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돌아가신 후 일 년이 지나서야 새벽 산책을 다시 시작했다. 동네를 한 바퀴 걸어보려고 집을 나섰다. 그동안 난 운동을 끊고 살았던 것이다. 어머님의 말기 암 소식에 매일 걷던 내 습관이 완전히 사라졌던 것이다.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도, 돌아가신 후에도 계속 그랬다. 난 고집스럽게 운동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렇게도 난 미련스럽고, 특이한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매일 만나던 동네 할머니들을 만났다. 학교 울타리 너머로 할머니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내가 학교에 들어서자, 잘 보이지는 않지만 '혹시?' 하는 할머니들의 눈빛이 나를 계속 살피고 계셨다. 서로를 알아볼 거리가 되자, 반갑다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나는 가장 가까이 서 계시던 할머니를 안고 울고 말았다.
"새댁, 왜 울어? 왜 그려?"
그 당시 50대 중반이던 나를, 늘 새댁이라고 부르시던 할머니들은 몹시 당황하셨다.
"어머님이 돌아가셨어요 어머님이..."
눈물이 다 말랐다고, 이젠 걱정하지 말라고 지인들에게 말해왔건만, 할머니들을 보자 서러움이 터져 나왔다. 70대에서 80대 초반이신 할머니들은 눈물을 훔치며 나를 다독여 주셨다. 85세면 많이 사신 거라고, 복 많은 노인네라고.
그런 맘씨 좋은 할머니들을 두고 난 이사를 했다. 건강은 괜찮으신지, 혹시 돌아가신 분은 안 계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