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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Dec 13. 2023

교장실 어린이집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학교는 화성시에 있는 정남 초등학교이다. 아버지가 계신 납골묘에 다녀오는 길이면 늘 그 학교를 지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따스한 이야기들이 있다.


​시골 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 퇴임을 하신 아버지는, 선생님들이나 기사님들께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어르신이셨다. 아버지가 관리자로 근무하시던 학교의 기사님들이 거의 다 퇴임식에 참석을 해서 아버지를 크게 감동시킨 기억이 있다.


가장 잊지 못할 이야기는 나와 함께 근무를 한 적이 있는 여교사에게서 들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던 그 선생님에게 서너 살 정도의 어린아이가 있었다. 시댁이나 친정도 먼 데다가 이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보던 아주머니가 급한 일로 며칠 집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선생님은 출근 전에 아주머니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교장 선생님인 아버지께 전화를 했다.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출근을 하라고 했고, 아버지가 계신 교장실은 임시 어린이집이 되었다. 그 기간이 단 며칠이었지만, 그 은혜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그 선생님은 내게 말했다.

교장실에서 업무를 보시면서 아이와 놀아주고, 아이 손을 잡고 교정을 산책하는 아버지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우리 아버지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이런 아버지셨기에 늘 내 가슴속에 살아 계시고, 나에게 따스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주고 계신 것이다. 아버지 생각을 하다 보면 내 세포들은 어느새 고운 물이 들어 세상을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기분 좋게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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