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방송이 있다. KBS의 '아침 마당'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분은 정신과 의사였는데, 한 가지 일로 부부간의 반복되는 부부 싸움에 대해 설명을 하시다가 그 근본 이유를 콕 집어 말씀하셨다. 10년이 지났어도 20년이 지났어도, 그때의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고, 그 상처를 준 대상의 진심 어린 사과가 마음으로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그 상처는 치유가 된다고 하셨다.
어느 날, 위안부 할머니들의 분노와 화에 대해서 아주 무심하게 말하는 사람을 보았다.
"다 지나간 일인데, 꼭 저래야 해? 뭐 좋은 일이라고 여기저기 알리고... 국제적 망신이야."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자기 딸이, 자기 여동생이, 자기 아내가 그런 일을 당했어도 입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할까? 난 그분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은 했지만, '위안부 어린 소녀의 죽음'을 주제로 한 희곡을 쓰며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위안부 관련 자료들과 사진들을 찾아보면서 그 고통이 마음으로 느껴져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저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떠도는 슬픈 영혼들의 한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떠도는 그 슬픈 영혼들과 살아계신,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님들의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 그때 어린 소녀들이 당한 성적 학대에 대해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언제까지 기다리려고 하는가? 혹시 남은 할머님들이 다 돌아가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강한 힘에 의해 억울함을 당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국가 기관일 수도 있고, 대기업일 수도 있고, 시골의 작은 공장일 수도 있다. 또는 강한 힘에 의해 억울함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개인의 문제일 수 있다. 어느 드라마에서 본 듯한 대사가 생각난다.
" 최소한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들지는 말고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