플의 ‘Think different’ 만큼 좋은 광고다.


이 광고를 한 편의 기획서로 바라보고 결론코드, 논리코드, 감정코드, 반응코드를 추출해 보자.


시작이다.

시작이 반이다.


대화코드들이 균형감있게 설계된 폭스바겐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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