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틀 어머님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와도, 집에 돌아오면 우리 부부는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월요일 아침, 남편은 일어나 30분 정도를 기도 자세(?)로 있다가 겨우 출근을 하곤 했다. 화요일이 지나면서 좀 나아지는 우리 두 사람의 컨디션! 그 반복을 어머님 말기 암 진단 후 6개월, 그리고 어머님 입원하신 지 2주가 지나간다. 나는 몇 차례 링거주사를 맞으며 적응하고 있고, 평일에 어머님을 모시던 아주버님은 지금도 잠을 설치고 계신다고 형님께 들었다. 성실하고 마음씨 좋은 간병인이 있고, 우리 자식들의 들락거림으로 어머님은 그나마 고통 중에서도 잘 이겨내고 계신다. 문제는 주말 24시간 동안 간병인이 자리를 비운다는 건데, 그 두 번을 남편이 병실 긴 의자에서 거의 잠을 못 자며 어머님을 지키다 보니(밤에 화장실을 자주 가시니) 남편의 피로감이 극도로 심해졌다. 나는 목 디스크 증세가 있어 절대 안 된다고 하고, 몸 상태가 매우 나쁜 아주버님은 본인도 누구도 원하지 않고 있고, 형님은 두 번째 날에 어머님께 잔다고 했다는데 우리는 들은 바가 없었고, 오늘 밤도 또 남편 차지가 되었다. 그나마 자기가 가장 건강한 사람이니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니 꼭 자청하고 나선다.
피곤함이 누적되어 있던 사람이지만 어머님께도 형님 내외에게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있던 남편이, 어제는 뒤통수와 관자놀이 통증이 너무 심해 조퇴를 하고 왔다. 나는 남편을 데리고 10년 단골 한의원에 데리고 가서 같이 침을 맞았다. 내 건강 상태는 물론, 우리 가족 모두를 알고 있고, 집안 모든 상황을 다 알고 계신 원장님이 남편 진맥을 오래 하시며 말씀하셨다.
"작은 아드님이 생각이 너무 복잡한 데다가 피로가 누적되어 이런 증세가 나타났네요. 모시지 않다가 평일 며칠이나마 어머님을 처음 모셨던 아주버님 스트레스도 굉장했을 거고, 오래 모셔왔던 막내 부부의 책임감과 괴로움도 무척 클 거예요 이해합니다."
나는 원장님께 남편 한약을 부탁했고, 지친 나를 위해서도 보약을 맞추고 왔다. 이틀 전에 두 형제는 저녁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다. 주로 아주버님 하소연을 들어주는 시간이었다. 나는 미리 카톡으로 아주버님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시니 맘 상하시지 않게 조심하고, 잘 들어드리고 오라고 부탁을 했었다.
며칠 전 병원에서 형님을 만났을 때, 이제는 본인 집에서 어머님을 모시지 않을 거라는 걸, 간접적으로 느꼈었다. 형님은 건강한 편이고 평소와 다름없이 열심히 교회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별로 없어 보였지만, 아주버님이 잠을 거의 못 주무시고 밥 하는 거 빼고는 나머지를 몽땅 책임지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고, 너무 안쓰럽다고 했다. 그 말을 내게 전해 들은 남편은, "그리 안쓰러우면 좀 분담을 하지 왜 남편에게만 어머니를 맡기고 밖으로 돌아다니시기만 할까? 밤에도 혼자만 쿨쿨 주무시고"라고 말했다. 남편도 아주버님과의 술자리에서 자기가 너무 괴롭고 힘들다고, 죽을 것 같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앞으로 어머님을 자기 집에서 모시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직, 간접적으로 하셨다고 한다.
우리가 예상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두 분은 어머님 퇴원을 생각하지 않고 계시고, 어머님은 퇴원을 기다리고 계신다. 아직은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긴 하다. 남편이 어머님과 둘이 있을 때 속마음을 여쭤보니, 입원 전처럼 평일 4일 큰아들 집, 주말 이틀 당신 집에서 우리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 직장인이라 월요일 잠시 다녀가는 고모, 그냥 그 상태가 좋겠다고 하셨다는데. 형님네서 어머님을 안 모시겠다는 걸 어찌 말씀드려야 하나...
그러니 우리 부부는 머리가 복잡하다. 내 몸만 형님처럼 건강하다면 바로 우리 집으로 모시고 오고 싶은데, 남편부터가 반대를 하고 있고, 지금 어머님 병실에 수시로 다니는 것처럼 '어머님 댁 당번제(내 남편 생각)'로 나눠가야 하나, 만일 그렇게 한다면 형님 부부가 한다고 할까? 어머님이 가장 편히 생각하는 공간은 바로 어머님 댁인데, 지금 간병인을 아예 어머님 댁에서 지내도록 해야 하나... 간병인과 함께 어머님을 우리 집으로 모셔야 하나... 아주버님은 그나마 퇴직을 하신 분이지만, 밤에 편히 자지 못할 남편이 다음날 매일 힘들게 출근할 생각을 하니 그것도... 별생각이 다 든다.
그냥 아주버님 부부 생각을 따르자니 어머님이 안쓰럽고, 어머님이 좋아하실 방법을 찾자니 복잡하고 어렵다. 다음 주 초에는 우리 부부가 의사 선생님을 만나보고 자세한 말씀을 더 들어본 후 뭔가를 결정해야 한다. 난 요즘 오래전 그 일이 자꾸 떠오른다. 시어머님을 6년 반 모시고 잠시 분가(이혼한 시누님이 분식집을 하며 아이들을 부탁했었고, 난 그때 어머님 모시는 게 몹시 힘들었었고)를 했다가 합칠 때였다. 어머님은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2년만 당신이 키우시고 싶다고 하셨고, 난 복직 전에 이미 아이 볼 사람을 정해놓고 있었다. 난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다고 하며 동서 형님께 전화를 했다. 형님은 극구 반대를 했지만, 나는 어머님을 오시도록 했고, 그 선택 이후 다시 분가할 때까지 난 거의 10년을 더 모시고 살았다. 그리고 무척, 몹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예전의 그때처럼 많이 아프며 살았었다.
그 당시에는 매우 건강하고 가시가 많았던 분이셨고, 지금은 병약하지만 마음씨 고운 노인이 되신 어머님, (가끔은, 내게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옛 모습이 보일 때도 있기는 하다) 힘든 시집살이로 몸과 마음이 많이 망가져 그리 고통을 당했으면서도, 그 상처들은 다 녹아 사라지고, 어머님을 향한 내 절절한 사랑은 어쩌면 좋을까! 난 또 엄청난 선택을 해야만 한다.
※ 시어머님은 그해 6월에 소천하셨습니다.