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여름, 친정 엄마를 모시고 휴가를 갔었다. 엄마와 나, 둘 다 새벽형이라 일찍 깨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엄마가 갑자기 옆에서 자고 있던 내 막내딸에 대해 칭찬을 하기 시작하셨다. 나도 덩달아 아이가 얼마나 사랑이 많은지,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이야기했다. 나중에 막내가 내게 말했다. 잠결에 그 소리를 들었다고. 얼굴은 이미 환해져 있었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의 일이 떠올랐다. 우리는 방 두 개짜리 작은 집(중학교 때 방이 세 개가 되었어요)에 살고 있어서 부모님과 딸 둘은 안방에서 잠을 잤고, 오빠 둘은 작은 방에서 잤다. 잠결에 얼핏 들려오는 말이 있었다. 우리 큰딸은 착하고 이쁘다는 부모님의 대화소리! 기특하다는 말씀! 자주 들었던 그 작은 소리들이 내게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되었다. 뭐든지 열심히 하고 싶었고, 부모님의 착한 딸이 되고 싶었다. 내가 몰랐듯이 우리 부모님도 모르셨을 거다. 잠결에 살짝 내 귀가 살짝 열려있던 것을. 부모님의 전폭적인 무한신뢰는 내 평생의 커다란 에너지가 되었고, 내가 나를 좋아하고 신뢰하는 이유가 되었다. 얼마나 큰 복인가! 얼마나 큰 감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