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냈던 친척 오빠가 어느 날 내게 상담 비슷한 걸 하셨다. 나이가 60 중반인데, 집에 있으면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고 했다. 자기는 아버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서 어떻게 자녀들을 사랑하는지 몰랐고, 그냥 긴 세월을 직장만 열심히 다니며 살았다고 했다. 지금은 퇴직하여 집에 있는데, 아내는 그동안 살았던 대로 교회 활동에만 열심이고, 아이들은 성장하여 직장인이 되어 열심히 살고 있는데, 자기만 왕따를 당하고 사는 느낌이라고 했다.
하...
그 긴 세월을 어찌할까? 그 비슷한 상황의 내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기를 키워준 고마운 아버지지만, 같은 공간에 있으면 숨이 막히는 것 같아 슬슬 피하고 살게 되더라고. 늘 대화를 하지 않고 살았으니, 결혼 후에 친정에 가도 아버지와는 몇 마디 나누지 않았다고. 그래서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에 너무 죄송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아버지 노릇!
쉬워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받은 게 없어도, 아는 게 없어도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할 '노릇'인 것을 어찌하랴!
난 그 오빠에게 무슨 말을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내 남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버지라고 한 번 불러보지도 못한, 평생 청각장애와 심한 수전증으로 아버지 노릇을 못 했던 분의 아들이었으면서도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노력하고 또 노력했던 사람의 이야기.
지금 광신도가 된 오빠의 아내도, 어쩌면 아내를 외롭게 만들어서 나타난 현상은 아니었을까? 남은 생 함께할 소중한 사람들이니 너무 서운하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다가가도록 노력해 보라고 말했다. 그 긴 30여 년을 오빠는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